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소녀 입장에서 갑자기 쳐들어온 외계인 놈들이 좋을 리가 없었지만 그걸 감안해도 틋순이는 유독 졸개B가 싫었다.


그리 거창한 이유는 아니었다. 그저 졸개B가 심심풀이로 그녀의 케이크를 걷어찬게 다였다.


겨우 그런 걸로 싫어하다니. 


누군가가 왜 졸개B를 싫어하냐고 물어봐서 알려줬더니 돌아온 대답이 저거였다.


맞다. 난 쪼잔하고 뒤끝이 심하다. 고작 케이크 가지고 궁상이나 떨고 있으니까.


비록 그 케이크가 초등학생 때 한푼 두푼 모아서 힘들게 산 엄마의 마지막 생일 케이크였다는 게 문제지만.


그때 물어봤던 사람이 말했던대로 케이크는 고작 케이크니까. 내가 너무 쪼잔한거지. 그치.


아무튼 이런 이유 때문에 난 졸개B가 싫다. 틋순이는 손을 말아쥐자 파란색 파스텔 톤 마력이 주먹에 모여들었다.


파란색으로 번쩍번쩍 빛나는 주먹으로 얼빵하게 생긴 회색 뒤통수를 때리자 졸개B가 괴상한 비명을 내지르며 벽에 처박혔다.


"쿠에에엑!"


오늘도 졸개B는 무력하게 비명을 내지른다. 그 비명이 얼마나 상쾌한지 그날 하루 동안 운이 좋아지는 기분마저 들 정도였다.


벽에 상반신이 박혀 에로망가처럼 하반신만 내밀고 있던 졸개B가 벽에서 몸을 빼내며 소리쳤다.


"남자였던 주제에 치마는 왜 입는 거냐! 여장 변태냐?"


"여장 변태한테 진 약골이 하는 말은 안들리는데?" 


틋순이는 졸개B에게 비웃음을 날려주고 얼굴을 가리고 있는 여성 시민에게 다가갔다.


"괴인들이 침략하고 있으니 어서 대피를..."


틋순이의 말에도 여성은 얼굴을 가리고만 있을 뿐 망부석처럼 움직일 생각은 없어보였다.


말을 들어먹을 생각 자체가 없구나. 틋순이는 말을 흐리고 졸개B가 있는 곳을 바라봤다.


"새끼, 튀었네."


자신이 여성에게 한눈을 판 사이에 잽싸게 도망친 모양인지 졸개B는 사라지고 없었다.


"저럴 거면 시비나 걸지 말지. 하여튼 신기한 새끼라니까."


이제 슬슬 뒷수습을 해야 하는데... 망부석처럼 가만히 있는 저 여자를 어떻게 하지?


틋붕이는 주머니를 뒤적거리다가 잡힌 명함을 꺼내서 어색하게 여성에게 건넸다.


"그, 성형외과 번호랑 주소입니다. 외계재난대책본부에 연락하시면 보상해줄겁니다."


"네..."


울음기 섞인 목소리로 대답한 여성은 옷으로 얼굴을 가리더니 공손하게 명함을 받고 떠났다.


아마도 저 여성은 졸개B의 악취미에 당한 것 같았다. 


졸개B는 악취미가 있는데 그중에서도 악질적이라 인터넷에서 유명해진게 몇 개 있었다.


초등학생의 케이크를 발로 차는 것과, 회복 마법을 여자 얼굴에 걸어서 성형 전 원래 얼굴로 되돌리는게 대표적이다.


악취미라고 불리기엔 선을 넘었지만 이상하게도 인터넷에서는 졸개B를 유쾌의 상징으로 추앙하는 사람이 많았다.


틋순이는 주머니에서 꺼낸 구름 과자를 입에 물었다.


틱- 틱-


"...이건 또 왜 안돼."


틋순이는 라이터를 휙 던지려다 근처에 날라다니던 5만원권을 발견했다.


"운수 좋은 날이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