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의 거대한 주력부대가 조그만 지엘로나구라 시를 향하게 된 것은 독일군이 해당 지점에 병력을 대규모로 집결시키고 있다는 난민으로 위장한 훈족의 첩자와 주변 주민들의 '자발적 보고' 때문이였다. 부르군트의 오만방자한 태도에 극도로 분노한 카간은 이 지엘로나구라시를 철저하게 박살냄으로서 훈의 위신을 드높이겠다는 정치적인 계산으로 지엘로나구라에 대한 대규모 공세를 감행한 것이다.


 부르군트군이 전열을 찾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아 훈이 기습하는 것은 불가능하였고, 훈의 부대가 정면으로 이들을 공격하는 형세가 되었다. 부르군트군의 맹렬한 저항을 통해서 훈족 군의 우익을 방어하는 것은 성공적으로 끝났으나, 좌익의 쇄도해오는 측면공격부대의 엄청난 돌파력으로 인해 이를 막던 부대는 시가지 최근방까지 밀렸다.


  한편 중앙의 훈족 부대는 일정 거리를 두고 부르군트의 맹렬한 포격을 오천 명의 케식들이 친 마법역장으로 방어하고 있었다. 미처 마법역장으로 피하지 못한 이들이 상당한 피해를 입었으나, 카간이 기를 모으는 동안 이들은 필사적으로 포격을 버텼고, 마침내 칸이 월도를 한 합 크게 가로로 휘둘렀다. 


 그러자 시가지의 2층 이상의 건물들이 모조리 쓸려나갔다. 그 안에 있던 패잔병, 저격수, 관측수와 잔존해있던 민간인들이 전부 건물의 잔해와 파편에 짓눌려 사망하고, 가도에서 시가전을 준비하던 이들도 모조리 몰살당하였다. 이후 훈의 병사들이 쇄도하며 말 그대로 부르군트측의 전멸로 끝나는 줄 알았으나, 저층에서 잔존하였던 다수의 광신적인 부르군트 병사들이 수류탄을 까고 자폭하거나, 돌격소총을 난사하며 자살돌격을 해 다수의 훈족 병사들을 사살했으며, 쇄도한 중앙부대에 대해 부르군트의 포병사령관이 진내사격을 감내하고 엄청난 화력을 투사해 동귀어진하는 결과를 빚었다. 


 훈족이 결국 지엘로나구라시를 점령하고 부르군트군은 후퇴하였으나, 후퇴한 측면의 부르군트군은 전열을 상당히 유지하며 질서정연하게 후퇴하였다. 그러나 훈의 중앙부대는 진내사격까지 감내한 부르군트의 발악으로 인해 상당한 피해를 입었으며, 설상가상으로 서부에서 또 다른 부르군트의 대공세에 대한 보고가 잇달아 들어옴에 따라 카간은 분노를 억누른 채 지엘로나구라 시에 방어를 위한 병력만을 남기고 후퇴할 수 밖에 없었다.


@찐야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