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포늪 왁새 - 배한봉
득음을 못하고 그저 시골장이나 떠돌던
소리꾼이 있었다. 신명 한 자락으로
막걸리 한 사발이면 그만이던
흰 두루마기의 그 사내
꿈속에서도 폭포 물줄기로 내리치는
한 대목 절창을 찾아 떠돌더니
오늘은 왁새울음되어
우황산 솔밭을 다 적시고
우포늪 둔치 그 눈부신 봄빛 위에
자운영 꽃불 질러 놓는다
살아서 근본마저 알 길 없던 혈혈단신
텁텁한 얼굴에 달빛 같은 슬픔이 엉겨
수염을 흔들곤 했다. 늙은 고수라도 만나면
어깨 들석 산 하나를 흔들었다
필생동안 그가 찾아 해맸던 소리가
적막한 늪 뒷산
솔바람 맑은 가락 속에 있었던가
소목 장재 토평마을 양파들이
시퍼런 물살 몰아칠 때
일제히 깃을 치며 동편재 넘어가는
저 왁새들
완창 한 판 잘 끝냈다고 하늘 선회하는
그 소리꾼 영혼의 심연이
우포늪 꽃잔치를
자지러지도록 무르익힌다
- 시를 읽을 때는 한 번 천천히 소리 내어 읽고 눈을 감고 시상을 떠오르면 좋아요.
- 빠르게 읽을 필요 없습니다. 바쁘고 삭막한 세상 속에 천천히 편히 느끼면서 감상해보면 좋아요.
- 그나저나 문학채널은 언제 만들어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