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토끼라고! 사랑해 주지 않으면 죽어버린다고!"

언뜻 들으면 애교하는 것 처럼 들리는 말, 별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다.


어느 날, 그와 내가 한바탕 다투던 중, 서로 감정이 고조되었고, 마음에도 없던 소리를 해버렸다. 

"너 같은걸 좋아할 사람이 어딨어? "

그 말을 듣자 마자, 그는 울음을 터트리며 뛰쳐나갔다.


그제서야 제 정신이 돌아왔고, 그의 사정이 기억 났다.


어렸을 적 부터 우린 친구였다. 그렇기에 우리는 부모님보다도 서로를 더 잘 아는 사이였다.

특히나 그의 부모님은 잦은 출장과 외근으로, 1달에 1~2번 보는 정도였다.


"딸? 우린 아들을 키워왔어! 너같은 딸은 필요 없다고!"

그가 5년 전 ts병에 걸린 뒤론, 그런 부모에게조차 내쳐졌고, 점차 대학 친구나 애인과도 이별을 겪었다.


난 그가 인터넷 방송을 시작했을땐 그저 돈이 필요해서라고 생각했다.

"귀여워~"

"안아주고 싶다"

"우리의 신이시여 덕분에 오늘도 살아갑니다".

그의 방송은 처음엔 귀여운 여자아이와 같은 외모에 사로잡힌 사람들로 가득했다.

매일매일 칭찬과 도네이션, 심지어는 숭배자까지.


그는 이런 생활로 잠시나마나 현실을 망각하는 듯 했다.


그러나 플랫폼의 서버 종료와 함께 대부분의 시청자가 떠나갔고, 다른 곳으로 옮겨보아도 성희롱이나 샌드백 취급만 만연했다.

그는 방송도 그만두었고, 점점 우리 집에서 나오는 횟수도 줄어만 갔다.


"다녀왔어~"

아직 집에 안 들어온걸까


그와 자주 갔던 공원, 우리가 처음 만났던 놀이터, 병에 걸렸다며 울면서 나한테 안겼던 술집, ...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