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용인경호원 틋녀와 부잣집 아가씨 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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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는 학위를 따기 위해 존재하기도 했지만, 연구를 위해 존재하기도 한다. 가끔 불운한 학생들이 연구의 길을 걷고 싶다고 생각해버려서 연구실에 갇히기도 하지만....


용인과 아가씨가 다니고 있는 이 기관도 따지고 보면 연구시설의 비중이 아주 컸다. '대사건' 직후부터 설립되어서 이상현상을 규명하고, 이를 대처하고, 귀환자 및 이세계인들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개념 그러니까 이를테면 마법같은 것을 논리적으로 풀어내어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곳이었다.


물론 이상현상, 특히나 게이트와 맞서 싸울 수 있는 인력도 필요했다. 헌터라는 이름도 그렇게 해서 붙여졌다. 마치 현대판타지 소설에 나오는 이들과 같다고 말이다. 


아무튼, 그렇게 강산이 바뀔 정도의 시간이 흐르고 나서는 이세계와 관련된 것이라면 이곳이 한국에서 가장 크고 권위 있게 됐다. 각종 논문, 보고서, 학술 대회... 기업들도 근처에 자리잡고서 기관이 배출하는 연구 성과, 인력을 재빠르게 낚아채어서 제 나름대로 활용했다.


왜 이런 말이 나오냐 하면, 지금 용인 경호원 앞에는 사람들이 모여서 그녀에게 뭐라도 말을 꺼내보고자 했기 때문이었다.


"혹시 저희 회사에 관심 있으십니까? 여기 명함도 한장 받아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 칼, 원리가 뭔지 조사할 수 있을까요? 협조만 해주신다면 섭섭하지 않게..."


"저희 랩에서 먼저 찜했어요!"


"혹시 소재 조금만 가져가도 될까요."


등등 말이다. 그 옆에서 아가씨는 표정이 아주 안좋았고, 용인은 여전히 별 다른 표정을 짓지 않았다. 


오늘은 대규모 교류회가 있는 날이었다. 말이 좋아 교류회이지, 축제와 학술대회와 채용상담회와 연구실 개방과 동아리 발표까지 한꺼번에 다 때려박은 날이라고 할 수 있었다. 


교육생들은 채용상담을 미리 신청했거나, 오는 기업들이 어디가 있나 확인하면서 손에는 꼬치를 쥐고 다녔다. 연구생들은 청심환을 계속 들이키면서 발표자리에서 제발 까이지 않길 빌었다. 물론 랩을 지휘하는 교수들도 예산을 더 타내기 위해서는 반드시 호응이 필요했다. 


전국에서 온 푸드트럭과 상인들은 오늘 같은 날 팔 것이 많다고 좋아했고 (물론 가격규제와 품질 규제도 받았지만), 동아리들은 외부보다 자신들이 더 낫다면서 그동안 갈고닦은 실력과 모아둔 예산을 활용하여 아주 화려하게 음식과 장식품 등을 팔았다.


하루에만 하는 것이 아니었다. 무려 5일 동안이나 지속됐다.


"가기 싫어요오..."


"헌터 한다면서."


"그래두..."


시아가 재벌집 아가씨라면 아마 엄청나게 눈에 띄었겠지만, 적당한 기업의 적당히 부자집이었기에 상대적으로 평범하게 다니기 좋았다. 그럼에도 불과하고 그 나이대의 소녀처럼 놀러다니고 싶어했다. 


"이것도 먹고싶고, 저것도 해보고 싶어요. 같이!"


"채용 상담부터 해."


"너무해애애..."


흐느적 거리면서 아가씨와 같이 가는 용인. 그러나 역시나 눈에 띄는 뿔과 꼬리를 가진 그녀가 여러차례 공개된 대련 영상의 주인공이자, 귀한 용의 몸을 가진 사람이었고, 아직까지 소속이 없다는 점이 사람들의 군침을 돌게 만들었다.


그렇게 나온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양복쟁이들과 척봐도 중요해보이는 아우라를 흩뿌리는 이들이 그녀에게 접근했다. 


"지금은 아가씨의 경호원이라 생각 없습니다."


평소에는 거의 반말을 하고 다니는 그녀였지만, 그래도 시아를 곤란하게 할 순 없다고 나름대로 정중하게 말했다. 정중이라기 보다는 딱 잘라서 거절한 것이었지만. 


누가봐도 더 말하기 싫어하는 그녀를 보며 아쉬워하는 이들은, 기여코 명함을 쥐여주고는 다른 이들을 노리러 떠났다.


"언니..."


"유명한 기업과 연구소들이네."


"그래도 언니는 제 경호원이예요."


"그래. 지금은."


"그냥 헌터하지 말까..."


자신이 헌터가 되면 언니가 떠날 것 같아서 걱정하는 눈빛. 용인은 그걸 바라보더니, 별 말 없이 그녀를 끌고 양꼬치 집으로 데려갔다. 


"제가 살..."


"두개 주세요."


말 없이 시아에게 꼬치를 쥐여주는 용인. 그러고는 다시 채용상담회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참 오묘한 행동이었는데, 시아는 그런 그녀를 복잡한 시선으로 바라봤다. 꿈에 가까이 갈 수록 자신이 좋아하는 언니와 떨어질 것 같은 그런 느낌...








어서 써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