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오리캐가 주인공이며 초반 진입부에 동방에 관한 내용이 없습니다. 또한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음을 알립니다.


사실 장편으로 연재하려다 이미 연재중인게 있어가지곰... 이거 하나가지고 단편입니다! 하고 플렛폼에다 올리기에는 뭐해서 여기다가 올립니다. 아이디어랑 스토리만 짰어요. 피드백이나 평가좀 해주세요! 대충 지름작이기도 한데 쓰다보니 10000자가 넘어서 내 자신에게 놀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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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란 무엇일까.

평범한 사람들이라면 성공한 미래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렇다면 자신의 미래를 찬란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내가 생각하는 중요한 부분은 학력이다. 대부분의 학생이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학교에 가 공부한다. 수능도 치르고.

그렇게 대학을 졸업한 후 취업률을 높여 좀 더 좋은 인생을 바란다.


이 이후의 과정 또한 엄청난 고난이 있겠지마는 내 인생이 변한 분기점은 내가 학생일 때이다.


수능. 고3들이 목숨까지 걸며 영혼을 불태우는 시험. 고1부터 준비하기도 하고 이미 늦은 걸 알았다거나 수능이 망한 학생들은 재수하여 다음 연도를 기약하기도 하는 시험이다.


그러한 중요한 시험. 나는 재수를 선택해 이미 포기해버린 많은 고 3중 하나였다. 그렇게 1교시, 국어 영역 시험이 시작되었다.


- [1~3] 다음은 학생의 발표이다. 물음에 답하시오.

안녕하세요. 여러분의 필통에는····.


1번부터 어지럽다. 그래도 조금이라도 풀긴 풀어야지 하는 마음에 내용을 파악하였다. 그런데 문제의 보기가 많이 이상하다. 열거?를 한 건가? 특징을 부각하기 위해 비교한 건… 맞고. 그렇게 1번 문제를 푸는 데 5분이 소모되었다.


1번 문제부터 5분을 소모하고 답이 없음을 깨달은 나는 포기하고 눈을 감았다.


‘스바… 나한테 정답이 보이는 능력이 있더라면!’


날 먹. 모두가 바라는 능력이 아닐까? 공부하지 않아도 정답이 보인다면 수능이라 하더라도 10분이면 뚝딱이다.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며 눈을 감고 있다가 눈을 떴다.


「1번 문제의 정답은 2번입니다.」


눈앞에 이상한 것이 보였다. 내가 드디어 미쳤나 싶었다. 이런 소설 같은 전개가 내게 일어날 줄이야. 당황스러웠다.


눈앞의 이상한 창에 나는 손을 휘휘 저었다. 그 이상한 창은 나의 손을 통과했다. 얼떨떨한 기분이다. 무섭다기보단 신기하다. 정신병에 걸린다면 이런 느낌이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나는 눈을 2~3번 깜빡였다. 계속해서 저 이상한 창이 보인다.


‘저거 어떻게 안 보이게 하지?’


마음속으로 생각하자 앞에 있는 창이 보이지 않았다.


‘뭐지? 내 마음에 답하기라도 한 건가?’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한번 생각했다.


‘2번의 정답은 뭐야?’


「2번 문제의 정답은 1번입니다.」


이번에는 창에 띄워진 문장이 달라져 눈에 보였다. 내가 마음속으로 생각했던 질문이 내 눈앞에 정답으로 보인다. 믿을 수 없었다. 혹시 꿈인가 싶다가도 ‘역시 정신병이겠지…’라고 또 생각해버린다.


그런데 시험 삼아 저 창의 말대로 답을 찍어보기로 했다. 어차피 나의 지식으로는 풀 수 없는 수준의 문제들이다. 실험한다는 느낌으로 찍어보고 아니면 정신병원으로 가면 되는 부분이니 상관없다.


그렇게 나는 모든 문제. 국어~제2외국어까지 전부 창이 알려주는 대로 찍었다. 아 한두 개는 다르게 찍었다. 괜히 만점 맞아서 수능 만점자 타이틀을 가져 시비를 걸고 싶진 않으니까.


‘아니, 근데 못 보든 잘 보든 모의고사도 개떡같이 보던 녀석이 갑자기 수능을 높은 수준으로 나오면 의심하는 거 아닌가…?’


아직 결과가 나온 것도 아닌데 벌써 김칫국을 들이켜고 있다.


그렇게 수능 결과가 나오기를 기다렸고 결과는 대박이었다.


“미쳤다. 미쳤어…!”


수능 결과는 1등급. 그리고 이 능력만 있다면 이전의 성적과는 무관하게 서울대에 가는 것도 무리는 아닐 터이다.


내 인생이 탄탄대로 그 자체가 될 것이라는 생각에 행복 회로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내 상상에 부응하듯 수능 이후의 나는 매우 성공적인 인생을 살았다.


“서울대 합격하게 도와줘”

「서울대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이 능력 덕분에 서울대에서 미친 커리어를 쌓았다. 주변에서는 나를 공부도 잘하는데 외모도 준수하다는 이유로 엄친아라고 부른다.


이 우월감은 무엇일까. 자신이 한 노력은 다른 이에 비해 별로 없음에도 이런 성공한 삶을 살다니. 


돈은 오르는 주식만 살 수 있어 떼돈을 버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고 대학의 과제는 내 능력에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다 어여쁜 여인을 만났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한눈에 반했다는 것이 이런 느낌이구나 싶었다.


가까워지고 싶어 정답에 물었고 덕분에 쉽게 접근하여 그녀와 친해질 수 있었다. 이후로는 능력에 도움을 받지 않았다.


연애만큼은 남의 도움을 받고 싶지 않았기에, 헤어질 위기에서나 사용하였지, 우리는 알콩달콩 잘 이어 나가 결혼까지 하였다.


이 능력을 처음 얻었을 때만 해도 철없는 아이에 불과했는데. 세월이 지나자 철이 많이 들었다.


가정을 꾸려 딸을 낳아 행복하게 지내었다. 아내가 힘들면 도와주고 아이를 위해 모든 해준다. 내 친구들은 나보고 딸바보~ 딸바보~ 거린다.


“하하…”


별로 듣기 싫진 않다. 내 사랑스러운 딸을 위해서 뭐든 해주는 게 무엇이 문제이랴. 그렇게 나는 그 누구보다 행복한 삶을 살았다고 자부할 수 있었다.


그리고 불행의 시작은 이때부터였다.


“가족여행을 떠날 건데, 어디로 가는 게 좋을까?”

「광안리해수욕장을 추천합니다.」


이 chat ppt 더 똘똘한 능력이 있어 정말 다행이다.


“좋아. 그럼 가볼까?”


아내와 딸. 모두 준비가 맞추고 나는 운전대를 잡았다.


몇 분에 걸쳐 광안대교에 도착하였다.


“딸~ 야경이 끝내주지 않아?”


“와! 짱 예쁘다. 아빠 바다가 출렁거려!”


아내는 오랜 운전 시간에 잠이 들었고 딸은 바깥의 풍경에 신이 나 있다.


“아이고~ 그렇게 좋아?”

“웅! 아빠 최고야! 아빠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


이제 초등학교 5학년 정도 되는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딸이다. 보통 초등학교에 들어서기만 해도 아빠를 싫어한다는데, 우리 딸이 귀엽고 사랑스럽다.


-빵--! 빵--!


어디선가 자동차 경적이 들려온다. 나는 무슨 일인지 궁금하여 백미러를 보려 하였다.


-쾅!!


그 순간 뒤에서 차 한 대가 우리를 들이박았다. 





-삐--! 삐--!


심장박동기 소리가 들려온다. 이것은 나의 심장 박동 소리가 아니었다.


“미안해… 여보! 눈을 떠줘 제발…”


자동차 사고 이후 아내는 식물인간이 되었다.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어째서 이렇게 된 거지? 나는 눈을 꾹 감았다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내 능력아, 네가 추천해준 여행지는 최악이었어. 그것은 정답이 아니었다고.

「추천해준 여행지는 최고로 행복한 추억이 이루어질 장소가 맞습니다. 단지 그 과정에서 주인님의 잘못이 있었을 뿐.」


눈앞에 보이는 문장은 가관이었다. 손에 주먹이 꽉 쥐어진다. 순간적으로 분노를 제어할 수 없었다.


“내 잘못? 내가 뭘 잘못했다고. 운전? 내가 법을 어기기라도 했어? 아니잖아. 잘못은 뒤에서 우리를 박아버린 녀석이겠지.”

「하지만 그 차로에 있었던 것은 주인님의 잘못이었죠.」


“뭐…, 뭐라고?”


눈살이 자동으로 찌푸려졌다. 이 새끼는 지금 뭐라고 하는 거지? 입술을 깨물었다. 숨은 거칠어졌다. 그러나 난 할 말이 없었다.


내 능력은 항상 내게 정답을 알려줬다. 그렇다면 이건 내 잘못이 맞는다는 것이 아닐까?


나는 잠시 진정했다. 자리에 다시 앉아 누워있는 아내의 손을 잡았다.


“차라리, 차라리 내가…”

“아빠…? 엄마 많이 아파?”


그러자 옆에 있는 내 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불행 중 다행인 건 딸은 무사하다는 것이다.


딸에게 못 볼 꼴을 보여준 것일까. 눈물을 글썽이며 나를 올려다보는 내 딸을 보며 생각했다.


“여보, 힘들겠지만… 버텨 줘. 내가, 내가 꼭 방법을 찾을게.”


‘내가 무슨 일이 있어도 찾아낼게.’


딸과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딸을 진정시키고 재웠다. 나는 딸이 자는 것을 확인하고는 방에서 나왔다.


“식물인간… 상태를 해결할 수 있는 정답이 뭐야.”


나는 날이 선 목소리로 말했다.


「환상향으로 가십시오.」


‘환상향…?’


「잊혀진 환상들이 모이는 장소입니다. 그곳에서 어떠한 약이든 만들 수 있는 에이린이라는 약사에게 약을 받아내시오.」


환상의 존재. 어떠한 약이든 만들 수 있는 약사. 믿을 수 없는 헛소리 같았지만 나는 믿을 수밖에 없다.


“그곳으로 어떻게 가야 하지?”


「일본의 낡은 신사. 하쿠레이 신사로 가십시오.」


일본으로 가라고 한다. 그런데 환상향이라는 그곳은 위험한 곳이 아닐까?


「상당히 위험한 곳입니다. 또한 딸에게 어머니의 완치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면 딸과 동행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능력의 조언대로 딸을 위험한 곳에 끌고 갈 수는 없다. 그래, 안된다면 혼자라도 가야지.


「몇 개월이 걸릴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평생, 아니 그 이상의 돈은 남겨놓고 가십시오.」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다. 나는 마지막으로 자는 딸의 방에 들어가 음냐 거리며 자는 딸의 머리를 조심스레 쓰다듬었다.


“아빠가… 꼭 우리 딸 다시 행복하게 만들어줄게.”


나는 편지와 돈을 남기고 짐을 준비하며 아침 일찍 집을 떠났다.


이미 내 딸을 맡아줄 가정부까지 고용해놨다. 아직 초등학생 5학년인 딸을 혼자 두고 갈 수는 없으니까.


그렇게 비행기를 타고 일본에 순조롭게 도착하였고 능력으로 쉽게 하쿠레이 신사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여기서 무얼 해야 해?”

「돗자리를 깔고 하룻밤 주무십시오」


나는 조언대로 귀신이 나올 것만 같은 이 낡은 신사에 돗자리를 깔고 하룻밤 잤다.


아침이 되고 눈을 뜨자 낡은 신사는 온데간데없었고, 어디인지 모를 숲에서 깨어났다.


“여긴 어디야?”

「환상향 입니다.」


드디어 도착했다. 이곳에서 에이린이라는 약사를 찾으면 된다.


“너는… 먹어도 되는 인류?”


갑작스럽게 등 뒤에서 꼬마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깜짝이야! 꼬마야 혹시 길을 잃었니?”

“꼬마가 아니라 루미아인 거다-”


양팔을 일자로 들어 올리며 웃는 얼굴로 말하는 꼬마가 그저 귀여울 뿐이었다.


“그래그래, 루미아 아가씨?”


그 순간 눈앞의 파란 창이 보인다.


「당신과 대화하고 있는 자는 해질녘의 요괴입니다. 살고 싶다면 어서 도망가세요.」


“요…괴라고?”


그 말을 듣자마자 나는 내려다보고 있던 루미아에게서 등을 돌려 빠르게 도망갔다.


“앗! 도망가지 말라는 거다-!”


해질녘의 요괴라는 자는 땅에서 발이 뜨더니 나를 날아와 쫓았다.


“미친, 미친! 하늘을 날았어. 저 녀석, 하늘을 날았다고!!”

「속도의 차이로 인해 도망이 불가능하다고 판단. 저쪽 나무 뒤에 숨으십시오.」


나는 능력의 조언대로 빠르게 나무의 뒤에 숨었다. 다행히 루미아라는 요괴는 시력이 좋지 아니한 건지 나무 뒤로 숨는 나를 못 보아 계속 직진으로 전진해 나를 놓쳤다.


“헉… 헉… 위험하다는 게 이런 뜻이었어?”

「이 말고도 흡혈귀, 강시, 오니, 캇파, 설녀, 츠쿠모가미등 여러 요괴가 존재하는 장소입니다. 그들의 눈을 피해 미혹의 죽림 안에 존재하는 영원정으로 가십시오.」


몸이 떨린다.


‘흡혈귀니, 강시니 그런 괴물들이 존재하는 곳이라고? 이런 곳에서 무사히 살아 돌아가라고?’


겁이 안 난다면 그건 일단 일반인은 아닐 거다. 나 또한 일반적인 인간이라고 하기에는 그렇지만 최소한 나는 섣불리 움직일 수 없었다.


그것도 잠시. 기다리고 있는 내 딸과 지금도 고통받고 있을 아내를 생각하면 움직여야만 한다. 여기서 멈추어서는 안 된다.


‘위험한 존재들을 피해 미혹의 죽림으로 향할 수 있는 길을 안내해줘.’


「우로 30km 앞 좌회전입니다.」


30km…라니 걸어서 가라고?

「다른 경로는 걸릴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어쩔 수 없이 나는 30km를 걸었다. 그래, 마라톤도 42km의 거리를 달리는데 나라고 30km도 못 걸을 리가. 내 의지는 누구도 꺾을 수 없었다. 몇시간이 걸렸을까. 결국에는 죽림에 도착했다.


나는 쉬지 않고 와 바닥난 체력에 숨을 골랐다.


“헉..헉. 이 안에 그 약사가 있다 이거지?”

「들어가서 우로 10, 좌로 12, 유턴해서 30 발자국 걸으십시오.」


“뭐 이리 빙 돌아서 가는 거야? 유턴할 거면 그냥 쭉 가면 되잖아.”

「미혹의 죽림은 길이 주구장창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닙니다.」


“허억…그래, 후. 그렇다는 거지.”


확실히 안개가 가득하고 길을 잃기 쉽사리 다. 내 능력이 아니었다면 길을 잃어 굶어 죽었을지도 모른다.


숲을 뚫고 발견한 것은 누가 봐도 여기입니다! 하고 광고하는 듯한 가옥? 이었다.


나는 조심스레 발을 옮기려 했다.


「아래, 함정이 존재합니다. 장난꾸러기 흰토끼가 판 함정이니 돌아서 옆길로 이동하시오.」


입장부터가 쉽지 않다.


-똑. 똑. 딸랑~


나는 옆길로 회피해 영원정의 문에 노크한 뒤 2초 정도 기다린 후 문을 열었다.


무언가 옆길로 회피해 갔을 떄 칫-소리가 들린 것 같지만 잘 못 들었다고 생각하고 무시했다.


“실례합니다.”


문이 열리자 이불을 덮고 나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는 미인이 나를 뚫어져라 보다가 갑자기 크게 소리쳤다.


“도와줘 에-링~!”


너무 갑작스러운 반응인지라 나 또한 그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가만히 서 있었다.


“어머… 손님이시군요. 복장을 보아하니, 외부인?”


「저자가 바로 야고코로 에이린. 당신이 찾아야 할 약사입니다.」


“당신이 에이린이군요. 약을 부탁하러 왔습니다.”


나는 기쁜 마음에 곧바로 그녀에게 부탁했다.


“흐음… 제 이름을 알려줬었던가요? 외부인이 소문을 듣고 왔을 리는 없을 것이고… 미혹의 죽림을 쉽게 뚫고 왔다는 것도 의심스럽군요.”


“하하, 그… 개인적인 능력이라고 해두죠.”


“그래요, 뭐 상관없겠죠. 찾는 약이 무엇이죠?”


“식물인간 상태를 해결시켜 줄 약을 만드실 수 있으시다고 들었습니다.”


“그 정도야 저에겐 식은 죽 먹기까지는 아니지만 만들 수 있죠.”


그녀의 말을 듣고 나는 환호했다. 생각보다 빨리 이 일을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에 말이다.


“그런데, 일반적인 가격은 아니지요. 그 정도의 돈은 가지고 있겠죠?”


이어지는 그녀의 말에 나는 입이 다물어졌다. 생각지 못했다. 아니 어찌 보면 당연한 사실인데도 급한 나머지 생각지 못했다.


“특히나 보아하니 바깥에서 사용할 생각이신가 본데 쉽지 않을 거라는 것만 알아두시죠. 제가 특별히 넓은 아량을 통해 첫 손님 할인을 해줄 테니 이 정도만 내세요.”


그녀는 내게 가격을 제시하였고 이미 주식으로 대박 난 나의 전 재산으로 충분히 구매할 수준이었다. 내 표정이 조금 나아졌음을 인지했는지 그녀가 다시 말을 이었다.


“참고로 여기서 통하는 금전이 그쪽 바깥의 금전과 같다고 생각하시는 건 아니시죠?”


그 말에 나는 다시 나락에 빠진 것만 같았다.


“외상…은 안 되겠지요?”

“인간이 언제 죽을지 모르는 세상에서 외상이라뇨. 그런 건 불가능합니다.”

“그..렇군요.”


그녀의 말을 통해 그녀 또한 인간이 아님을 눈치챘다. 인간은 괴물들을 이해할 수 없다. 나는 그녀가 원하는 대로 돈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 돈부터 벌어야 한다.


「인간 마을에서 장사를 시작하시오.」


인간이 존재하긴 했나 보다. 내 능력이 인간 마을로 가라는 것을 보면.


“나중에, 돈이 모이면 찾아오겠습니다.”


나는 더 이상 이곳에서 무언가 할 수 없었다. 내 능력의 조언대로 장사나 해 돈을 벌자. 지금은 그 길만이 최선일 거라 나도 생각했다.


그 이후로 인간 마을에 도착해 심문받고 시작 자금을 지원받아 장사를 시작했다. 나의 능력과 바깥 세계의 지식을 이용해 장사에 대박이 터졌다. 돈을 싹 쓸었음에도 부족한 금액에 몇 년은 더 장사했다.


5년쯤 지났을까? 드디어 돈이 모였다. 나는 돈을 들고 무사히 영원정에 도착해 약을 얻었다.


“이제… 돌아가고 싶어.”

「환상향의 하쿠레이 신사에서 레이무에게 바깥 세계에 가겠다고 하시오.」


이젠 익숙해졌다. 여러 위험한 장소를 돌아다니며 체력과 도망 능력은 올라갔고 이제는 남몰래 돌아다니는 것이 익숙해졌다.


물론 장사를 하며 여러 요괴와 친해지기도 하였지만 두려움은 숨길 수 없었다.


그렇게 하쿠레이 신사에 도착하였다. 미친 듯이 존재하는 계단이 내 단련된 체력을 완전히 빼놓았다.


신사에 도착하자 보이는 허전한 세전함에 나는 약을 사고 남은 약간의 돈을 집어넣었다.


“아이고~! 신도님 세전 감사합니다!”


세전함에 돈을 넣자마자 조금 노출도 높은 무녀복을 입고 있는 무녀가 나와 나를 반겼다.


「하쿠레이 레이무라는 무녀에게 바깥 세계로 보내달라고 하시오.」


“레이무씨를 찾아왔습니다. 혹, 저를 바깥 세계에 돌려보내 주실 수 있을까요?”


“뭐야. 외부인이었어? 어려운 거 없지. 따라와.”


다행히 막히는 것 없이 안전하게 돌아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레이무라는 무녀가 모든 준비를 끝냈고 이제 돌아갈 준비만 하면 된다.


그러나 갑자기 빈 곳에 균열이 열렸다.


“잠깐. 너 주머니에 있는 그 약은 내게 반납하고 가야 할 것 같은데?”

“야쿠모 유카리….”

“어머, 나를 이미 알고 있을 줄은 몰랐는데~?”


능력을 통해 그녀가 자신을 방해하리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를 설득할 말들을 준비해왔다.


“제겐 꼭 되돌리고 싶은 가족들이 존재합니다. 제가 듣기로는 야쿠모씨 또한 식신들을 가족처럼 여긴다고 들으셨습니다. 그렇다면 제 기분을 이해해주실 거라 믿습니다. 부디 이 불쌍한 인간을 어여삐 여겨 이번 한 번만 봐주실 수 없겠습니까…?”


그러자 유카리가 부채로 입을 가렸다.


“호오, 그 약은 바깥 세계의 가족에게 사용할 모양이지요? 불순한 의도는 없는 것이고.”

“당연합니다. 그러니-”

“좋습니다. 허락할게요.”


그녀는 손쉽게 내 부탁을 들어주었다. 솔직히 이렇게 쉽게 부탁을 들어주실 줄은 몰랐다.


“감사합니다… 정말로, 정말 감사합니다.”

“고마워 할 필요 없어. 그냥… 아니야.”


그녀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내 얼굴을 피하였다. 눈물을 흘리고 있어서일까? 나는 무슨 말을 하려 했는지 궁금하였지만 빨리 돌아가 자신의 아내를 볼 생각에 생각하지 않았다.


“보아하니 여러 요괴들과 친해진 모양인데, 돌아오고 싶으면 언제든 돌아와도 돼. 덤으로 원하는 지점 있으면 말해. 그곳으로 보내줄 테니.”

“이런, 추태를 보였네요. 죄송해요. 그리고 배려 감사합니다. 이렇게 저를 위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


그녀는 그 후로 침묵하였다. 그녀는 분명 나를 처음 볼 텐데 왜 이렇게까지, 나를 불쌍하게 보는 것일까. 돌아가면 불행 끝 행복 시작일 텐데. 그러한 지금 난 그녀에게 정말 엄청나게 큰 은혜를 입었다. 나는 돌아가기 전까지 계속해서 고개를 숙이며 감사함을 표현했다.


“드디어…”


포탈에 나와 눈을 뜨자 마른 자신의 아내가 눈에 보였다.


“여보… 나왔어. 이제, 이제는 우리 같이 못 지낸 시간만큼 행복하게 지내자.”


지금의 그녀가 흉측한 모습을 하고 있다 하더라도 난 그녀를 사랑한다. 내 딸과 함께 같이. 다시 일상을 지낼 수 있는 거야.


그녀의 입이 도통 열리지 않아 내 입을 통해 약을 먹였다.


“사랑해, 여보.”


에이린이라는 약사의 말대로면 내일 또는 이틀 후 약효가 들어 건강을 되찾을 거라 하였다. 잃었던 영양까지도.


나는 할 일을 맞추고 병원에서 나왔다. 다행히 병실에는 아무도 없어서 갑자기 나타난 나를 눈치채지 못한 듯하였고 자연스레 병원을 나올 수 있었다.


병원을 나온 내가 간 곳은 내가 지내었던 집이었다. 며칠 몇 년이 걸렸을까, 오랫동안 못 보았던 딸을, 성장했을 나의 딸을 볼 생각에 싱글벙글 집 문 앞에 찾아 가였다. 비밀번호는 긴 세월 동안 까먹어 초인종을 눌렀다.


딸이 나를 보면 어떤 반응을 할지 예상이 가지 않았다. 나를 보면 울까? 왜 인제야 나타났냐고 때릴까? 어찌 되었든 딸에게 늦어서 미안하다고 전할 것이다. 


-끼익.


문이 열리었다. 귀여웠던 나의 딸의 모습과 성장한 딸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아아, 잘 성장해주었구나. 딸아 수고했어. 그리고 아빠가 미안해.’


그렇게 첫 말을 꺼내려 하자 들려오는 대답은 울음도 한탄도 욕지거리 또한 아니었다.


“누구..세요?”


처음에는 오랜 세월 간 변한 나의 얼굴을 못 알아본 줄 알았다.


“딸아, 아빠야. 못 알아보게 늙었지?”


그러자 나의 딸은 눈살을 찌푸렸다.


“죄송한데 저희 한부모가족이거든요? 괜히 사람 기분 나쁘게 하지 마시고 경찰에 신고하기 전에 돌아가세요.”


-쾅!


그 말은 내게 화살이 되어 꽂혔다. 이게 무슨 소리야. 내가 남긴 편지는? 내가 남긴 돈은? 그뿐만 아니라 내 흔적들은??


「환상향은 세상에서 잊혀진 환상들이 모이는 장소입니다. 그러한 곳에 잊히지 않은 자가 환상향에 오랫동안 존재하였으니, 세상에서 잊혀진 것입니다.」


안 그래도 충격이었던 내 심정에 조롱이라도 하는 듯 능력이 발동되었다.


“하, 하하! 개소리, 개소리가 분명해. 아니야! 아니라고!! 내가 남긴 편지는? 사진들은?”

「전부 세상 속에서 사라져 잊혀졌습니다.」


“아, 아악, 아아아!!”


통곡했다. 나는 이제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 가. 왜 나한테 이러는 거야. 그래, 모두 내 능력 때문이다. 이런 건 정답이 아니다. 내가 원하는 정답은 이딴 게 아니라고.


“어째서… 왜 이따위 정답을 알려주는 거야! 내 능력을 믿는 게 아니었어.”

「저는 그저 주인님의 질문에 답했을 뿐입니다.」


“항상, 항상 그래왔어. 교통사고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이딴 게 왜 정답인 건데!”

「실제로 주인님의 아내는 정상적으로 돌아올 것입니다. 과정이 어떠하든 당신이 원하는 결과를 제시하였을 뿐입니다.」


그놈의 결과, 결과. 그런 거 정답이 아니야. 어디까지 나를 나락으로 보낼 셈이야. 내 능력, 아니 너는… 너 정체가 뭐야.


왜 인제야 궁금해할까. 이 능력은 내 마음을 읽고 그에 상응하는 대답을 해주었다. AI? 고작 인공지능 따위가 그럴 리가. 


「저는 주인님의 능력일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닙니다. 자체적인 생각 또한 할 수 없는 능력이며, 자기 능력을 탓하는 것은 정답이 아닙니다.」


그놈의 정답 타령.


“하하… 미쳤어. 차라리, 차라리 내게 이런 능력이 없었더라면…”


후회스럽다. 정답을 보는 능력이 이렇게까지 불행으로 다가올 줄이야. 나는 아무도 안 올 골목에 누웠다. 어두운 골목 노숙자 신세. 내게 희망은 이제 자신의 아내뿐이었다. 믿었다. 그녀만큼은 나를 기억할 것이라고.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병원에 찾아간 나는 그녀의 병실에 찾아가았고 웃으며 창밖을 보고 있는 아내가 보였다.


“여보...”


내 목소리를 들었는지 그녀는 고개를 돌렸다.


“의사… 선생님이신가요?”


그리고 그 희망은 나를 철저하게 나락으로 떨어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