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원두의 종류는 각양각색이다. 


예가체프는 강렬한 산미로써 사람을 놀라게 하고, 게이샤는 반대로 산뜻한 산미를 가지고 있다. 마치 레몬과 청귤의 차이라고 해야할까? 


사람들을 진정으로 만족시킬 커피는 무궁무진하지만, 공통적으로 다들 생각할 것이다. 커피 원두를 로스팅하는 향은 아주 좋다고. 사람을 편안하게...


라고 생각하는 순간, 훅 들어오는 독한 향수. 강렬한 시트러스한 향이 그녀의 코를 자극했다. 편안한 커피의 향은 순식간에 알코올로부터 발사된 향수의 향으로 뒤덮이고, 얽히고, 살해당했다.


"으읏...."


들어오는 손님들마다 전부다 커플이었다. 서로의 사랑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팔짱을 끼고, 향수를 뿌리며, 서로의 취향에 맞는 옷을 입고서 카페 안으로 들어왔다.


불행히도 테이블 하나 사이를 두고서 반대편에 서있는 그녀는 여기서 도망칠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이곳은 그녀의 카페이고, 그녀는 사장이기 때문이었다.


웅성웅성대는 소리는 그녀가 틀곤 했던 세미 클래식 곡들을 파묻어버렸다. 마음같아서는 소리를 크게 올려버리고 싶지만 그녀에게 민감한 것은 후각뿐만 아니었다. 애초에, 평범한 사람은 아니었기에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었다.


귀환자


세상이 뒤집히고, 현대판타지 소설이 현실이 됐을 때, 당연하듯이 돌아온 이들. 때로는 이미 적이 되어 있었지만 대부분은 사회에 합류했다. 그들이 강한 힘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왜 그랬느냐? 인간은 혼자서 살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멸망하는 세계에서 도망쳐온 이세계인, 어느날 각성한 이들까지 사회의 하나의 부분으로써 작동하고 있는데, 그저 힘이 강하다는 이유로 그걸 해칠 수는 없었다. 그러지도 못했고.


그렇게 사회가 다시 안정적으로 변할때 쯤, 그녀 또한 돌아왔다. 성별도 종족도 바뀌었지만 그는 그녀였다. 단지 눈은 죽어있고, 꼬리는 처져있고, 귀는 뒤로 뻗쳐있고, 표정은 굉장히 볼만했지만...


누가보더라도 '나는 지금 매우 화나있고, 사람이 싫습니다.' 라고 어필하고 있던 결과, 몇 달간의 적응훈련과 심리치료를 받게됐다. 과학과 마법이 함께 힘을 합칠 때, 정신적인 문제도 '어느 정도'는 예전보다 더 나아지게 회복시킬 수 있었다. 물론 어느 정도였기 때문에, 그녀에게 남은 상처를 다 지울 수는 없었다.


황당할 수 있었지만, 그녀는 커플이라던가 사랑이라던가 그런 것이 싫었다. 아마 그 이유는 그녀가 직접 말하지 않고서는 누구도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이것 또한 심리검사를 통해서 추측한 것 뿐이지, 명확히는 끝끝내 밝히진 않았다.


어쨌건, 그 외에는 정상 범주에 들어간 덕분에 사회에서 어렵지 않게 활동을 할 수 있었다. 주로, 게이트에 출퇴근을 한다거나, 이런저런 일을 한다거나. 그렇게 모은 돈으로 카페가 되었고, 오늘날에 이르게 됐다.


"사장님 저 왔어요!"


"연서야."


"네, 바로 바꿔드릴게요!"


밝게 웃으며 그녀의 아르바이트생이 도착했다. 사장님이 무얼 싫어하는지 대충은 아는 그녀라서 재빠르게 옷을 갈아입고, 앞치마를 입은 뒤에 카운터에 있던 사장님과 자리를 바꿨다. 사장님은 후다닥 밖으로 나가서 건물과 건물사이의 골목 벽에 기대에 무언가를 꺼냈다.


마력초, 담배 시장을 반쯤 잡아먹은 이 물건은 사람의 머리를 맑게하고, 동시에 마나를 약간 채워줬다. 건강에도 괜찮은 놈이 왜 담배 시장을 완전히 잡지는 못했냐면, 체질에 안맞는 사람이 피웠다가는 어지러움증 등을 호소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그걸 빼어 물고, 익숙하다는 듯이 불을 올렸다. 


스으읍, 후우우....


뇌가 맑아지고, 코는 아프지 않고, 정신은 고양된다. 그렇게 두어개비를 순식간에 피워낸 그녀는 다시 안으로 들어갔다. 여전히 소음과 향수 냄새로 가득찼지만, 아마 이정도 분량이라면 가게 문 닫는 시간까진 괜찮을 것이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그녀는 웃으며 손님들을 같이 받기 시작했다.










써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