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안녕하세요..."

-ㅎㅇㅎㅇ
-ㅇㅎㅇㅎ

"저, 저저저...저저저저... 아, 안녕하세요오...?"

-개귀엽다
-ㅋㅋㅋㅋ 뭐임
-!인사

[rein님이 5,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혹시 인사 한번 더 해줄수 있음?

"아, 안녕하세요오으오오...!"

-ㅋㅋㅋㅋ
-ㅋㅋ
-ㅋㅋㅋㅋㅋ

"흐익, 목 아프다.... 저기... 제발 1분만 기다려줄수 있을까요... 긴장해서 목이 아파요오..."

나는 히키코모리다.
거기에다가 PTSD도 있다.

더해서 티에스병이란, 해괴망측하고 지구에서 발견 사례가 백명을 넘지 않은 병에 걸려버리고야 말았다.

나는 그래서 아싸탈출기를 감행하게 되었다.
굳이 따지자면, '재활'이다.

*

*

*

"흐익?!"

어깨가 남자랑 부딪친다.
나는 그렇게 화를 낼줄 알고 움츠러들고 있었다.
잠시후에 남자가 그냥 지나가는걸 알자, 나는 겨우겨우 안심하고서 앞으로 계속 걸어나가기 시작했다.

솔직히 너무너무 무서웠다.
갑자기 아파서 앓아누웠더니, 꼬추랑 불알에서 말려들어가는 아득한 통증이 느껴지더니 피가 폭포처럼 솟구쳤다.
무엇인지 물으니, 세포들 전체의 성염색체가 바뀌는 과정이라는 얘기를 듣고야 말았다.

그것이 씹덕물에서 흔히 나오고 하던 티에스라는 얘기를 듣자 실신하고야 말았다.
특히나, 고통은 그때에 느꼈던 정신적 충격의 백배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일단은 아래에 아무것도 없어진것에는 고통을 받지 않았다.
하지만 그때부터 사타구니를 철망치로 두들겨 팬거 같은 충격이 느껴지더니, 거대한 구멍이 생기기 시작했다.
확인을 해보는게 낫다고 의사가 말했지만 나는 부끄러워서 여자 간호사한테도 허락하지 않았다.

그렇게 마약성 진통제를 맞고 나서야 한층 나아졌다.

한 이주일 후에서야 나는 제대로 잘수가 있었다.
의사는 나에게 재성전환 수술을 권유했지만, 고통이 무서웠던 나는 거절했다.
하지만 그때의 공포가 너무 상세했던 탓일까, 나는 여성이라는 것에서 무력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러나 언제까지 움츠러들고만 살수는 없는 법.
그나마 믿고있는 불알친구한테 조언을 얻고자 찾아가는 와중이었다.

187cm의 큰 키, 훤칠하게 생긴 외모.
친구를 어렵지 않게 알아낸 나는 종종걸음으로 그에게 다가갔다.

"저기..."

"죄송한데 번호는 안 받습니다. 사귀는 사람이 있어-"

나는 그를 똑바로 쳐다봤다.

"...저희 혹시 만난적 있어요? 되게 익숙하네."

"나 주영이야..."

"주영? 아이씨. 여자애 중에 주영이란 얘가 몇명이었더라... 황이던가, 신이던가..."

"김주영!"

"절친 김주...영?"

나는 짜증을 이겨내지 못하고서 쇄골의 옷깃을 풀어헤쳤다.

"여, 여기 있잖아요... 쇄골에 점 콕 찍혀있는거..."

"주, 주영이야? 주영이라고...?"

나는 입을 꾹 다물었다.

"어. 그래. 일단은 알겠는데... 카페 가서 얘기할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

*

*

예상과 다르게 창현은 내 얘기를 제대로 들어주었다.
그리고는 말했다.

"힘들었겠네."

"나, 나 진짜 아팠어... 막 사타구니가 쇠봉으로 찌르는것처럼 아프구 막..."

"진정해, 진정."

어깨를 토닥거리자 떨림이 잦아들었다.

"그, 그런데 나 이대로 살수는 있을까...? 지금 너무 히키코모리 같기도 하고, 그것만이 문제가 아니라 그냥 나 자체가 쓰레기처럼 느껴져... 아싸에다가 아무것도 할줄 아는게 없는데..."

"그래도 예쁘고 가슴 크잖아, 뭐라도 할수 있지 않을까?"

"그게 여자 된 사람한테 할 소리야...?"

"너도 빈말 원한건 아니잖아."

나는 입을 꾹 다물었다.

"내가 너를 여자처럼 대하고 친절하게 군다면, 너는 오히려 그 친절에 의해서 더 상처받겠지. 그럴빠에는 차라리 남자처럼 대하는게 낫다고 생각해서."

"미안... 미안해..."

"아냐. 말은 좀 가려서 해야겠네."

창현은 그렇게 커피를 홀짝거렸다.

"나... 사람들이랑 다시 친해지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그러면 사교성부터 길러야지?"

나는 눈을 초롱초롱하게 하고 창현을 쳐다봤다.
하지만 창현은 싸늘하게 식은 눈빛으로 말했다.

"사교성은 사람과 만나서 생기는거지. 솔직히 말해서, 나한테 말한다고 될 정도로 쉬운 사교성 늘리는 방법이 있었으면 세상 모든 사람들이 인싸였겠지 않냐?"

"그건 그런데...."

"방법이 아예 없는건 아닌데, 약간 충격요법이거든. 괜찮아?"

"그게 뭔데...?"

"약간 대학이나 그런데에 가서 강연같은거 하는거."

"그, 그건 너무 리스크가 크지 않을까..."

"그러면은 딱히 방법이..."

창현은 고민하다가 말했다.

"아, 방송은 어때?"

"방송이라니...?"

"방송이면 내가 말한 조건들을 다 충족하면서 부담도 줄일수 있지. 더해서 리스크도 적고. 솔직히 말해서 찐따아싸히키코모리 컨셉이면 안 팔리는게 이상하거든. 진짜로 어지간히 좆노잼 드립 치지 않는 이상에야."

"유머 감각 없어서 죄송해요..."

"딱 그 느낌이야."

저러니까 기분이 뭔가 묘하다.

"흐, 흐윽. 힘든 사람 놀리니까 기분 좋냐고."

"난 진심인데? 싫으면 말고."

그 말을 듣자 오기가 생겼다.

"그, 그러면. 진심으로 해서 성과가 없으면 책임질거야?"

"책임은 어떻게 지는데?"

"나, 나를 평생동안 부양해준다거나... 아."

순간 얼굴이 화끈해졌다.

"혹시나 해서 말하는건데, 아무한테나 대주고 다니지는 마라. 니 연애사는 니꺼니까 참견은 안 하겠지만."

"안해...! 너라면 모를까... 너라면 우정으로......"

나는 말을 흐렸다.

"그러면 소꿉친구 사이가 우정으로 대주는 사이니?"

"몰라! 아, 아무튼간에. 성과 없으면... 책임져...!"

"응. 임신으로?"

"이, 이 나쁜 놈아아...!"

나는 주먹으로 근육질 몸을 퍽퍽 쳤다.
하지만 창현은 주먹이 가볍다는듯 웃고 있을 뿐이었다.

죽일거야. 이 나쁜 놈아.

*

*

*

그래서 상황은 이렇게 된다.
나는 검은색 머리카락을 땄고, 덕분에 지뢰계 패션 꼴이 되었다.
씨발, 이런걸 입게 된다니.

"와, 완전 별로야... 예쁘고 귀엽지만..."

"그게 좋다는거 아니야?"

"바, 바보야... 말 그만하라고..."

"바보?"

"멍청이, 나쁜놈, 바보야..."

"씨발은 안 써?"

"씨, 씻팔, 씨바. 씨. 씨발 놈아..."

나는 얼굴을 붉혔다.

"악취미야... 너무너무 악취미라고... 사, 사람 놀리니까 기분 좋아?"

"귀엽지를 말아야지."

"아, 안 귀여워... 차라리 귀엽다면은 니, 니가 더 귀엽겠다..."

"내가 귀엽다고? 진심으로?"

"나빴어, 진심. 진심이야. 너랑은 대화 안해."

"...그래놓고 3분 지나면 조잘조잘 떠들겠지."

"누, 눈치 없어...!"

"왜 굳이 눈치를 챙겨야해? 너랑 나 사이에."

"그, 그야 나는..."

여자니까.
말을 삼켜야만했다.
애초에 애인도 아니고, 절친 사이였다.
그쯤의 장난은 얼마든지 해도 되었다.

"내, 내가 잘못한거야...?"

"그렇게 되는거네?"

"라고 할줄 알았냐...!"

나는 주먹으로 명치를 쳤다.
하지만 미동도 하지 않았다.

"힉, 흐엑. 흑. 히익."

창현은 웃더니 나를 떼어냈다.

"와, 되게. 음. 뭔가 웃기네."

"웃지마...!"

언젠가는 반드시 혼내버릴꺼야.

꼭.

무조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