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건넨 과일을 들어 한 입 베어물자 차가운 냉기와 아찔한 단맛이 혼합되어 그의 미각을 사로잡았다. 달콤하기로는 절대로 지지않는 열대과일만큼 진미로운 이 맛은 대바라트국의 열기어린 땅으로 돌아가도 잊지 못할 것 같았다.

그 신비로운 과일은 뒤로하고, 카흐나는 그녀에게 감사의 인사를 한 후, 잠시 동료들과 회의를 나누기로 했다.

"이곳은 우리의 문화권과는 전혀 다른 문화와 환경이다. 이들에 대해 심도 깊은 탐구를 위해서라면 이곳에 오랫동안 남아 있어야 하겠지만, 저 남방의 영토에 거주하던 우리가 이곳에 쉽사리 적응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 말에 우물거리던 탐사대들 중, 피부가 옅고 장대가 기골한 사내가 입을 열었다.

"물론 이정도로 춥지는 않았지만 내 고향인 강토크의 산 꼭대기도 춥기로는 수를 다툴 정도였다오. 나 말고도 우타락핸드나 히말라야 근처에서 살던 놈들은 꽤 버틸만 할것 같기도 하오."

안 그래도 출발선에 섰던 1만 5천명 중, 이곳까지 도달한 인원은 50명에 불과했지만, 여기에서 또다시 인원을 나눠야 한다는 사실이 조금 꺼림찍하기는 했지만, 그들이 자처한다면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좋다, 그렇다면 너, 샴텐 사비트라를 포함한 5명은 이곳에 남아 이들의 문화를 배우고 정착하여 대바라트국과 이곳의 연결점이 될 것이다. 또한 구려, 대진제국, 티베트에도 몇백의 대바라트인들을 정착시킬 테니, 연락이 필요하다면 은밀히 접근하도록."

"알겠습니다."

잠깐의 담소를 마친 람비르 카흐나는 다시 몸을 돌려 죽간에 무언가를 그린 채로 그녀에게 보여주었다.

집. 사람. 숫자 5. 나무를 패거나 농사를 짓는 일꾼 그림. 시계. 평화를 상징하는 비둘기. 우호의 관계를 표명하는 겹쳐진 손.

부디 상대가 이를 알아듣기를 바라면서, 카흐나는 목재 의자에 앉아 답변을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