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비록 정규적인 학문 기관이라기에는 애매한 '헌터 양성, 게이트 연구 인력 양성 등' 을 맡는 곳이지만, '한국송림학문기관'도 정규적인 루틴을 따랐다.

그러니까, 6월 쯤부터 9월 1일까지 일부 학과는 방학을 맞이했다.

"방학?"

"네, 내일부터 방학이라 오늘 밤부터 아침까지 잠시 퇴실해야하는데, 어떻게 할껀가요?"

방학이라... 그녀는 그런 개념이 매우 가물가물했다. 귀환하기 전에는 그런건 없었고, 그 전에는 대학까지 다녔긴 했었으니 있긴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바로 떠올리긴 힘들었다. 마치 학교라는 개념이 낯설어진 직장인처럼 말이다.

"내 집으로 돌아가서..."

"언니 집은 제 집이잖아요."

"뭐?"

용인은 이상한걸 들은 것 같은 표정으로 시아를 쏘아봤다. 물론 효과는 없었지만.

"그때 기억 안나세요?"

"그때...아."

첫 만남에서 시아의 목숨을 구한 뒤에 어쩌다 보니 그녀와 경호원으로써 계약하게 됐던 그때, 얼핏 떠올리면 그런 말을 했었다.

"...경호원이시니까, 같이 지내야죠?"

그랬다, 확실히 그랬다. 그래서 같은 기숙실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이고.

"하아..."

"와~"

방방 뛰며 좋아하는 그녀를 보며 한숨이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계약은 똑바로 하라 했지만, 당시에 속세와의 인연을 반쯤 끊고, 집과 게이트만 오가며 폐인처럼 지내던 그녀로써는 조금은 무지했었다.

'경호원이 같이 지내는건 이 시대의 상식인가...'

라는 생각을 무의식적으로 해버렸다는 것이다.

하여간, 그녀는 신나게 짐을 쌌고, 용인 또한 고개를 절레 흔들며, 몇안되는 옷가지 등을 챙겼다.

.
.
.

"모시러 왔습니다. 아가씨."

부자집 답게, 그리고 딸을 무척 걱정하는 아버지답게, 벌써 큰 차와 수행기사, 그리고 그녀를 몇년전부터 경호한 두명까지 같이 보내줬다.

"오랜만이예요~"

빙글 웃으며 악수를 하는 아가씨를 보며, 멀뚱멀뚱 서있는 용인은 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아 뭐, 친한가보다 라면서.

"타시죠."

"언니 어서와!"

자신 옆에 앉아달라고 좌석에 손을 팡팡 하는 아가씨에게 끌려가듯이 거기에 앉은 용인이었다. 그 뒤로는 별일 없었다. 혹시나 그 둘이 질투했냐고? 딱히 그러진 않았다.

어차피 그녀는 아가씨가 헌터가 될때까지만 같이 하자고 했는 사이이고, 아가씨의 안전이 최우선인 만큼, 약간은 불안하지만 아마 능력을 가진 둘 자신보다도 훨씬 잘 지켰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밀착경호를 하기에는 역시 성별이 안맞았다.

아가씨는 즐겁게 재잘거렸고, 용인은 무심하듯이 밖만 바라보고, 경호원 둘과 수행기사는 맞장구쳐주는 참 묘한 풍경을 자아낸 뒤, 저택에 도착했다.


'대사건' 이후 터져나온 어마어마한 기술, 마법, 개념, 생명체, 이세계인 등으로 인하여 사업 아이템이 쏟아졌다. 그때 시아의 아버지는 사업 아이템을 과감히 바꾸는데 성공했고, 큰 리스크가 잠재했음에도 불과하고 결국 1세대로써 대박쳤다.

하나뿐인 딸은 잘 자라고, 사업도 크고 있지만, 아내 만큼은 그러지 못했다. 그녀가 어릴적, 혼란하던 대사건때 아내를 잃었기 때문이었다.

놀랍게도 대사건은 금방 끝났지만, 피해자도 많았다. 아마 그런 만큼 자신의 딸이 헌터가 되는것을 반대했으리라. 자신의 사업을 물려받으며 잘 지내길 바랬을 것이다.

하지만 돌발성 게이트에 딸이 위험할 뻔했던 것, 그런 딸을 구해준게 귀환자이자 용의 모습을 한 인간이라는 사실, 그때문에 다시금 헌터의 꿈을 지핀것을 보고서, 아버지는 씁쓸한 마음을 감추기 힘들었다.

자신의 아내 또한 꽤나 모험적이었으니까 말이다. 아니, 자신조차 모험적이었지만...

"아빠~"

"잘 다녀왔어?"

"네!"

밝은 모습의 딸과 대조되는 어두침침한 경호원 용인, 둘은 오늘 처음 만났다.








어서 써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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