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일을 하고 있으신 오라버니의 집무실에서 차를 마시고 있는건 죄송한 일이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오라버니랑 마주칠 시간이 너무 적으니 어쩔수 없는 일이다.


"레이널드."


오라버니께서 이자리에 없는 누군가를 부르는 기분이 들지만 날 부르신게 아니니 입안에 머금은 홍차의 향을 즐기기로 했다.


복숭아로 가향을 한 모양인지 은은하게 퍼지는 복숭아향이 기분 좋게 입안을 가득 채운다. 역시 집사가 내려주는 차는 언제나 맛있다.


"...레오."


오라버니는 여전히 누구의 것인지 모를 애칭을 불렀다. 사실 지금이라도 눈을 마주치며 대답하고 싶지만 그래서야 진전이 없지 않은가.


나는 애써 태연하게 크림과 잼을 바른 스콘을 가루가 떨어지지 않게 조심하면서 한입 베어물었다. 크림의 부드러움과 복숭아로 만든 잼이 홍차의 향과 어우러져 일품이었다.


"하아... 레이나."

"네! 부르셨나요. 오라버니?"


이름앞에 한숨이 붙은 것은 상처이지만, 먼저 얄밉게 군것은 나이니 가볍게 넘기기로 했다.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눈빛을 빛내며, 굳이 눈이 마주친 뒤에야 입가에 묻은 크림을 혀로 핥아 먹으며 눈웃음 쳤다.


"레오. 요양을 다녀온 뒤로..."

"레이나예요. 오라버니."

"지금은 단둘이지 않니? 굳이 그렇게..."

"아뇨. 단둘이기에 더욱 익숙해져야죠. 다른사람 앞에서 실수로 부를 이름도 아니니까요."


궤변이다. 그럼 나도 오라버니가 아니라 애칭이나 여보, 자기등의 호칭으로 불러야하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나는 오라버니라는 호칭을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이건 나와 오라버니를 이어주는 호칭이니까.


"그래... 그럼, 레이나 이걸."


내 억지에 져준 오라버니가 내게 세통의 편지를 내밀었다.


편지는 이미 한 번 열었는지 내용을 봉하고 있던 밀랖이 깨져 있었다.


"오라버니. 이건?"

"너의 시녀가 되고 싶다는 편지야. 레이나 포츠는 대외적으로는 공작비가 될 사람이니, 아직은 약혼녀일때 줄을 대고 싶은 모양이야."

"그런가요?"


'대외적으로는'이라뇨. 오라버니 저는 진짜 공작비를 노리고 있는 레이나 포츠라구요?


약혼한 사이라고 내비치기 위한 반지가 아닌, 정말로 사랑을 담은 반지를 약지에 끼우고 말거라고요.


"지금 확인해 볼게요. 오라버니."

"그러렴."


그럼 어디보자 첫번째는 키에루 토너아. 딱히 유명한 소문은 없는 사람이네요. 대신 본가가 황실과 끈이 두꺼우니 패스. 


두번째는 로라 에랴르...? 아카데미에서 오라버니에게 끈질기게 구애했다던 영애가 내 시녀를 하고 싶다고?


감히 내 시녀자리를 구실로 삼아서 나와 오라버니의 저택에 발을 들이밀려고하는 암퇘지가 있었네? 오라버니야 신경쓰지도 않을테고 내가 자신을 모를거라고 생각했나보지? 속보이는 년.


미안하지만 로라. 나는 네가 격주마다 피부미용을 핑계로 만나는 마사지사에게 다리를 벌리는 사이라는 것도 알아. 아카데미에서 오라버니에게 축축해진 팬티를 가명으로 보내던 것도 알아. 그 밖에도 다양한 사실을 알지.


상상하기도 싫지만 나는 오라버니에게 진심으로 사랑하는 여인이 생긴다면 깔끔하게 정실자리를 포기할 생각은 있어.


누구보다 사랑하는 사람의 행복을 막을 수는 없으니까. 정실보다 자주 동침하는 측실의 자리로 피눈물을 흘리며 만족할 생각이 있다고... 아마도.


격주마다 앙앙거리는 암퇘지가 이 저택에 발을 들이게 할 수는 없지. 슬슬 사람을 시켜서 뒷조사한 내용을 풀어야겠네. 암퇘... 아니, 에랴르 영애는 삼주 뒤에 있을 3황녀님 탄신파티에서 못 만나겠네요. 안타까워라~


"오라버니 이 분으로 할게요."


마지막은 최근에 준남작이 된 가문의 차녀인 에밀리 테라.


최근에 귀족이 된 신흥가문이라 차녀라 아카데미를 가지 않아 오라버니와의 접점 없음, 편지의 내용에 따르면 데뷔당트도 치르지 않은 17세 아이.


합격.


"에밀리 테라. 이 아이로 정하는 거니?"

"네. 오라버니. 적혀있는 자기소개가 가장 마음에 들어요. 바로 편지를 적을게요."


특히 외모에 자신이 없어서 자택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왔다는 점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내일 편지를 보내면 시기상 함께 탄신파티에 참가할 수 있겠지. 황녀님이 주인공인 파티인 만큼 눈도장을 찍어두기 좋은 장소도 없을테니까.


좋은 경험이 될거야. 마음이 맞는 좋은 아이였음 좋겠네.



==



"안녕하세요. 아가씨! 오늘부터 시녀로 일하게 된 에밀리 테라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려요."


레오니드가의 자수가 새겨진 시녀 복장을 한 에밀리가 긴장한 모습으로 나에게 무릎을 굽히며 인사를 올렸다.


치맛단을 잡고 몸을 숙이며 하는 인사에 옷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부탁해요. 에밀리.".


에밀리는 편지와는 다르게 수수하지만 귀여운 외모를 가진 아이였다. 그리고 그와 반대되는...


"넵! 열심히 하겠습니다!"


의욕넘치는 손동작에 흉악한 흉부가 흔들렸다. 꽤 펑퍼짐해서 몸매가 잘 들어나지 않는 복장임에도 옷이 불쌍할 정도로 튀어나온 흉부에서 눈이 떨어지지 않았다.


정말로 자연적으로 나올 수 있는 크기란 말이야? 에밀리의 가슴 한쪽이 내 머리보다 커보였다. 그런걸 두개나 달고 다닌다니...


"그,그래. 공작님에게 인사는 잘 들렸니?"

"그게에... 옷 단추가 떨어지는 바람에 흉한 꼴을 보여드렸어요..."

"단추...?"

"제가 가진 옷중에 제일 단정한 옷이었는데... 사이즈가 안맞게 되었는지 조금 끼어서... 인사를 올리다가 단추가 두개 떨어져버려서..."


하,하하.


차라리 키에루... 아니 로라영애가 시녀로 오는 것이 백배는 나았텐데.


겨우 편지 한줄을 믿고 저런 말도 안되게 위함한 아이를 직접 저택에 들이다니 내가 미쳤지.


"산지 두달된 옷이었는데... 옷이 금세 작아져요."

"그,그렇구나. 고생이 많구나."


게다가 아직 미완성이란다. 저기서 더 커진다고?


슬며시 군살이 없어서 균형있게 마른 내 몸에 시선이 갔다. 저 폭력적인 몸매를 이 아담한 몸으로 이겨낼 수 있을까?


오라버니가 큰 것이 취향이라면 나는 맞춰 드릴 방법이 없다. 저 폭력에 오라버니가 마음을 빼앗겨도 방법이 없다는 뜻이다.


"공작님 정말 멋진분 같아요!"


하아? 지금이라도 저아이를 치워야 할까? 마법을 이용해서사고로위장해서치워버리면테라가문에큰위자료를보내야하겠지만깔끔하게해결이가능할거야아니면꼬투리를잡아서하루빨리해고시키는편이...


"새하얀 아가씨랑 반대라서 더욱 어울리시는 것 같아요!"

"어울려? 정말?"

"네! 제가 본 분들중에서 제일 잘 어울리세요."


이히히... 오라버니랑 어울린다니, 좋은 아이 맞네.


그런데 나는 이 착한아이를... 미안하니 같이 파티용 드레스를 맞추러 가야겠다.


그 후 나는 자꾸만 에밀리의 몸매를 강조하는 드레스를 내오는 가게의 디자이너에게 쓴소리를 하고 다시는 가지 않기로 정했다.



===



틋녀에게 몸매 질투를 받는 착하고 천연이지만 틋녀 아가씨 완전 좋아!인 빵ㅋㅋ 시녀 좋지 않나요?


본인은 그저 나중에 틋녀 2세가 귀엽겠다는 생각만 하지만


틋녀는 괜히 혼자 위기감을 느끼는... 히히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