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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작은 선거 공보물’

2018. 6. 3. 10:45

손바닥 사이즈의 이 종이는 청년정당 우리미래 서울시장 후보의 선거공보물입니다.

저희가 만든 공보물의 이름은 '청년의 눈물'입니다.

선거가 시작되면 공보물이라고 하죠. 후보의 정책이나 메시지를 담은 자료인데요, 서울시민 460만 가구에 공보물을 보내려면 보통 3억 정도가 든다고 합니다. 기성정당은 보통 15% 득표를 하기 때문에 사용한 선거비용 전액을 국민세금으로 돌려받습니다. 그래서 자유롭게 선거비용을 씁니다.

반면 저희 청년들은 애초에 그 정도 비용을 들일 여력이 없고 15% 득표를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에 온라인 공보물을 만들어 카카오톡으로 확산시키는 캠페인을 기획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후보자 재산과 병역 등 정보 공개하는 것이 의무사항이라서 최소한 1장이라도 공보물을 발송해야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러자 2가지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하나는, a4용지 한 장으로 만들어도 서울 460만 가구에 460만장, 최소 5천만 원이라는 거금이 필요했고 다른 하나는 후보등록 후 기호를 받은 후 5일 이내에 공보물을 선관위에 보내라는 것이었습니다.

기호가 애초에 정해져있는 5석 이상의 정당은 미리 준비를 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저희가 460만장을 5일 내에 인쇄해서 보내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더군다나 이 기한과 수량을 맞추지 못하면 후보 등록이 취소되는 일이었습니다.

정말 눈 앞이 캄캄했습니다. 많은 청년들, 그리고 시민들이 정치의 변화를 꿈꾸면서 출마등록금 5천만원을 모아서 후보등록을 해냈습니다. 밥 사먹을 돈 아껴가며, 월급 모아가며 만원 이만원 모아서 출마했는데, 정식등록금 문제가 아니라 공보물 때문에 등록이 취소된다니, 응원해준 많은 사람들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이대로 좌절할 순 없었고 함께 모여 논의 끝에 나온 아이디어가 손바닥 사이즈의 공보물입니다. 정말 최소한의 크기로 만들어서 저의 재산과 병역여부만 기록이 되어 있습니다. 저는 재산이 0원이고 만기 전역이고 전과가 하나도 없었습니다. 이렇게 단순한 정보이다보니 손바닥 사이즈 공보물이 가능했습니다. 결과적으로 한 장에 2원씩 총 1천만 원이 들었습니다.

처음에 제작을 약속했던 인쇄소에서 견적을 잘못 뽑았다며, 그리고 이 기한에 맞출 수 없다며 연락이 오는 통에 찾아가 무릎을 꿇고 사정사정을 하기도 했습니다. 가뜩이나 기한이 모자란데 새로운 업체를 찾기에는 너무 촉박했기 때문입니다. 무릎을 꿇은 제 앞에 인쇄소 사장님이 안 된다며 공장을 뒤져보라고, 도저히 자기는 못하겠다고 하실 때는 정말 이제 다 끝났나 싶기도 했습니다. 다행이 다른 인쇄소를 찾아 공보물을 찍어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공보물의 이름은
'기득권을 넘기 위한 청년들의 눈물'입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을 구조적으로 발생하게 만든 '불공정 선거 공보물'입니다.

올림픽으로 비유하자면 메달을 딴 적이 없는 나라의 선수들은 100M 뒤에서 출발하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메달을 딴 적이 있는 선수들은 선거비용도 마음껏 쓰고 돌려받고 기호도 한참 전에 앞쪽번호를 선점하고 방송3사 TV토론회에도 그들만 나올 수 있습니다. 프랑스나 서구의 방송토론회에는 9명 10명의 후보 모두 나와도 멋진 토론회를 진행하며 공평하게, 시민의 알 권리를 보장해줍니다.

이런 조건에서 어떻게, 정치의 변화, 청년정치인의 등장이, 젊은 서울이 가능할까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