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 모종의 이유들로 미소녀들이 안경을 쓰지 않는 세상. 

PC들은 그 이유를 없애고 미소녀에게 안경을 씌우기 위해 노력하는 TRPG

TRPGおまじな大饗宴  라는 책에 수록되어 있는 룰 중 하나임



북풍이 몰아치는 겨울 해질녘, 빠른 걸음으로 귀가하는 인파를 거스르듯 나는 걸음을 옮긴다.


「이 녀석도 저 녀석도 똑같은 얼굴뿐이야, 지긋지긋해...」


목적지는 번화가 한 켠, 빌딩과 빌딩의 틈새, 골목 안쪽, 에어컨 배기음과 음식물쓰레기 냄새가 진동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

지하로 뻗은 계단을 내려가면 【Bar IinChoU】라고 필기체로 각인된 목제 문이, 중후한 모습으로 나를 기다리고 있다. (*Bar linchou : 일본어로 반장과 발음이 비슷. 일본에서 반장은 대표적인 안경캐릭)

안에서 사람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또 1등인가...」


이곳에 오기를 기대하고 있는 자신이 있다는 사실에 가벼운 놀라움을 느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상도 못했네, 내가 즐겁다고 생각할 수 있다니.』

자조하는 듯이 웃으며 목재문을 연다.


거기에는 낯익은 Bar의 모습이 있다. 카운터와 테이블이 두 개뿐으로 넓지는 않지만 비좁은 느낌은 들지 않고 오히려 여유로운 분위기마저 있다. 매장 안은 어둑어둑하여 벽에 놓인 오렌지 조명만 간접적으로 비추고 있다. 낡은 축음기가 놓여 있지만 곡은 흐르지 않고 카운터 안쪽 점주가 잔을 닦는 소리만이 공간을 채운다. 바깥의 풍경으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아늑한 공간이다.

회색의 땋은머리, 웨이터 복장의 주인과 눈이 마주치지만 서로 아무 말 없이 카운터석에 앉는다.


「평소대로」


카운터에 앉자마자 그렇게 말한 나에게 가게 주인이 희미하게 웃어댔다.


「오늘 특이한 게 들어왔는데」


가게 주인이 이렇게 말을 걸어오는 일은 드물지 않지만, 그 말이 빗나간 적은…현재로서는 없다.


「그럼 그걸 받을까?」


주인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뒷장에서 록 글라스와 늘 마시던 위스키를 꺼내 내 앞에 놓았다.

그리고 아까까지 닦고 있던 잔을 록 글라스 안에 넣고 거기에 위스키를 따른다.

나는 눈을 부릅뜨고 들어갈 수 있는 그거를 본다.


「이건!!!??」


가게 주인이 히죽 웃는 것을 느꼈다. 그런데 내 눈은 이제 가게 주인을 보지 않는다. 빨간 색을 한 "그것"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되어 있었다. 눈을 떼면 사라져 버린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빨간색 언더블로, 게다가 셀프레임...!!」


나도 모르게 말이 새어 나왔다.

거기에 있었던 것은 바로 그대로였다.

빨간색 셀룰로이드 프레임 림은 아랫부분에만 얇은 렌즈가 들어 있다. 렌즈를 통한 경치로 볼 때 도수는 적지만 확실히 들어 있다.

그래, 【안경】이 거기에 있었다.


「점주!?」


나는 일어나서 뭐라고 말하려 했지만 주인은 조용히 손을 뻗어 그것을 눌렀다


「괜찮으니까, 마셔.」


나는 의자에 다시 앉아 잔을 입으로 옮겼다.


「…맛있어」


「흐흐, 그렇지. 넌 항상 메탈 프레임만 있으니까 가끔은 이런 유행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야.」


「이거 구하기 힘들지 않았나?」


주인은 아무 말 없이 자리에 앉았을 때와 마찬가지로 옅은 미소를 지으며 다른 잔(glasses)을 닦기 시작했다.

『고맙군...』

나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이 술을 제대로 맛보기 위해 가방에서 작은 케이스를 꺼내 뚜껑을 열었다.

거기에는 내 안경이 들어있다. 스퀘어형 검은색 셀 프레임.

케이스에서 꺼내어 안경을 꼈다.

순간 세상이 맑아진다.


흐릿했던 풍경이 초점을 맞춰 가게 안의 다양한 것들이 자기주장을 시작한다. 선반에 진열된 세계 각국의 술 라벨이, 가게 주인의 얼굴에 새겨진 깊은 주름이, 조명에 새겨진 기하학적 무늬가, 그리고 잔에 담긴 빨간색 안경이 내 망막에 확실하게 새겨진다.

새삼스럽게 글라스에 담긴 안경을 유통한다.


과연, 앞의 나의 관찰은 틀린 것은 아닌 것 같다, 빨간색 셀 프레임, 아래쪽 하프림, 렌즈는 타원형이고 렌즈는 크지만 가로로 긴 형태여서 스타일리쉬한 분위기가 있다. 현(弦) 부분도 그저 곧은 것이 아니라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여성스러움을 연출하고 있다. 군데군데 의장을 공들여 만든 무늬가 들어가 있는 것도 보인다. 렌즈가 얇기 때문에 그에 맞춰 림도 얇아 촌스러운 느낌이 없고 지적인 아우라를 가지고 있다.

한마디로 「마음에 든다」


가게 주인이 추천할 만할 하다. 메탈 프레임파인 내가 셀 프레임에 이렇게까지 매료될 줄은 몰랐다.

술을 마시다, 진한 맛이 입안 가득 퍼진다. 평소 메탈 프레임 안경주와 달리 펀치가 잘 먹혀 뇌에 쾌락 성분을 뚝뚝 흘려온다.


「셀 프레임도 나쁘지 않은데...」


그렇게 한마디 중얼거리며 묵묵히 잔을 비운다.

가게 안은 점주가 글래스(안경, 잔)를 닦는 소리와 기울인 잔에 안경이 닿는 소리만 울리고 있다.

잠시 안경주를 즐기고 있는데 주인이 조용히 컵받침을 내밀었다, 보니 거기에는 여자의 것일 이름이 적혀 있었다.

가게 주인을 바라보지만 변함없이 무표정하게 안경을 닦고 있다.

나는 미소를 짓고 동료를 부르기 위해 핸드폰을 꺼냈다.

자, 안경을 쓰러 가자.


Start to Game…

The Angel of Glasses TRPG

~Meganerion~




아래는 룰북 마지막에 수록된 안경주 만드는 방법


~안경주 만드는 법~

①먼저 안경을 고릅니다. 미소녀가 쓰고 있던 것이 최선이지만, 없는 경우는 수중에 있는 '갑자기 미소녀를 만났을 때 씌우는 안경'을 사용해도 좋을 것입니다.

②술을 고릅니다. ①에서 고른 안경에 맞는 것을 고릅시다. 기본적으로는 투명한 것이 좋겠죠.

③잔을 고릅니다. ①에서 고른 안경에 맞는 것을 고릅시다. 크기는 안경 끝이 조금 나오는 정도가 좋을 거예요.

④글라스에 안경을 넣습니다. 얼음을 넣을 경우 안경을 넣은 후에 넣습니다.

 *단, 렌즈가 손상될 수 있으므로 주의합시다.

⑤술을 따릅니다.

⑥맛봅니다.


만약 만들어서 마셔볼 사람이 있으면 후기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