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로이드 SK1-1-T01V (체레프나)는 소련 안드로이드들 중에서 상당히 괴짜로 소문난 개체였다. 생명공학용으로 특별히 제작되어 최고급 사양을 장비한 강화티타늄 골격체와 소련 최고 등급의 프로세서를 장비하고 있었음에도 얼굴 외에는 '필요 없다'라며 생체스킨을 장비하는 것을 거부한 특이한 괴짜인 것이다.


 그녀는 '중앙연산처리장치와의 교감이 좋다'라면서 상시 거추장스러운 심도연산형 네트워크연결장치를 그녀의 등에 꽂고 연구동을 돌아다니는 괴짜 중의 괴짜였다. 그러나 신기한 것은 역설적으로 그렇게 인간의 피부를 거부하고 기계와 교감을 하면서 정작 그녀의 선택연구분야는 생물학이였던 것이였다.


 원래 세계에서 생물종 중에서 찾을만한 것은 대부분 찾아낸 체레프나는 심심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으나 이렇게 새로운 자연환경이 도래한 테라에서는 참으로 재미있는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 기묘한 성격이 어디 가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어느 날 당에서 새로 발견한 '알주머니' 물체에 대한 심층조사의 의뢰가 생물학계 최고 권위자인 그녀에게 부여되었고, 그녀는 즉시 알주머니에 대한 흥미로운 연구를 개시하였다. 그녀는 알주머니를 신종생물을 발견한 여느 때와 같이 제독격리구역에 넣어놓고 원격조종으로 로봇 암을 이용하여 정밀분석하기 시작하였다. 터지기 직전까지 찔러본다던가, 그 밖의 미끈미끈한 점액을 눌러본다던가 하면서 말이다. 다만 그 생물종이 무엇인지는 몰랐고, 생태계 교란이 일어날 지도 모르는 차에 그 알주머니는 연구소의 제독격리실에 계속 있었다. 다만 말라붙지 않게 주기적으로 미스트를 뿌리는 작업이 있을 뿐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