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가 내게 물어봐서 다시 반문했다.

"재밌을리가 없잖아요. 외모가 나빴으면... 아, 그랬으면 취직도 못했으려나. 아무튼. 웨이트리스 일을 하면 여러 손님들을 만나요. 개중에서 저한테, 음. 나쁜 말 하는 사람들도 많죠. 물론 지엄하신 법으로 처리한다면 다 감방에 보내기야 하겠지만, 그것도 귀찮잖아요? 그래서 그냥 사는거에요. 돈은 짭잘하게 버니까."

"...그냥 궁금해서 물었던거야."

"그래요? 궁금해서 물어봤다니. 저한테 작업거는 사람 치고는 말을 안 가리네요?"

"작업 거는건 아닌데."

"작업이 아니면 뭐에요? 데이트인가? 저희들, 아직 사귀는 사이도 아닐텐데. 김칫국부터 들이키시는건 아니죠."

"...."

"장난이에요. 장난. 댁 생각은 모르겠지만, 불편하게 받아들이는건 아니에요. 오히려 친절해서 고맙게 여기죠. 그렇다고, 제가 쉬운 여자라고는 생각하지 말고."

당연히 쉽지는 않았다.
몇개월 전만 해도 남자였으니까.

"단골이니까, 이 정도로 해드리는거에요. 저같은 웨이트리스 많이 못 볼걸요?"

"그래."

"뭐... 말동무, 나쁘지 않죠."

나는 잠시 와인을 따랐다.

"맛있는거에요. 제가 사드리는거니까, 사양하진 마시고."

"그래."

"건배 안 해요? 건배."

"...건배."

남자와 잔을 부딪치고 와인을 한잔 마신다.
단골로써 알던 사람과 이야기가 맞아 친해져, 서로 술을 나눈다라.
꽤나 낭만적인 상황이었다.
내가 몇개월전만 남자였던 인간이 아니었다면.

아쉽게도, 그에게 내가 해줄것은 별로 없었다.
절친하다, 라고 말할 정도로까지 왔지만.
그럼에도 나는 그에게 어떤 성적인 매력도 느낄수가 없었다.

그가 나를 원한다면, 그래도 '그'니까 요분질 정도야 해줄수는 있지만.
사랑한다 물어본다면, 대답해줄수가 없었다.
안타깝다고 말할만한 그런 일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술을 즐긴다.
와인은 부드러운 목넘김을 자랑했고, 어느새 둘이서 나눠 마시다 한병을 비워가고 있었다.

주량은 둘다 어느정도 있어서 이정도로 취하지는 않았고, 어느새 알딸딸한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이때쯤 술을 부으면 몇백 밀리도 들어가겠지만 그만뒀다.
내 주사가 어떤지는 내가 가장 잘 아니까.

"배웅해주실래요?"

"원한다면야."

나는 휘청거리다가 그의 어깨를 잡았다.
그리고 잠시 냄새를 맡아보자 매력적이었다.
섬유 유연제, 좋은거 쓰나.

"잠깐만..."

"...?"

나는 그를 바라봤다.

"해본적 있어요? 키스."

"아니... 없는데."

"술김에는, 아닌데. 외로워보여서요. 여친 있어요?"

"...없어."

"한번도?"

"한번도."

나는 피식 미소지었다.
이렇게 여자한테 로망스러운 남자도, 사랑하는 사람이 한번도 없었다니.

"...저 좋아해요?"

"...."

그가 고개를 돌렸다.
나는 잠시 두손으로 고개를 바로잡고서, 그를 바라봤다.

그리고 잠깐, 가볍게 입술이 걸쳤다.

-톡.

진한것도 아니라 단순한 입맞춤이었다.
하지만 남자는 눈에 띄게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나는 실실 미소지으며 물러섰다.

"외로우면 안되니까 해주는거에요. 다음부터, 외로울때 이거 생각하면서 버텨요."

나는 그렇게 말하고서 배웅을 받았다.

다음날 아침, 내가 이불을 연신 찬건 필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