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민 회관

일단 나로 이야기하자면 현실에 불만많고 전여친에게 까인 이후로 여자라곤 엄마밖에 접견하지 않는 진짜 여자인맥 하나도 없는 인간이야. 그렇다고 전혀 숙맥은 아니고 연애를 좀 많이 해봤어. 근데 대부분 그냥 친구, 동생, 누나였던 사람들이랑 놀다가 연애로 승급한거라 처음보는 사람이 나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는지 없는지 판단을 못 하겠어.

 

뭐 일단 내 이야기는 접어두고, 시작은 얼마전에 머리 자르러 갔을때야. 귀찮아서 머리 컷트를 잘 안 하는지라 한 번 갈 때 그나마 괜찮은 곳으로 가자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우리 동네 이발소 같은 곳이 아닌 흔히 말하는 헤어샵을 갔어. 대부분 헤어샵이든 이발소든 가게되면 디자이너나 이발사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잖아? 그 날도 다르지는 않았지. 근데 옆에 있는 어시?랑도 같이 겁나 즐겁게 이야기를 하면서 수다를 떨었었어. 대부분이 그렇지만 컷트할때는 디자이너가 있지만 머리감고 말릴때는 어시가 해 주잖아? 그래서 머리감는다고 둘이 있을때 이런저런이야기를 했었어. 그 날 주제는 딱히 특별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 이상형, 남자얘기, 여자얘기, 자기의 꿈 뭐 이런 것들? 알바마치고 간 거라 좀 지쳐있었다만 그 어시가 진짜 완전 내 이상형이었던지라 지친 것도 모르고 리얼 재미있게 이야기 했던 것 같아. 좀 아기자기하고 귀엽고 좀 백치미 있고.... 아 뭐 암튼 그랬었어. 그때 번호 딸려고 노력이나 해 볼껄... 이런 생각으로 몇일을 보낸 것 같아.

 

문제는 오늘 아침 터졌... 내가 일하는 피씨방에, 정말 100%의 우연으로 그 어시가 왔어.(혹시나 해서 말하는데 머리 자를때도 이야기 안 했던 거야. 그냥 알바생이라고만 했었어.) 복사를 하러 왔더라고. 둘 다 얼굴보고 정말 놀라서 "으...어어어어어?!" 했던 것 같아. 사실 나는 그 분이 내 얼굴을 기억했다는 것에 더 놀랐었어. 뭐튼 복사하면서 이야기를 하는데 출근전에 자기가 공부하는거 교재?프린트물?을 복사하러 왔다고 하더라. 날 어떻게 알아봤냐고 물어봤더니 어시 왈 일하면서 미친 존재감 1위였다고.... 아침부터 주절주절 30분 가량 수다떨었었어. 내가 조금이라도 더 이야기 해 볼려고 느리게 복사하기도 했고 또 츨근 늦어도 상관없다고 하시길래... 사실 사심이 좀 컸어. 그래 인정한다. 즐겁게 대화하던 중 복사는 야속하게 일찍 끝났고(7장 복사하는데 30분 걸렸지만 일찍 끝났거야. 그렇게 믿고 봐) 결국 그 분은 가셨어. 가면서 내일도 일 하냐고 물어보더라고. 내일은 안타깝게도 내가 본가에 가기 때문에 금요일부터 매일매일 출근한다고 답해줬더니 알겠다고 수고하라고 하면서 가시더라. '''물론 사심 듬뿍 담아서 복사비용 공짜로 받고 가는 길에 커피하나 쥐어줌.''' 이건 이유가 있어서 볼드체 할께 양해해줘. 그리고 또 번호를 못 땄다고 혼자 속 앓이 하면서 퇴근하고 집에 와서 부들부들대고 있는데 저녁 9시 반 쯤에 오후 알바생한테 연락이 오더라. '''아침에 왔던 그 어시가 다시 와서 나 주라고 커피 갖다줬다고.''' (오후 알바생은 나한테 이야기듣고 상황을 알고 있는 상황이야) 커피만 주고 바로 탈주하셨다길래 어쩔 수 없지 싶어서 일단 커피 습득하러 털레털레 오후 알바랑 접견해서 커피는 받아왔어.

 

뭐 말이 길어졌는데 난 정말정말 그 사람한테 뭐랄까 한눈에 미친듯이 가버린 것 같은데 그 사람은 나한테 호감이 있는 걸까? 오늘 아침에도 꽤나 훈훈한 분위기여서 저 사람이 나한테 호감이 있나? 싶은 생각은 조금 했는데 저녁에 따로 와서 커피 전해주고 갔다니깐 이젠 좀 많이 혼란스러움. 왜 여자는 그런거 있잖아 어디서 들었는데 아무 감정 없는데 뭐 많이 받아서 부담스러울 경우 받은만큼 바로 돌려주는거. 후자인지 내 생각이 맞는지 진짜 고민 많이된다... 가독성 개 쓰레기인거 재미도 없는거 아는데 그냥 찬찬히 읽고 본인이 생각 나는 것 조언 좀 해주면 정말 감사할께.

이거 그냥 나 혼자만의 망상인거야?

 

간단 요약 :

 

1. 헤어샵 어시에게 뿅감

2. 헤어샵 어시가 우리 피방에 우연히 옴

3. 사심 담아 복사 공짜로 해주고 커피 하나 줬음

4. 그 어시가 그 날 저녁에 나한테 커피 전해 줌

5. 여자는 철벽? 아님 나한테 호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