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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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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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벌써.귀가 막힌게냐? 다 때려치고 시집이나 가거라." 


"시집(Diwan)이라..." 


"동생아, 그거 말고." 



시집...시집... 

그러니깐 시집을 가라고? 군대 때려치고 대학가서 문학 공부나 하라고? 


혹시나 poem house가 아닐까 의심했지만, 이제와서 무난하게 남들 다가는 대학가서 문송하는 인생을 살라고 할리가 없으니, 아무래도 저 노인네가 하는 말은 대충 집안에서 점지한 남자하고 결혼하라 그뜻인듯 했다. 


하지만 루이즈의 평판을 알면, 아무리 전직 원수 인증마크가 있다해도, 함부로 결혼하겠다는 남자는 없을텐데? 


물론 아예 없진 않을거다. 


현재 나의 가치.... 그러니깐 현재 루이즈의 가치는 1 치하 전차. 



루이즈와 달리 치하 전차는 정비만 잘해주면 말 잘 듣고, 루이즈는 말 안듣는다는 차이가 있지만, 루이즈는 치하보다 예쁘니 동급이다. 


다만 이 혼담을 받아들이는 놈이 있다면 보통놈이 아니라는게 문제다. 



루이즈 이 썅년의 성격이면, 남자 따윈 안꼬여서 처녀라는건 확정이니, 그걸 노리는 유니콘. 


일본이 너무 좋아서 스텍이 치하 전차와 동일한 여자가 취향인 일무새. 


악역영애한테 욕먹고 밟히며 개차반 취급 받고 싶은 마조히스트 변태 


외모가 목적이니 힘으로 찍어누르먄 그만이라는 독남충. 



뭐 이정도? 

루이즈의 평판을 알면서도 결혼하려 하는거면, 하자 있는 놈일게 당연하잖아? 



근데 루이즈 같은거 감당 가능한 놈이 있어? 

일반인이 치하 전차를 따먹기란 쉽지 않을텐데? 


아니 아니 그딴걸 왜 생각하는 거야?! 


애무하다 엔진 예열되서, 매연이 콸콸 나오는 치하 전차 배기구에 박았다가 화상 입고 실려가는 독남충 따윈 생각만으로도 역겨워! 그냥 생리적으로 싫어! 


근데 결혼하면 독남충 융커한테 따일텐데? 성관계 거부는 확실한 이혼 사유야. 돌싱이 꼴리긴해도, 내가 돌싱되는건 별로니, 처녀 따이는건 확정인데. 


따여도, 루이즈 이 년과 결혼하려 들정도로 하자있는 놈한테? 


하지만 지금 내가 루이즈인데? 


지금 난 어떤 반응을 해야 될까? 지금 상황이 도저히 이해가 안되. 



음........ 


으음..... 


으으으으음..... 


나는 잠시 머릿속의 로딩 표시를 돌리며 잠시 생각했다. 


나는 친위대나 그밑의 나치 전범 부대로 끌려갈때, 해결책들을 생각했지, 결혼 따윈 생각조차 안했다고. 아니 상식적으로 2차 세계대전 시기에 떨어지면 전쟁부터 생각하지, 누가 결혼부터 생각해? 



아우슈비츠 간수가 되도 전범재판에서 살아남을 방법은 생각해냈는데, 어떻게 첫날밤 침대에서 탈출해야하는거지? 



"흐어어어어." 



지금 이 작디 작은 루이즈의 뇌로는 상황 정리가 안된다. 


몸뚱아리의 주인 덕에 나까지도 뇌지컬 딸리는게 천추의 한이다. 이런 인스타 감성 카페의 맛없지만 예쁜 색소 덩어리 케이크 같이, 외모 빼고 실속 따윈 없는 년 같으니. 


잠시 나는 고심을 거듭하며 답을 도출해냈다. 

답은 당연하게도... 


싫어.  


비혼할랭. 



"싫어어어어어어! 싫어요오오오!" 


"어허! 이게 무슨 추태인거냐?!" 


"그치만 시집만은 싫어요오!" 



처녀 상실의 위험 앞에 나는 바로 무릎을 꿇은체 애원했다. 

차라리 친위대에 쳐박아버리세요! 


치하박이나 독남충 따위하고 평생 살기 싫어!  아니 그냥 결혼자체가 하기 싫어! 


그냥 집안에 붙어먹으면서 눈칫밥이나 먹는 개백수 영애로 살고 싶어요! 그러다 전쟁 질거 같으면 서부로 재산들고 도망치면 그만이고! 



"이거 놓아라!" 


"싫어요! 제발 한번만 봐주세요! 제가 잘못했어요!" 



나는 80대의 원수를 바짓가랑이에 메달린체 애원했다. 

평소에 지랄맞던 망나니가 추하게 질질 짜는 모습에, 다른 가족들은 내게 인상을 찌푸렸다. 



"허, 내가 이번엔 뭘 믿고 너를 믿어줘야 하느냐? 너는 언제나 날 실망시키지 않았느냐?" 


"이번만은 실망시키지 않을게요! 딱 한번만 더 기회를 주세요!" 



사실 나 같으면, 루이즈 같은 딸내미는 그냥 호적에서 파버리겠지만, 난 마켄젠 원수가 날 버리지 않을거라 확신했다. 


지금 마켄젠 원수가 내게 들이대는 선택지는 시집이다. 시집. 


다른 집안에 폭탄 돌리기일수도 있겠지만, 시집 즉 귀족간의 혼인은 엄연히 집안과 집안이 이어지는것이다. 따라 내가 집을 나와 혼인한다 한들, 내게 달린 마켄젠이라는 꼬리표는 끝까지 가게 되는거다. 



그러니 아직까지 나를 가족으로 인지하기에 내리는 선택지라 할수 있다. 


진짜 나를 포기하는거면, 악역영애 베드엔딩 평균인 절연이나 추방, 수녀원 같은걸로 벌했겠지. 


그렇다고 혼인을 빙자해 딸을 팔겠다 하기엔 마켄젠 가문은 재력이나 지위는 이 독일에서 잘나갔으면 잘나갔지, 어디에 꿇릴 정도는 아니다. 딸을 팔겠다 하면, 귀족 사회에서 노친네 드디어 노망났다는 소리가 안나올수가 없다. 


특히 나를 팔겠다는 선택지가 불가능한 것이, 저 노인네 히틀러한테 융커로서 차마 거절할수 없는 막대한 토지를 뇌물로 받고 지갑 두둑해서 돈이 없리는 없다. 


거기다 현재 독일군 장성들중 전현직 통틀어 최고령에 최선임인데다, 오빠들이 전부 정부요직에 있으니, 집안에 명성이 없는것도 아니고. 



"허면 왜 감당 못할 짓을 저지른게냐?! 그냥 가만히 훈련이나 받으면 탄탄대로일 것을 왜 날려먹고 이 난리를 치는건데?!" 



하지만 내 애원에도 마켄젠 원수는 분통을 터뜨리며 고함을 내질렀다. 


이 몸뚱아리가 친 사고가 보통 사고가 아닌지라, 이를 무마하느라 그도 꽤 고생했는지 그의 고함에는 울분이 섞여있었다. 물론 이에 대한 변명은 존재한다. 



"그야 그 잽스가 아버님을 욕했으니깐요!" 


"네가 언제부터 이 늙은 애비를 챙겼다고." 


"그러니깐요. 루이즈 이 녀석이 아무리 고작 그런걸로 그런 사고를 쳤다는게 말이 되지 안되잖아요." 


"변명도 말이 되게 해야 믿지, 너같으면 네 변명을 믿겠니?" 



내가 말해도, 어이 없긴하지만, 진짜 10명 중상과 훈련장 반파 그리고 각성자 전용 무기 3개 완파의 원흉이 패드립 맞다. 애초에 이 게임의 스토리 초반은 아카데미물. 


아카데미물 초반에 리타이어 하는 귀족 악역캐의 특징이 뭐겠어? 


그건 바로 주인공을 깔보다가, 말싸움에서 발린 뒤 발끈하고는 역관광 당하는 캐릭터가 아니겠는가? 


거기다 주인공은 몰락한 융커 가문 출신의 일·도 혼혈이다. (왜 일본인이 독일에서 혁명 일으키는진 모르겠지만, 일본산 야겜이니 그러려니 하자.) 

그것도 모자라, 와사비 냄새 진동하는 이름을 가지고 있으니, 만만하게 볼수 밖에 없었다. 



"애초에 니가 먼저 싸움건거잖아. 우리가 그걸 모르겠어?" 


"그렇긴 한데...." 



하지만 여기서 루이즈는 조금 억울한 면이 있다. 


일·독 혼혈한테 고작 '느그애비 원숭이 박이'라는 지극히 평범한 1940년대 유럽인 평균의 인성질 밖에 하지 않았다. 


루이즈한테 뒷담화를 깔 지능이 존재할진 모르겠지만, 뒤에서 욕하거나 괴롭히지 않고, 정정 당당하게 면전에다 패드립을 박았을뿐이다. 



"그래서 그 아해가 뭔 소리를 했기에, 날뛴게냐?" 


"좀 많이 심해서 그런데, 각오하세요." 



마켄젠 원수는 '개소리를 어디까지 하는지 한번 들어보자' 라는양 조소했다. 

내 장담하건데 루이즈가 주인공한테 들은 패드립을 듣는 순간, 우리집 노인네 바로 혈압 올라 쓰러진다. 



"그....다 늙어서 말년에 돈독 오르니, 평민인거 거두어서 이름에 폰 달게해준 카이저의 은혜를 잊고서는, 오스트리아 콧수염 놈이 카이저의 재산 떼주니 좋다고 받아먹어서는, 그놈이 독일군을 개판으로 만들던 말던 입 다물고 있는 꼬라지가 너무 추해서, 그딴 노친네를 애비로 둘바에 차라리 원숭이 박이 애비가 훨씬 낫데요. " 


"이...이런 고얀! 



내 말 한마디에, 마켄젠 원수는 수염을 파르르 떨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찰저히 팩트로만 이루어져 차마 반박할수가 없는 촌철 살인을 당하니, 마켄젠 원수는 노기를 감추지 못하고 분통을 터뜨렸다. 


주인공은 '히틀러한테 고개 숙이는 비겁한 원수보다 우리 이버지가 훨씬 더 존경스러워.'라 말했을 뿐이만, 내가 친절하게 하나 하나 뜯어가며 확대 해석했다. 


교토식 화법으로는 저 뜻이 맞으니, 틀린 말은 아니다. 



"그...그 말에, 한치의 거짓이 없는 것이 맞느냐?" 


"네! 그런 말을 들으면 아무리 저라도 화가 안날수가 없잖아요! 아무리 제가 좀 실례되는 말을 했다해도, 아버님께 그런말을 어떻게 해요?!" 



분노를 터뜨리고 싶지만, 나이 때문에 혈관 터질까 할수가 없는 원수 앞에서, 나는 가슴을 쾅쾅 터뜨리며 화가 나는척 했다. 


얼굴이 붉그락 붉그락 하는 마켄젠 원수 옆에 서있는, 유전자상의 오빠들도 내심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하나 같이 저게 정말일지 의심은 하지만, 무시하기 힘들정도로 불쾌하다는 반응이었다. 


고위 외교관, 국회의원, 여단장 순으로 끗발 날리는 양반들이 저러니 꽤나 볼만했다. 



"일단,.방으로 들어가거라. 일단은 네 처우를 정할때까지 근신하고 있거라." 


"네." 



본래라면, 이 자리에서 내 처우가 결정되었겠지만, 내가 한말이 너무나 충격적인지, 노인네 심신을 위해 일단은 보류 되었다. 



"셋째야, 네가 그놈 잡아족쳐라." 


"옙!" 



뒤쪽에서 주인공의 군생활 꼬이는 소리가 들렸지만, 어차피 나 살기도 바쁘니 무시했다. 

메이드들의 뒤를 따라가며, 내 방으로 향했다. 



"주인님께서 나오라 할때까지 근신이니, 이번만큼은 순순히 따라 주십쇼." 


"알았어. 알았어." 



메이드들은 끝까지 날 의심스레 쳐다보았지만, 나는 씨익 웃으며 순순히 방에 들어갔다. 


이젠 사용인 모두가 날 경계하는게 지긋지긋하다. 제발 그만해. 



"화려하네." 



방에 들어서자마자, 한바퀴 둘러보았다. 역시 내 예상대로, 고급품으로만 떡칠된체, 화려하기 그지 없는 공주님스러운 방이었다. 


나는 바로 옷장으로 가, 옷장을 뒤지며 최대한 활동성이 좋은 옷을 찾아 갈아입고, 돈을 챙기며 당장 나갈준비부터 했다. 



"그나저나 3층에서 뛰어내리면 다치진 않으려나?" 



근신이고 나발이고, 근처에 있는 이스터 에그를 건드려, 이 지긋지긋한 두통부터 해결해야했다. 






※※ 


지금 주인공 상태는 PS4로 사펑 2077 돌리다 과부하 터지기 직전의 상태라 보면 될듯.


그리고 조사해보니 실제로 아우슈비츠에서 유대인들 몰래 돕다가 전범재판에서 풀려난 군의관이 존재해서 아우슈비츠 간수되도 살아남을 방법은 존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