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크
에르핀은 케이크를 좋아한다
진흙조차도 케이크 모양으로 빚어놓으면 먹을 것이다
그런 에르핀에게 케이크를 원 없이 먹이고 싶으나
케이크조각마저 6천원을 호가하는 물가 앞에 좌절해버렸다
그러나 오답도 답이고 0점도 점수고 리자몽도 자몽인 이 시대에
핫케이크도 케이크라 볼 수 있지 않을까?
1kg에 6390원하는 핫케이크믹스를 구해왔다
내 연회장의 엘프식량 배급기라는 치욕을 떨쳐주마
친절한 레시피를 읽고 바로 제작에 들어갔다
우유 준비
실한 계란 둘
섞어 섞어
알끈이나 난황을 쉽게 제거하려면 체쳐서 계란을 넣으라던데
까먹어서 일단 섞음
가루는 체쳐서 넣음
달걀 푸는데 쓰려다 까먹은 거 여따 써야지
반죽은 골고루 섞되 흐를 정도로
오래 섞으면 글루텐이 생겨 질겨져서 맛이 없다고 한다
식으면 급격하게 맛 없어지는 이유도 그 때문
그럼 깔끔하게 투하
팬을 달구지 않아도 천천히 같이 익혀서 먹을 수 있다고 한다
달궈지지 않은 건 내 인내심이었나보다
10분 넘게 지질 생각이 없다면 팬부터 달구고 만들자
2번째 투하
팬이 예열된 관계로 2분이면 금새 뒤집는다
물론 잘 뒤집을 거란 얘긴 안했다
자신감 넣고 3번째 투하
크게 만들어봤다
핫케이크 반죽은 잘 흐르기 때문에 뒤집기가 늦으면 흘러버린다
크게 만들지 말자
라고 생각한 순간 4번째 투하
크고 흘러넘치지 않은 핫케이크는 뭔가 멋질 거 같다
반죽이 많으면 끝이 울어서 해파리가 된다
내용물을 쏟지 않아도 문제가 있었다
반죽이 동날 때까지 붓고 붓고 또 붓는 N번째 투하
마지막까지 내 뜻대로 되는 놈이 없다
줘팸터 단식메타 에르핀을 보는 기분이다
아무튼 완성
에르핀을 위한 케이크 잔뜩!
버터 귀떼기만큼이나 잘 익은 색깔이 마음에 든다
달다 못해 쓴 맛이 일품인 딸기잼과 먹었다
우유가 땡기는군
조카들의 평
첫째 : ★★☆☆☆ 잼 말고 그냥 먹는게 맛있다고 했다
둘째 : ★☆☆☆☆ 이건 케이크가 아니라고 울었다
에르핀도 이것이 케이크가 아니라고 할까?
알 바 아니다 달았으면 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