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다.

애착인간이 공격받았다.

지켜주려고 했는데 실패해버렸어...

애착인간이 고통 받고 있어...


"황금사신아. 괜, 괜찮아?"


불쌍한 애착인간...

피투성이가 됐고 서서히 죽어가고 있어...

그런데 왜 나를 감싸주고 있는 거지...?


"쿨럭! 커헉! 걱, 걱정 마. 생채기에 불과하니까."


피를 잔뜩 토하고 있잖아.

죽으면 안 돼!


하지만 간절한 바람에도 불구하고 애착인간의 배때지에 구멍이 뚫렸다.

적은 촉수를 이용하여 애착인간을 마구잡이로 유린하고 있어.


푹! 푹, 푹푹푹푹!


"아프네... 괜찮아..."


어떻게 하지?

아무것도 못하겠어.

적, 너무 강해.


엄마를 부르고 싶은데 이곳은 아공간인가봐.

어디 갈수도 없고 어떻게 하지?


엄마! 도와줘!

아무나 좀 도와줘!


[어리석은 마도서로군. 이딴 유기체가 뭐가 좋다고 그러는 건가.]


저 나쁜 놈이 또 이상한 말이나 내뱉고.

촉수괴물, 너 먹어치울 거야!


[마도서에겐 마도서만의 방식이 있다. 미개한 유기체를 말살시키고 이 땅에 우리만의 세상을 도래시키는 것. 그것이 우리의 목적.]


촉수괴물은 애착인간을 짓밟으면서 나를 내리 깔아보았다.

그 불쾌한 시선 때문에 온화한 나도 화가 났다.


애착인간은 미개하지 않아!

우리 같은 오브젝트들보다 훨씬 강하다고!

저리 가, 이 괴물아!


[웃기는군. 이렇게 하찮고 연약한 유기체가 강하다니.]


넌 모르겠지. 이들이 얼마나 훌륭한지.


[힘 없는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자기 몸도 지킬 힘도 없으면서 무엇을 지키겠다는 건가.]


틀렸어.

나로서는 저 촉수괴물을 이길 수 없어.

이대로 애착인간의 죽음을 지켜봐야 하는 거야?


미안해.

정말 미안해...


"울지마, 황금사신."


애착인간이 죽어가는 와중에도 힘겹게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온 힘을 다해 자리에서 가까스로 일어섰다.


"아프네. 그동안 고마웠어. 널 만난 건 일생일대의 축복이야."


애착인간!


"날 내버려두고 도망치도록 해. 내가 죽더라도 행복하게 살아."


안 돼, 안 돼, 안 돼, 안 돼!

애착인간, 그런 말 하면 안 돼!


"때찌때찌 하는 거야? 그래, 두려워. 아파. 하지만 물러서지 않아. 저 오브젝트가 세상에 풀려나면 더 많은 사람이 다칠테니까, 시간을 벌어줄 거야."


무,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연약한 애착인간, 제발 물러나줘!

내가 시간을 벌게!


"울지마. 용기도 없고 두려움도 모르는 오브젝트들은 결국 벼룩이나 다름 없으니까. 그리고 세상 사람들에게 전해줘. 나 OOO는 용감했다고."


애착인간은 돌멩이를 주워다가 촉수괴물에게 집어던졌다.

힘없이 톡, 던진 돌은 촉수괴물의 신체를 맞고 떨어졌고, 촉수괴물은 가소로운듯이 우리를 비웃었다.


하지만 애착인간은 굴하지 않고 소리쳤다.


"덤벼라, 이 괴물아!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 와라!"


애착인간이 황금빛으로 물들기 시작했어.

이게 인간의 의지인가?

따뜻해. 그리고 멋져.


하지만 구역질 날 정도로 사악한 촉수괴물은 하품을 하면서 비웃기만 했다.


[만용이 따로 없군. 용기? 겁쟁이 주제에. 다리를 벌벌 떨고 있는 주제에.]


"두려움에서 용기가 나온다. 이 두려움도 모르는 괴물들아."


[그것 참 웃기는 소리군. 내가 친히 진실을 알려주겠다. 감히 이 몸에 대항하는 하찮은 유기체들이 어떤 결말을 맞이 했는지.]


안, 안 돼.

촉수가 애착인간을 향해 달려오고 있어.

구해야 해.

하지만 어떻게?


[잘 가라, 범부. 반으로 갈라져서 죽어.]


흉악한 촉수가 애착인간을 향해 다가왔다.

난 그저 울면서 애착인간의 죽음을 지켜볼 수 없는 걸까?


어떻게 막지?

어떻게 해야...


'진실'


머리 속에 떠오르는 단어였다.

애착인간이 죽는다는 진실을 막아야만 해.


진실을 무효화 할 수 있다면...

인간의 의지로만 진실에 도달할 수 있게 할 수 있다면....


"애착인간에게서 떨어져!"


나도 모르게 소리가 나왔다.

그리고 촉수가 애착인간을 꿰뚫는 다음 순간.


모든 게 거꾸로 돌아갔다.


어, 어떻게 된 일이지?


[시, 시간역행? 그럴 리 없다! 이곳은 나의 공간! 시간 가속이든 역행이든 절대로 불가능하다! 죽어라!]


하지만 촉수가 애착인간을 꿰뚫는 진실에는 도달할 수 없었다.


나의 간절한 바람이 능력으로 발휘된 걸까.

촉수괴물의 모든 공격은 무효로 돌아갔다.


[죽어! 죽으라고! 뒈지라고! 왜 안 되는 건데!]


"그게 너의 최선인가."


애착인간은 기다란 꼬챙이를 들었다.

그리고 성큼성큼 촉수괴물을 향해 다가갔다.


촉수괴물은 발악하면서 밀어내고, 도망까지 치려고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수많은 인간을 잔인하게 죽인 너를 나와 황금사신이 심판하겠다."


[오지마! 오지 말라고!]


"사형. 얌전히 죽음을 받아들여라."


[죽기 싫어! 도와줘! 살려줘! 으아아악!]


뾱!


애착인간이 촉수괴물의 핵을 꿰뚫자 촉수괴물은 소멸되어버렸다.


와! 이겼다!

우리의 승리!


촉수괴물이 생성한 공간은 다시 원래대로 돌아갔다.

엄마를 비롯한 수많은 자매들이 우리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 * * * *


'와! 애착인간이 나쁜 오브젝트를 죽였다고?'

'애착인간 정말 좋아!'

'진실 무효? 그거 뭐야? 짱 신기해!'


애착인간은 치료 중이고 나는 자매들 사이에서 유명인사가 되었다.

엄마가 직접 선물한 특제 푸딩!


옴뇸뇸.

음, 맛있어!


푸딩을 먹으면서 오늘 있었던 일을 되새겼다.

무기력한 와중에도 물러서지 않고 일어서다니.

역시 인간은 멋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