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한 바구니 : https://arca.live/b/tsfiction/96055728



============================



...또 뭔 말을 하려고.


그런 생각과 함께, 용인(龍人)은 손에 들린 책을 덮었다.


매달 돈 주는 고용주께 품기엔, 꽤나 불경한 생각이었으나...

입 밖으로 내뱉지만 않으면 되는 데다, 설령 그런대도 뭐라 할 사람도 없고.

무엇보다...제 휴식을 방해한 대가 치곤, 굉장히 싼 편이기도 했다.


...슬슬 재미 붙이던 참이었는데. 아무래도 오늘은 더 못 보겠네.



"뭔데, 또."



용인은 읽던 소설에 책갈피를 끼우곤, 굉장히 퉁명스럽게 물음을 던졌다.

말투부터 단어 선택까지, 모든 부분에서 귀찮은 기색이 역력했으나...

정작 그녀의 어린 고용주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저, 숙제 좀 도와줘요!"

"...숙제?"



용인은 인상을 찡그렸다.



"저번처럼 마법학 과제 대신 해달라는 거면 안 해준다. "

"아, 그런 거 아니거든요!"

"그럼 뭔데?"



...그냥 내쫓을까 하다, 예의상 유예시간을 줬다.


정확히는, 저번엔 과제 부탁조차 아니었다.

'간단한 마법진 하나만 그려달라' 길래 대충 슥 그려줬더니, 아카데미가 발칵 뒤집어졌으니까.

...과제였으면 말을 했어야지, 이 말괄량이 아가씨가.


...여튼, 도무지 잊을 수가 없다.

귀환 이후 가장 귀찮았던 사건 중 하나였으니 오죽할까.



"그...아카데미에서, 이종족 분들 인터뷰를 하라는데...헤헤."

"...인터뷰?"



이번엔 다행히도, 예전만큼 귀찮아질 소지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딱히 달갑지도 않았다.



"...왜 난데?"

"제가 아는 이종족이...언니 뿐이라서?"



그리고...

하고 많은 이종족 중, 굳이 자신을 택한 사유를 들었을 땐...

곧장 신경을 끄고, 침대로 몸을 던졌다.



"나가."

"아, 왜요!"

"...진짜 몰라서 묻냐?"



...물론, 바로 일어나야 했지만.

되도 않는 헛소리니, 대충 무시하고 싶어도...

계속 말을 안 들어줬다간, 침대로 파고들 아이였으니. 


...어쩌다 앉은 위치만 바꾼 꼴이 됐지만, 아무렴 어떤가.

더 귀찮아질 일을, 덜 귀찮아지게 만들었는데.


사실, 그녀가 일어난 시점에서 반쯤 진 싸움이지만.

이렇게라도 생각해야, 조금이나마 마음이 편했다.



"나랑 걔네는, 그, 뭐냐. 근본적으로 카테고리가 다르거든?"

"에, 그런 거에요?"

"당연한 거 아니냐?"



...이걸 꼭 설명해줘야 하나.

요즘 아카데미는 이런 것도 안 가르쳐주나? 교수란 작자들은 대체 뭐 하는 거야.


한숨을 폭 쉰 용인은, 제 신세를 토로하듯 말을 이었다.

 


"걔네는 태어나길 그렇게 태어나, 여기서 쭉 살았지만. 난 평범한 사람이었다가, 이 꼴이 돼서 '귀환'한 거거든?" 

"그런...거에요?"

"난 걔네가 받았을 차별을 모르고, 걔네도 내가 한 고생을 몰라. 그런 거라고."



...아, 옛날 생각나네. 빌어먹을 새끼들.


별안간, 추억이라는 말로 포장조차 못할 과거가 떠오른 용인은...

눈을 질끈 감았다가, 이내 아무렇지 않은 듯 다시 떴다. 



"그러니까, 다른 사람 찾아봐라. 너희 회사나, 산하 길드에도 하나 둘쯤은 있을 거 아니냐."

"..."

"만약 숙제가 귀환자 인터뷰면, 그땐 흔쾌히 해주마. 그러니 오늘은 이만 돌아가."



하늘 같은 아가씨께 축객령을 내린 용인은, 다시 책으로 손을 뻗었다.


...그래도 오늘 안에 읽을 순 있겠군.

그런 생각이나 하며, 꽂아둔 책갈피를 싱글벙글 빼려던 찰나.



"...싫어요."

"뭐, 뭐?"



...하늘 같은 아가씨께서, 그를 윤허하지 않으셨다.



============================



쓰기 어렵구나

볼 때는 재밌었는데 소재가 나랑은 안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