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스 아나타의 아침은 빠르다


아직 간간히 풀벌레 소리가 들려오는 이른 아침. 아나타는 눈을 뜬다

곁에는 아직도 잠들어있는 쥔님. 아나타는 살금살금 열쇠를 빼돌려 문을 열고 나간다. 어디로? 샤워실로.


주인님은 조교전의 힘 덕분에 매일 아침이면 노예가 깨끗해지고 아침마다 식사가 저절로 준비되는 줄 알고 있겠지만 아니다


아나타가 매일 아침 준비를 하고 있던 것이다


모든 준비가 끝나고 나면 적당히 수건을 적셔서 주인님의 몸을 닦아준다. 물은 미지근하게. 아침에 상쾌하게 일어날 수 있도록.

고운 얼굴을 닦고, 땀을 닦고, 적당히 옷을 입힌 뒤에 한구석에 처박아두고 이불 시트를 말려둔다. 다행이 오늘은 날씨가 맑다




리버스 아나타의 점심은 눈치싸움이다


주인님은 나름 환상의 조교를 하고 있겠지만 아나타의 쾌락각인은 이제야 겨우 1을 찍었을 뿐이다

그것도 사실 힘들었다. 한 손에 조교서를 들고 고개를 갸웃갸웃하더니 하나 해보고, 조금 있다가 또 다른 거 해보니 제대로 될리가 있나


주인님은 조교전의 힘으로 노예 공략의 노하우를 쌓는 거 같지만 아니다


아나타가 눈치껏 알려주고 거다


오늘은 펠라를 받다가 크게 잇자국이 났다. 기교레벨 1이 다 그렇지 뭐. 아나타는 한숨을 내쉬며 조금씩 몸을 튼다

단조로운 혀놀림에 맞춰 각도를 맞추고 허리를 움직이면서 주인님의 목에 리듬감을 새겨간다. 오늘의 주인님은 뭔가 이해가 갔는지 전보다는 부드럽게 움직이신다





리버스 아나타의 저녁은 피곤하다


체력 조절을 제대로 해주지 않는 주인님은 차려진 밥을 먹고, 푹 쉬고, 조금 놀다가 다시 힘내서 조교하겠지만 아나타는 아니다

저녁에는 SM을! 이라는 주인님의 방침에 맞춰 여러가지 대책을 세워야 하는 시간일 뿐이다.


주인님은 조교전 덕분에 필요한 물품이 딱 맞춰 갖춰져 있는 줄 알지만 아니다


그것도 아나타가 준비해둔 거다


저번에는 채찍을 깜빡해서 대충 아무 밧줄이나 가져다가 했는데 아팠다. 잘못된 양초를 사서 진짜 뜨거워 미칠 뻔한 날도 있었다. 오나홀은 뻑뻑했다

그 모든 걸 관리하고 정기적으로 구입하는 건 아나타였다. 조교전이 아니었다.





리버스 아나타의 밤은 늦다


조교자가 노예보다 먼저 뻗어버릴 순 없다는 쇠고집에 하품을 뻑뻑 내뿜으면서 힘없이 조교하는 주인님. 이번에는 스마타 도중에 조금씩 꿈뻑꿈뻑 조신다

이대로 주인님이 먼저 뻗으면 당분간 삐져버릴 게 틀림없다. 아나타는 어금니쪽에 박아둔 미약 2개를 살며시 씹어 순간적으로 체온을 올린다

입이 막 흐르려던 주인님도 화들짝 일어나 드디어 조교가 먹히고 있구나 내심 우쭐거리며 조교를 재개한다. 얼마 안 가서 아나타는 사정하더니 기절하듯 늘어진다


그제야 노예가 지쳐 쓰러진 줄 안 주인님은 만족하며 비척비척 방에 놓인 침대에 몸을 누이러 가시지만


아나타의 밤은 끝나지 않았다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 환기도 하고 널부러진 주인님을 목욕탕으로 던져버린 뒤 나몰라라 하고 잠들고 싶지만 꾹 참는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널부러진 도구들을 소독하고, 주인님의 조교전을 열어 차후 방침을 기록한다. 기분 좋으라고 한 구석에 참 잘했어요 마크도 잊지 않는다


"ㅇㅇ야..."


갑자기 자기를 부르는 목소리에 순간 놀라 뒤를 돌아보지만 잠꼬대였나보다. 꿈에서 뭔가 흐뭇한 일이라도 있는가 침을 질질 흘리면서도 헤실헤실 웃는다

아나타는 그 곁에 가만히 앉아 주인님의 머리를 가만히 어루만지고는 다소 눅눅한 이불 속에 눕는다

지금은 조금이라도 더 자둬야 한다. 내일은 주인님이 아침 일찍 노예를 자랑하러 가는 날이니까


주인님의 길은 아직 멀었다.


출처 : DC텍스트게임갤러리 한 유저의 창작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