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1 : https://arca.live/b/tsfiction/101981091
선이란 선은 모조리 넘어버린 채 시작하는 우리 주인공.
프롤로그 2 : 현재 고안 중인 스토리에요.
강진이 발생해 쩌저적 갈라진 땅처럼, 곳곳이 갈라지고 부서진 아스팔트 도로.
주인에게 버려진 때 묻고 솜이 터져 나온 곰 인형처럼, 곳곳이 찌그러지고 유리창이란 유리창은 모조리 깨져있는 차량.
이미 본래의 목적을 수행할 수 없게 된 도로와 마찬가지로, 외벽 곳곳이 갈라지고 말라비틀어진 덩굴 식물이 대롱대롱 매달려있는 철근 콘크리트 건물.
살아있는 지성체는커녕, 손톱만 한 벌레조차 보이지 않는 폐허입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무덤이랄까요.
바람조차도 한참 전에 유명을 달리한 탓에, 한때 수백만의 지성체들이 살았던 곳이라곤 도저히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적적하고.
유기물을 분해할 역할을 맡았을 미생물마저도 사라져, 썩어 없어지지도 못한 채 곳곳에 널부러져있는 사체들이 한가득한 공동묘지입니다.
"…."
문득, 한 지성체의 시체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누리끼리한 바탕에 형광 줄이 가로로 쭉쭉 그어진, 다른 지성체들이 입고 있는 옷보다 몇 배는 더 두툼한 옷을 입은 지성체.
그런 지성체의 품 안에 안긴 채 눈을 감은, 어리고 조그만 지성체.
상체와 하체가 비슷한 비율을 가진데다, 굴곡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일자형 체형.
우리와 굉장히 비슷한 몸매입니다.
"…왜."
우리도 모르게 입 밖으로 튀어나온 한마디.
우리가 말해놓고도 순간 당황해, 순간 입가에 손을 가져가 틀어막으려 했을 정도였습니다.
…어째서일까요.
두 지성체를 계속해서 바라보고 있자, 이상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뭐랄까, 한때 기초대사량을 어떻게든 채우기 위해 식용유를 통째로 들이켰을 때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느낌.
이런 몸이 된 이후로 먹은 것도 없고, 애초에 내장이 있는지 마저 모르는데도.
토하고 싶어졌습니다.
가슴이 찌릿찌릿, 바늘로 쿡쿡 찌르는 것 같았습니다.
마취도 하지 않은 채 가슴을 날카로운 칼로 짼 다음, 마구잡이로 발버둥 치는 벌레 수십마리를 심장에 꽂아 넣은 것만 같았습니다.
시선을 돌렸습니다.
한 생명의 최후를 외면했습니다.
누런 옷을 입은 저 지성체가, 우리와 비슷하게 느껴져서.
두눈을 감았습니다.
한 영웅의 말로를 외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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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1이랑은 완전히 다른 전개네요.
프롤로그 1에 있는 우리 주인공은, 사람의 시체로 산을 쌓는 것 정도야 아무런 거리낌 없이 하는 성격이었어요.
이번 프롤로그 2에선 한 소방관의 시신을 보고선, 자기와 비슷하다고 느끼곤 고개를 돌려 외면하는 모습을 보였어요.
같은 등장인물이라곤 보기 힘들 정도의 큰 변화네요.
둘 중 어떤 프롤로그를 택할지, 참 고민이 많이 되네요.
일단 한 숨 자고 생각해야 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