식스티 "으읏!?"

 

고오오오오오오오!!


식스티가 계속 잠들어 있는 시라누이에게 "역병"의 칼날을 뻗는 순간, 예배실에 가득 찬 꺼림칙한 빛.


그 기이한 빛은 조금씩 희미해져, 하나로 수렴해, 이윽고 '사람'의 모습을 형성하더니──.


식스티 "네놈!? 그 모습, 거기다가 이 마력은......?"


이번 침공 작전 내내 냉정했던 식스티의 얼굴이 경악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예배실의 분위기가 변하고 있었다.


현세로부터 격리된, 달콤하고 농밀한 『죽음』의 기색이 떠오른다.


그리고 그 붉은 죽음의 흐름의 중심에, 『마인』으로 변한 그녀가 서 있었다.



환영의 마녀 "......그래, 이것이 환몽경......마계 9귀족 카마데바의 힘──."

미티아 "마녀님!! 깨어나셨군요!!"

이슈타르 "..........윽!"


만신창이인 미티아가 환희하고 이슈타르가 놀라움에 눈을 뜬다.


미즈키 시라누이의 모습이 변했다.


온몸에 죽음의 힘의 구현인 붉은 흐름을 두르고, 머리에 뿔, 피부는 파랗게 변해 있다.


그 모든 것이, 그녀가 사람을 버리고 '魔'로 타락했다는 증거.


이것이, 죽음의 힘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든 미즈키 시라누이──환영의 마녀의 모습이었다.


이슈타르 "놀랍구나......설마 인간인 네가 정말로 그 힘을 얻을 줄이야......"


이슈타르가 안도와 함께 살짝 복잡한 표정을 짓는다.


인간이 음마족의 왕인 환몽경의 힘을 얻는다──.


그것은 틀림없이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환영의 마녀 "모두, 이렇게나 상처투성이가 되고......기다리게 해서, 미안해. 나머지는 내게 맡겨."


환영의 마녀가 상냥하게 미소짓는다.


다음 순간, 그녀가 두른 죽음의 힘이 탁류를 이루며 쏟아져 나와, 식스티 휘하의 음마들에게 휘감겼다.


하데스릴린

「ギィイイイ!?」

「あっ、あぁあぁぁぁ......」


식스티 "!!"


식스티는 놀랐다.


시라누이의 발밑에서 쏟아져 나온 붉은 탁류에 닿자마자, 명계의 음마들이 실이 끊어진 것처럼 쓰러져간 것이다.


이것이 환몽경 카마데바──시라누이가 얻은 새로운 힘.


마인이 된 시라누이가 조종하는 붉은 탁류는 명계에 흐르는 큰 강을 불러들인 것이다.


산 자와 죽은 자, 차안(此岸)과 피안(彼岸), 그것을 가르는 생명의 근원인 유구의 흐름.


이 붉은 강을 접한 자는 모든 생명의 힘을 빼앗기고 숨이 끊어진다.


식스티 "......확실히 가공할 힘이다. 에레시키갈 님이 경계하는 것도 수긍이 가."


차갑게 시라누이를 바라보는 식스티가 막강한 "병"의 장기를 펼친다.


식스티 "하지만 각성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면 대처할 수 있다. 진짜 위협이 되기 전에 말살해 주마."


***


식스티 "──역병의 둘, 'sick-morning star'"


촤악!!


신속하게 전개된 "병"의 철구(鉄球)가 사각지대에서 기습해, 시라누이의 머리를 때려 부순다.


그러나──.

 

환영의 마녀 "과연. 무서운 힘이네. 하지만 나에게는 통하지 않아."

식스티 "!!?"


머리가 으스러졌을 시라누이의 모습이 흔들리며 환영처럼 사라진다.


미즈키 시라누이의 원래 특기인 '수둔술'의 환영.


그 인술의 힘도 마인으로 변하면서 몇 배는 더 강해졌다.


환영의 마녀 "당신, 이 '병'으로 내 동료들을 괴롭혔구나. 하지만, 이젠 괜찮아──."


다시 시라누이가 휘감은 죽음의 힘이 붉은 탁류가 되어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이번에는, 싸움에서 상처받고 신음하는 음마족 동료들에게──.


이슈타르&미티아 "......윽!"

미티아 "마, 마녀님!? 몸의 통증이 사라져──."


시라누이가 흘린 붉은 탁류에 닿은 그들의 상처가 눈 깜짝할 사이 아물어간다.


환몽경의 힘의 본질은 생명에너지의 지배다.


조금 전 명계의 음마들로부터 빼앗은 생명을 동료들에게 나누어 준 것이다.


미티아 "ㄱ, 굉장해요!! 마녀님 엄청 굉장해요!!"


이제 숭배의 경지에 이른 열렬한 시선을 시라누이에게 향하는 미티아.


반면 이슈타르는 떫은 표정을 짓는다.


이슈타르 "인간이 이 정도의 힘을......뭐, 리림 님의 편이라 생각하면 든든하지만."


그런 음마족 두 사람에게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시라누이는 다시 『죽음의 힘』에 마력을 넣는고.


환영의 마녀 "후후. 그럼 모두들, 밖에서 싸우고 있는 동료들도 걱정이야. 승패를 결정짓자."

식스티 "!!?"


순간 실내에 출현한 거대한 붉은 탁류가 식스티의 몸을 뭉개버렸다.




투콰아아아아아앙!!


사이카&와이트

"!!?"

"뭐, 뭐야!?"


암브로스&아누비스 "!!?"


갑작스런 굉음에 저택 밖에서 사투를 벌이던 자들이 움직임을 멈췄다.


은신처 외벽을 뚫고 엄청난 양의 『붉은 물』이 쓰나미처럼 쏟아져 나온 것이다.


미레이유&아레키

"저것은......마녀님!?"

"계약의 의식에서 깨어나셨구나!"


미레이유와 아레키가 놀라움과 기쁨의 소리를 지른다.


그 자리에 있던 자들 모두, 전에 느껴보지 못했던 막강한 마력.


그것을 몸에 두르면서, 마인화한 미즈키 시라누이──.


환영의 마녀가 저택 앞에 모습을 보였다.


환영의 마녀 "────."


마녀는 말없이 저택 앞을 내려다본다.


그곳에는 붉은 탁류와 함께 저택 밖으로 밀려나온──만신창이, 온몸이 너덜너덜해진 식스티의 모습이 있었다.


식스티 "크으으으으으!! 이까짓 것에에에에에!"


식스티가 이날 처음으로 감정을 드러내며 고함을 지른다.


무시무시한 살의를 마력에 담아 "병"의 칼날을 펼쳐 환영의 마녀를 향해 때려 박는다.


하지만──.


환영의 마녀 "이게 내 선전포고야, 명계의 음마 에레시키갈의 첨병. 자, 명계의 바닥으로 돌아가렴."

환영의 마녀 "──몽환포영 'Phlegethon'!"

식스티 "!!?"


높이 뻗은 시라누이의 손에서 『붉은 물』──명계의 강물이 쏟아져 나온다.


그것은 곧 기세를 올려 쓰나미와 같은 거대한 에너지로 변해 식스티를 덮쳤다.


식스티 "크으윽!? 가아아아아아아아악!!!!?"


붉은 분류는 식스티의 몸을 삼켜, 그러나 거기서 그치지 않고, 명계의 음마들과 습격부대를 끌어들여, 저택을 봉하는 결계에 부딪쳐──.


쨍그랑!!!


아누비스 "!? 내 결계가......"


저택 주변을 덮고 있던 장기가 맑아지면서, 주변은 원래의 광경을 되찾았다.


시라누이가 펼친 명계의 강물에 아누비스의 결계가 파괴된 것이다.


암브로스 "그래서, 그쪽은 어떻게 할 거야? 네 결계는 깨진 것 같은데, 아직 계속할래?"


암브로스가 대담하게 웃으며 아누비스에게 말한다.


결계가 깨지면서 암브로스의 몸을 갉아먹던 '병'도 희미해지고 있다.


아누비스 "......그렇군. 이번에는 우리가 진 것 같다."


아누비스가 냉정하게 응했다.


결계가 깨진 이상 이대로 계속 싸우는 것은 불가능하다.


곧 다른 세력을 포함한 수많은 원군이 나타날 것이다.


아누비스 "명계의 음마의 지휘관도 패했다. 이 상황에서 계속 싸우는 의미는 없다. 철수한다, 와이트."

와이트 "어머 아까워라. 목숨을 건졌네, 대마인, 하지만 다음 번에는 반드시 죽일 거야."

사이카 "......"


불길하게 웃던 와이트는 그렇게 말하고 상처투성이의 사이카를 가리키며──.


그리고 다른 습격부대와 함께 전송 게이트 안으로 사라졌다.


암브로스 "......후. 어쨌든, 어떻게든 적을 물리쳤네."

사이카 "그래......수고했어요 암브로스. 약속대로 그녀도 돌아왔고."

암브로스 "그래♪ 그녀의 그 힘......돌아가신 임금님과 비교해도 손색없어. 정말, 대단한 애라니까."


깊이 숨을 돌린 사이카와 암브로스가 드디어 싸움이 끝난 아지트 앞을 본다.


거기에는.


미레이유 일행

"마녀님!"

"감사합니다~!"

"우와아아, 다행이에요!"


시라누이 "아, 어머어머. 다들 좀 진정해──"


소녀 음마들에게 둘러쌓여, 마인화를 푼 시라누이의 모습이 있었다.




요미하라 변경 외연부


음마족의 은신처 부근에서 싸움의 자초지종을 지켜본 자가 있었다.



세븐 저지 "우후후, 그래......저 자가 새로운 환몽경......"


거대한 데스 사이스를 쥔 미녀가 즐겁게 웃는다.


그녀의 이름은 세븐 저지.


에레시키갈을 섬기는 세 고위음마의 일각.


가장 어둡고 비참한 죽음을 부른다는 일곱 전사를 거느린 미모의 근위기사.


그런 세븐 저지의 발밑에는 명계의 강물에 짓눌려, 이곳까지 흘러들어온 식스티의 육편이 있다.


세븐 저지 "정말 놀라운 일이네. 식스티, 당신이 이렇게까지 당하고 말다니."

세븐 저지 "──그래서 어때? 직접 그 찬탈자와 싸운 소감은."


우아하다고 할 수 있는 미소를 지으며 그녀는 발밑에 흩어진 맹우의 육편에 말을 건다.


그러자──.


식스티 "......................강하다. 역시 카마데바의 힘을 이어받은 자."


라고, 꾸물꾸물 육편이 될 때까지 파괴된 몸이 재생되면서 다시 식스티의 모습을 취했다.


식스티는 그 몸속에 '7개의 생명'을 품고 있다.


환영의 마녀가 터뜨린 명계의 강물로 그 중 하나가 찌그러졌지만, 남은 생명으로 부활한 것이다.


세븐 저지 "우후후후. 드문 일이네. 고집이 강한 당신이 순순히 적을 인정하다니. 그래도 제대로 맡은 '일'은 했겠지?"

식스티 "물론이다. '병'이란 저도 모르는 사이 숨어드는 법. 모든 것은 에레시키갈 님의 영광을 위해."


식스티의 눈이 차갑게 가늘어진다.


마녀의 말살에는 실패했지만, 그러나 다음으로의 "준비"는 완료되었다.


식스티가 뿌린 악의 씨앗은 머지않아, 그들 안에서 싹트게 될 것이다──.


............


1달 뒤.


마계.



호수의 귀부인 전설로 유명한 비비안 호수 연안에 아름다운 거리가 있다.


이곳이 마계 북서부 최대의 도시이며, 환몽경의 본거지인 플레임 엔드다.



베오울프 "그럼, 약식이긴 하지만, 지금부터 환영의 마녀 공의 환몽경 계승, 그 승인의 의식을 집전하겠습니다."


환영의 마녀 · 시라누이를 상대로 마계기사 베오울프가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곳은 플레임 엔드 궁전, 환몽경의 알현실.


현재 마왕의 부재로 인해 유명무실해지고 있지만, 마계에서는 아직도 '마왕, 그리고 그 직속인 마계 9귀족에 의해 모든 것이 통치된다'는 구체제가 유지되고 있다.


그 통례에 따라 시라누이의 환몽경 계승 승인을 위해 마왕 대리인 재상경으로부터, 고결한 인격자로 알려진 마계기사 베오울프가 파견되어 온 것이었다.


암브로스&이슈타르 "────."


알현실에는 음마족 대간부 암브로스와 이슈타르의 모습도 있다.


본래 9귀족 승인식이면 거리에 큰 축제가 열리고 국외에서도 귀빈, 요인이 다수 초청된다.


그러나 현재는 명계의 음마 에레시키갈과의 항쟁이 한창.


이를 감안해 최소한의 일가 구성원으로 승인식이 진행되었다.


베오울프 "환몽경의 지위를 계승──당신도 알다시피 이것이 끝이 아닙니다. 오히려 여기서부터 시작."

베오울프 "당신이 물려받은 자리를 놓고 수많은 이들이 행동에 나설 것이고, 또 다른 싸움이 일어날 겁니다."

시라누이 "......"


마계기사 베오울프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하면서, 불길하게 빛나는 진홍색 보석을 시라누이에게 내밀었다.


베오울프 "환영의 마녀 공, 당신은 그 싸움에 맞서야 합니다."

베오울프 "당신을 따르는 영민, 부하, 동맹, 그 모든 것을 지키기 위해. 그것이 마계 9귀족을 잇는 법규."

베오울프 "당신이 그것을 해낼 각오가 되어 있다면, 이 돌을 가져가세요."

시라누이 "맹세하지. 나는 내가 사랑하는 모든 것을 지키며, 나의 적을 토벌할 것이라고."


베오울프가 내민 보석을 시라누이가 받았다.


그 진홍색으로 빛나는 보석은 명계의 큰 강──환몽경의 힘의 상징이자 그 지위의 증거.


이로써 시라누이의 환몽경 계승이 정식으로 승인되었다.


베오울프 "좋아! 그럼 이 마계기사 베오울프가 재상경을 대신해서 선언한다!"

베오울프 "지금 이곳에 새로운 환몽경──새로운 음마족의 왕이 탄생했음을!"


──오오오오오오!!


알현실에 모인 음마족 간부들로부터 큰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그것을 온몸으로 받으며, 시라누이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시라누이 (이걸로 돌이킬 수 없다. 하지만 후회는 없어.)

시라누이 (어둠의 세계에서 모든 불의를 토벌한다. 나는 환영의 마녀, 모든 음마의 여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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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니 9귀족은 귀족이고 지들 종족에서 왕인 거지, 마계 전역의 왕은 아님

챕터 48에서 마왕의 자리는 지금 공석이라는데, 마왕은 뭐하던 놈이었고, 어떻게 된 걸까


공석이라고 해서 꼭 죽었다고만은 볼 수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