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 빙의할꺼면 다른 캐릭터가 되고 싶었다.


누구처럼 바람을 가르고 축지법을 쓰고 싶었고.


누구처럼 물로 전장을 가로지르고 싶었고.


누구처럼 불을 다루는 힘이 있었으면 했다.


누구처럼 돌로 벽을 세웠으면 했다.


하지만, 나는 아무런 능력이 없었다.


위성에서 떨어트리는 기예를 선보일 돈도 없었다.


고작해야 연막탄을 들고 던지고, 섬광탄을 던지며, 수류탄을 던질뿐인. 그런 캐릭터가 되고 싶진 않았다.


정말로.



-


서울 탈환작전 전선속에서.



알파는 하늘을, 즉 Z축을 책임지고 있었다, 건물에 매달려 한손으로 쏘는 총. 그것으로 인해 쓰러져나가는 괴물들.


한손으로 자기 키만한 스타이퍼 라이플의 반동을 감당한다는것도 이상하지만, 바람을 타고 하늘을 날아다니는것도 이상했다. 


만약 알파가 남자였다면 이해하려는 노력을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는 여자였다.


하늘색 머리를 가진 그녀는 얼굴에 주근꺠를 가지고 있었으며, 평범한 사람이 전장에서 굴렀을때 전형적으로 가질 얼굴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녀의 초능력만큼은 전형적이지 않았다.


그녀의 초능력은 초월적인 근력을 기본으로 하고. 

누구나 할 수 있는것처럼 바람을 타고다닌다고 주장(!) 하고 있었다.


그녀의 말 대로라면 나도 바람을 타고 이동할 수 있어야 하지만, 전혀 불가능 하니 뭐.


나는 뭐하고 있냐고?  땅바닥에 기관총을 거치해 마구 쏘는중이다.


서울탈환작전이 가지는 가치를 생각하면 3200달러짜리 기관총을 줄만 하지만, 1600달러짜리 싼 기관총을 주는 상층부도 문제다. 


"화력은 중요하지만, 그만큼 중요한게 경제성이다."


상층부의 모토는 이런식이었으니. 현장에서 굴러다니는 나는 죽어나갈 노릇이다.


최고의 경제성을 위해서 최고로 굴러다니고 있었으니 말이다.


"자기! 그러고 보니 데이트는 어땠어?"


귀의 이어피스에서 정겨운 알파의 목소리가 들린다.


"알파. 작전중입니다. 사담은 좋지 않아요!"


나는 화염병을 던지며 말했다.


개미떼같은 괴물들이 화염지대를 피하려고 하지만, 수 많은 괴물들은 일종의 웨이브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맨 앞줄의 괴물들은 멈추려고 하지만, 뒷줄은 상황을 알지못해 밀어내고 있는 중이다.


그러니 밀려난 거미같은 괴물들은 최신식 화염병에 통구이가 될 수 밖에.


"주작이랑 데이트 했다며! 같은 한국인끼리 뭔가 썸씽이라도 일어난거 아니야?"


"아닙니다. 그냥 서로 친구에요. 주작이 좋아하는 프랑스의 케이크 가게- 읍. 비밀로 해주세요!"


입이 방정이지. 주작의 비밀을 말하고 말았다.


"그래? 그녀석 완전 상남자인척 하고 다니더니 케이크를 좋아한다 이거지? 


풉!"


알파는 저격총으로 거대한 괴물들을 마구 쏴대며 말하고 있었다. 두손을 모두 떼고 하늘에 체공하며 한손으로 총을 쏴대고 한손으론 웃고 있는 입가를 닦는 모습이란.


 참으로 초월적이다.


"뭐, 그래서 자기는 그이는 없는거야? 나 이탈리아노(이탈리아 사람)이잖아. 비밀은 잘 지킨다고!"


이탈리아 사람이 입이 싼건 이전 세계나 여기나 공통이다.  물론 진짜로 없지만, 있다고 말한 순간 타격팀 전체에 소문이 날께 뻔했다.


"에이 그이 같은건 없어요. 남자를 안좋아하기도 하고."


나는 그녀를 향해 손을 절래절래 저었다.


"설마. 자기 그런 취향?"


뭐. 그런 취향이긴 하다. 왜냐면 남자였으니까!



뭐 나를 어찌할껀가. 원래 빙의 하기전까진 남성이었고 지금은 또 21세기 지구인데. 뭐라 할 사람이 있는것도 아니다.


"타격팀중에 혹시 마음에 드는 여성은 있어? 마드모아젤?"


유창한 프랑스어로 물어봐오는 알파의 모습에 "...." 아무말도 못한 나였다.


있긴 있었다. 그냥 그녀도 모르고 있을뿐이지. 그렇다고 말할 상황도 아니고. 소문이 퍼지는것도 싫고. 


"에이. 있나본데 말해봐. 이 언니가 도와줄께!"


"없어요. 없어!"


"에이 그러지 말고!"


그녀는 스나이퍼 라이플을 등에 메었다. 대형인 괴물은 어느정도 처리했다는 뜻이었다.


"저기. 저쪽에 연막좀 쳐줄래?"


또, 그녀의 나쁜 습관이 나왔다. 저기, 이곳, 깔쌈한데다가. 이런식으로 오더를 하는 습관을 말이다.


"저기라고 하면 모르죠."


그래도 짬밥은 짬밥이다. 오랫동안 그녀와 함께 했기 떄문에 그녀가 원하는 장소가 어디인줄은 알고 있었지만, 짐짓 모른체 했다. 


그리 바쁜 상황도 아니고 말이다.


"잠시만 바람으로 표시해줄께"


그녀가 그렇게 말하자. 바람의 흐름이 바뀌었다. 소용돌이치는 하늘색 바람이 땅바닥에 나타났고. 나는 그곳에 연막탄을 던졌다.


"좋아! 역시 자기라니까!"


연막이 피어올랐고. 더 싸울 준비를 하기 위해 탄창을 갈려고 하던 와중. 하늘에서 폭죽이 울려퍼졌다.


"그만하고 돌아오라"라는 표시의 빨간 폭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