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환생한 세상은 이전 세상의 상식과 어긋나는 법칙이 많았다.


나는 고개를 들어 밤하늘에 떠오른 별들을 바라보았다. 항성, 금속으로 이루어진 유기체. 그것들이 밤하늘을 가득 메운다. 


"무엇을 보고 계십니까, 형제님?"


"그냥, 별을 보고 있었습니다."


"특이한 형제님이시군요."


주신의 교황이라는 작자가 한가로이 말을 걸어온다. 


그럴만도하지 주신과 지렁이가 싸우는데 별이나 보고 있으면 신기할 법도 했다.


대꾸하지 않고 별을 보고 있자 무안해진 교황이 헛기침을 하며 다시 입을 열었다.


"별이라... 그들은 기나긴 수명을 부여받았음에도 끝없는 욕심을 부리는 존재들이죠."


교황은 주신이 이길거라 확신하는지 싸움판에서 눈을 떼고 별에 대한 주관을 말한다.


나는 고개를 끄덕여 그의 주관에 동의를 표했다. 교황의 말대로다.


항성들은 욕심이 많아 수명을 다해도 제 죽음을, 초신성을 받아들이지 않고 버틴다.


허나, 욕심이 과하면 독이 되는 법. 이미 죽었으나 살아있는 항성들은 산 채로 몸이 부패하며 부풀어오르며 고통받는다.


이윽고 임계점이 오면 미루고 미뤘던 초신성이 자아의 죽음과 함께 일어난다.


그렇게 생긴 항성의 부패한 살점은 역겨운 운석이 되어 지구에 박힌다.


역겨운 운석은 방사능과 고통을 뿜어내고, 대지를 부식시키는 미생물의 안락한 서식지 역할을 한다.


콰직ㅡ 으지직ㅡ 쾅!


하늘에서 부드러운 것이 뭉개지는 소리와 함께 거대한 살점이 운석처럼 숲에 떨어졌다.


"시, 신이시여!"


항성이 죽는 것처럼, 자비와 사랑을 관장하는 주신도 죽음에서 예외는 아니었다. 


한때 주신이었던 저 존재는 한낱 지렁이에게 패배하고 토막나 죽었다.


영광된 신이 시체로 영락하여 땅을 뒤덮는다. 허나 신은 죽었지만 죽을 수 없는 존재.


비록 자아가 죽었을지언정 그 시체는 멀쩡히 살아움직여 숲을 잠식한다.


절망에 가득차 숲으로 뛰어들어간 신도들까지 포식하고 탄생한 고깃덩어리 숲은 굉장한 악취를 뿜어냈다.


죽음으로 인해 자아는 없어진 채, 뭉개진 육체가 살기위해 발버둥을 치는 모습은 신의 말로라기엔 너무 비참했다.


[퀘스트 갱신!]

[지금 당장 숲으로 들어가 자비와 사랑의 신을 알현하십시오!]

[0/1]

[빌어먹을 창녀가 되어 돼지 아래에 깔리세요]

[0/1]


이딴 세상이니 시스템도 광기에 찌들어 제정신이 아니었다. 나는 신경질적으로 손을 휘저어 시스템창을 치웠다.


신의 시체가 땅에 떨어졌으니 이곳도 곧 사람이 살 곳이 못되겠지.


나는 땅에 반쯤 박힌 몸뚱이만한 애검을 어깨에 짊어지고 반대편으로 도망갔다.


도망치는 도중에 산적과 조우하는 작은 이벤트가 있었으나,


"예쁜 계집년이 알아서 굴러오는구나! 무기를 버리고 몸을 바치면 목숨만은 살려주마!"


"진짜로? 나랑 하고 싶으면 해도 되는데."


"형님, 저년 영혼의 형태가 남성입니다. 주의하십시오."


"뭐어? 남자였던 년이라고? 에라이, 역겨워서 자지 썩겠다! 그냥 보내줘라!"


""네, 두목!""


"..."


작은 해프닝으로 끝났다. 어쩐지 싸우다 다친 것보다 더 큰 부상을 입은 것 같지만.


그렇게 도망가는 걸 이어가다가 문득 억울해졌다. 도대체 남자였다는게 뭐 그리 큰 문제라고 다들 거부하는 걸까.


광기에 찌든 원주민 답게 마물이랑도 하면서 대체! 왜! 나랑은! 안하는 건데!!


"...시발."


산적도, 교배 아저씨도, 하다못해 마물인 고블린까지 전부 자신이 남자라고 거부했다.


남색가는 내 외모가 아름답긴 하나, 여성의 모습을 하고 있어서 싫댄다.


"...훌쩍."


 시아는 오늘따라 세상이 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