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밤은 깊어갔고 성철은 어둠 속에서 홀로 고민에 빠져들었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쌓아온 우정, 하지만 이제 막 마음속에 피어난 새로운 감정...

‘그래, 일단 TS 증후군에 대해서 공부를 좀 해 봐야겠어.’

성철은 휴대폰을 켜 구글에 TS 증후군을 검색했다. 여러 사이트가 나왔지만 눈에 띄는 곳이 있었다.

'아카라이브 TS 채널... TS 관련 글이 많은 곳인가 보네. 한번 들어가 볼까?'

게시판에 들어가자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글들이 보였다.

[틋녀 능욕 수준 ㅋㅋㅋ] 

[아, 틋녀 강간하고 싶다.] 

[어디서 틋녀 볼 수 있음? 찾아 가보고 싶네.]

[틋녀 캐피탈 알바구합니다!]

[틋녀에게 인격이란 없다.]

[라니아 교수님 닭장냄새나!]


성철은 불쾌감이 들었다. TS 증후군 환자를 '틋녀'라 낮춰 부르며 성적 대상화하는 분위기였다.

게시판 규칙을 읽어보니 사적 얘기는 '사담 혹은 ㅅㄷ' 말머리를 쓰라고 했다. 답답한 마음에 성철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제목: ㅅㄷ) 반년 만에 부랄친구네 자취방에 왔는데 거유 미소녀가 됐더라.]


[자취방에 문제가 생겨서 갈 곳이 없어 반년 만에 부랄친구네 왔어

그런데 부랄친구가 TS 증후군 걸려서 거유 미소녀가 된 거 있지?

자기 자취방에 며칠 자고 가도 된다고 해서 잠시 사는데

매일 저녁 맛있는 밥도 차려주고 한우도 구워줬어.

근데 얘가 너무 예쁘고 착해서 마음이 심란하다.

10년도 넘게 알고 지낸 부랄친구인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방금 전에 화장실 갔다가 벗어놓은 F컵 브라 냄새 맡았는데 씨발 흥분해서 아랫도리가 가라앉지가 않네

혹시 나 같은 고민 가진 놈 있냐? 돌아버리겠다.]


완료 버튼을 누르자 글이 올라갔다. 이내 댓글이 달렸다.

[시발아 생각바구니 말머리 달라고]

[이게 사담이냐? 틋망챈으로 꺼져!] 

[진짜 부럽네. 나도 부랄 틋녀 하나만 있었으면.]

[난가?]

[넌가?]

[난가?]

[야 노피아 가서 정식 연재해라! 자유랭킹 1위 씹가능!]

[TS 창작은 창작탭이나 생각바구니 이용 부탁드립니다. 첫 위반이니 3일 차단입니다.]

'아 진짜인데... 개새끼들이 믿질 않네.'

댓글 달려고 하자 경고창이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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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 201952259 (사담 차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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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씨발 파딱새끼. 아 씨발 좆같네."


욕설을 내뱉으며 휴대폰을 내던졌다. 솔직한 고민을 토로 했다가 오히려 질타만 받은 꼴이었다.

선아에 대한 마음이 친구 이상이 된 걸 부정할 순 없었다. 하지만 그걸 인정하는 순간 오랜 우정이 깨질까 두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