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고등학교에서 생명을 가르치고 있는 30대 여교사입니다.

다음 달부터 새 학교로 전근 가게 되서 얼마 전에 자리를 정리하고 있는데 

저를 좋아했던 남학생에게서 받은 편지를 한 장 발견했습니다.

제가 이 학교에 5년전 처음 왔을 때 가르쳤던 제자였는데, 

그 아이가 12월 쯤에 줬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읽다보니 예전 생각도 나고, 그 아이 지금은 뭐하고 있는지 궁금해지기도 하고

참 시간이 많이 지났다는 생각에 우울해지더라고요ㅠㅠ

혹시 여기도 학교 선생님을 짝사랑하는 독자들이 있을까해서

교사 입장에서는 어떤지 한 번 간략하게 써볼까 합니다

 

사실 어느 남고를 가든 여교사 쫒아다니는 남학생은 있기 마련이죠

소설 속에서만 존재하는 그런 스토리인줄 알았는데

저도 처음 교직하고 경험해보니

처음에는 당황스럽기도 하고, 난감하면서도 은근 좋았던 기억이 나네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다 보니 나이도 들고 

교직원 생활에 익숙해지다 보니까 더 이상 그런 감정은 찾아보기도 힘들고

그런 상황도 오지 않더라고요

전에 있던 학교에서는 그냥 "과학 선생님"으로 통했고

5년전 모 고등학교에 왔을때도 사실 아무런 생각이 없었습니다.

 

정확히 언제부터 그 아이가 저를 좋아했는지는 기억이 안 나요..

담임이 아닌 교과 선생님이다 보니까 많은 아이들을 만나고

수업 외에 상담이라던지, 다른 대화를 하지 않다 보니까

사실 교과 선생님들은 뭔 일 있지 않은 이상 애들 이름 다 외우기 힘들어요 

근데 4월 쯤 되니까 그 아이 이름은 자동으로 외워지더라고요

그 아이가 학습 도우미였는데, 매 수업때마다

한 번도 빠지거나 늦은적 없이 교무실로 찾아와서

준비물하고 노트북 들어주고 수업 끝나고도 제 자리까지 가져다 주더라고요

그 때까지는 고마운 마음만 있었고, 그냥 착한 아이라고만 생각했어요

근데 어느 날 수업 중에 그 아이보고 교과서 읽어보라고 시키자

그 반 아이들이 이구동성으로 "XX가 선생님 사랑해요"라고 외치길래,

그 때 처음 알았던 것 같네요

 

장난으로 그러는 경우가 많아서 저도 그냥 장난으로

"선생님 좋아할 수도 있지. XX야, 선생님 많이 좋아해죠~"라고 말했는데

그 아이는 고개도 못 들고 얼굴 빨개졌던걸로 기억합니다

사실 그 이후로 자세하게는 기억 안나지만 (벌써 5년이 다 되서...ㅠ)

시험 직전에 자습 주면 저는 늘 앞에 교탁에서 서서 업무 보는데

앉으라고 의자도 가져다 주고,

식사 안 한 날은 어떻게 알았는지 과자 같은 것도 챙겨주고,

빼빼로 데이(?) 때 빼빼로도 한 아름 주고,

그 이후로 계속 저한테 잘해주더라고요,

그리고 아까 말했던 편지도 주고요..

 

사실 그 편지를 읽으면서 생각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는데,

고등학생이여서 그런지 서툴고, 감성적인(?) 부분이 꽤 있었지만

정말 진심이 느껴지더라고요

그 때부터 조금 걱정이 된게, 이 아이는 저를 정말로 좋아하고 있지만

저는 받아줄 수가 없고, 공부에 집중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에

교사가 상처를 주는게 아닌가 그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물론 여자 입장에서 어려도 남자가 잘해주면 좋죠

누군가가 자신을 좋아해준다는 것만큼 기분 좋은 일이 어디있어요..

그러나 저는 그 아이를 가르쳐야 하는 입장이였고

기간제 교사로 처음 그 학교에 온 저로서는

사실 눈치가 좀 많이 보였습니다.

혹시나 소문이 잘못 퍼지지는 않을까, 가끔씩은 정말

심각하게 고민하기도 했고요

 

근데 그 아이는 제 입장은 전혀 모르는지

하루가 갈수록 저랑 계속 같이 있으려고 하고

이제는 핸드폰으로 연락까지 오길래

(제가 그 아이 자율동아리 담당이여서 번호를 알고 있었어요..)

다 무시하고, 그 아이보고 솔직하게(?) 털어 놓았죠

"내가 너를 참 예뻐하지만 할 말이 있으면 학교에서 내 자리 와서

해도 되는거고, 그게 맞는 거 같아"라고 하고

그 후로 냉대했더니...자기도 서운했는지 더 이상 안 찾아오더라고요

 

물론 마음은 아팠습니다.

저를 진심으로 좋아해준 아이에게 그런 상처를 정말

주기 싫었지만, 또 저로서는 어쩔 수가 없었어요ㅠㅠ

근데 한 2주 지나니까, 애가 약간 이상해지더라고요

요즘 말로 막 나간다(?)고 해야되나?

그 전에는 조용하고 예의 바르던 애가

매수업 늦고, 잡담하거나 자고, 

더 심해져서 아예 수업을 안들어오기까지 했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위로 해줄수도 없는거고,

그냥 다른 사정이 있어서 그런거라고 자기 최면 걸면서

저는 교사다 보니까 또 어쩔 수 없이 불러다 훈계를 했죠

그 이후로는 교실에 들어오긴 들어오는데

늦는 거는 기본, 제가 학습지 나누어주다가 떨어뜨리면

일어나서 밟아버리고, 종이 조각 던지고...

 

처음에는 속상했는데 나중 가니까 화가 나더라고요

그 아이가 저를 좋아했다고 해서 그럴 권리는 없는거잖아요

진짜 예전 좋았던 거는 하나도 생각 안나고 너무 화나서

시험 직전 수업 때 소리 지르고, 좀 상처 주는말도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그 아이가 갑자기 일어나더니 옆에 있던

왜소한 아이를 막 때리는 거에요

키도 180은 훨씬 넘고 몸무게도 90kg가 넘는

다 자란 남자애가 때리는 걸 보니까

그 순간 저도 얼어붙고 정말 아무것도 못하겠더라고요

그 반 아이들이 5~6명 몰려들어 말리긴 했는데

정말 그 순간에는 학생이지만 짐승으로 보였고

또 무서웠습니다

 

그 떄 제가 그 아이한테

"미쳤어, 지금 뭐하는거야?"라고 하자,

그 아이가 한참 가만히 서있더니 울더라고요

방금전까지는 너무 화가 났지만 그 거구의 고등학생이

서럽게 우는 걸 보니...또 마음이 약해지더라고요

그래도 반 애들 다 지켜봐서 안 혼낼 수도 없고

 

나: "요즘 힘든 건 알겠는데, 선생님 앞에서 폭력은 절대 용서 못해."

그 아이: " 그치만..."

나" ???

 

그치만.....이런 행동이 아니면... 민희짱...내게 관심도 없는 걸!

 

나: 손나 바카나! 그럴리가 없잖아! 넌 하나뿐인 내 제자라구

    그리고...꽤나 매력적이고 말이지

그 아이: 에...혼 또?

저: 쓰..쓸데없는 소리 말고 공부나 하자고

그 아이: 민희짱~~~~~ (가명입니다 ㅎㅎ)

하더니 더니 갑자기 팔짱을 끼는 바람에 창피해서 떼내려고 했는데 주위에서 갑자기 박수를 치더군요

흠...ㅡㅡ;;; 제자 녀석 이래뵈도 얼굴은 도내 최상위랭크랄까? (어이! 위험하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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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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