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브라스카의 부촌.

거리 곳곳은 검은 색 자동차와 말끔하게 차려입은 신사숙녀들로 북적인다. 옛날 가난한 농촌이었던 이곳은 과거의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눈부시게 빛나고 있다. 모두가 입을 모아 '기회의 땅' 그 자체라고 칭송하는, 바로 그 땅이다.

거스는 넥타이를 매만졌다. 말끔한 정장 차림임에도 어딘가 투박한 외모가 두드러진 거스의 눈은, 거리 건너편에 앉아 빌고 있는 거렁뱅이를 향한다. 거스의 손이 떨린다. 그는 분풀이라도 하듯이, 숨통이 막힐 정도로 넥타이를 꽉 죄어매다가, 손을 놓는다. 얼굴은 마치 고혈압 환자처럼 붉게 상기되어 있다.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그는 눈을 감는다.

산업화로 눈에 띄게 발전을 이룩한, 자본가의 낙원. 부자들은 샴페인을 따고, 기업가들은 지금쯤 고급 식당에서 듣도보도 못한 이름의 음식을 입에 넣으며 웃고 있겠지. 그러나, 노동자들의 낙원은, 빈자들의 낙원은 그 어디에 있단 말인가? 그들의 잔에 든 와인이 찰랑거릴 때, 저 가엾은 노동자의 깡통 안에는 동전 몇 푼이 요란하게 떨어질 뿐이다. 온종일 구걸을 해도 그를 반겨주는 곳은 뒷골목의 싸구려 술집뿐이리라. 따뜻한 식사 한 끼조차 제대로 빌어먹지 못한다.

거스의 증오심이 끓어오른다. 미국이 다시금 내전 상태에 돌입했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살인광에 광신도 파시스트 세력과, 그에 맞서는 '자유의 수호자' 조지 월리스. 정도만 다를 뿐 그 속에 든 것은 같다. 광신도들의 국가를 위해 노동자를 혹사시키는 파시스트와, 가진 자만의 자유를 원하는 월리스의 자유 아메리카. 누가 이기든 노동자에겐 생지옥이 펼쳐질 것이다.

그렇다면, 그가 할 일은 정해졌다. 우리는 쇠스랑과 낫과 망치를 들고 전쟁에 뛰어들 것이다. 있는 자들의 목을 모조리 베어 죽이고, 그 재산을 나눠 가질 것이다. 지상낙원이란 것은 피를 먹고 자랄 수밖엔 없다. 거스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의 오른쪽 눈동자처럼 하얀 햇볕이 빌딩숲의 유리벽에 부딪혀 바스라진다.


[단결하자 영원토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