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novelpia.com/novel/217647
혹자는 내가 천벌을 받았다고들 하더군요. 당신도 그렇게 생각하세요? 어머니 사랑 못 받고 큰 놈이 감히 여자를 우러러보지 않아서 여자들에게는 조소를, 남자들에게는 내가 남들을 경멸하며 보내던 그 시선을 이제는 동일성이 없어진 내 성적 고향에게서 돌려받는 그런 벌을?
그런데 그거 아세요? 나한테는 이 세상 자체가 이미 하나의 거대한 형벌장이에요.
여기 죄 지어본 사람 있습니까? 형법상의 죄든 도의적인 죄든 상관없어요. 크게는 전자가 후자에 포함되니 후자라고 치죠.
전과가 있는 분은 거의 없을 겁니다만, 「내가 살면서 지은 잘못이 하나도 없다」 하는 분도 많지 않을 겁니다. 있다면 저는 그런 인간들, 그런 마음가짐 어느 정도는 존경하고, 경외하고, 대단하다고 봅니다만 솔직히 신뢰는 못하겠습니다. 초인은 못 봤는데 양심 결여자는 많이 봐서.
아무튼, 죄인 여러분들. 여러분은 왜 잘못된 선택, 잘못된 그런 행동과 말을 했습니까? 태생적으로 사악해서요? 아니에요. 악은 선보다 후행하는 개념입니다. 알아요, 저는 몰라도 여러분들은 선성(善性)을 가지고 있고 그게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간에 악의보다 약하다는 걸.
그런데 그렇게 착하고 순하고 상냥하고 사려깊은 여러분이 왜 나쁜 짓을 했어요? 세상이 그렇게 만들었으니까요. 같은 불우한 환경에서 다른 선택을 한 누군가 탓하지 마세요. 그 악해질 기회를 내린 건 세상입니다.
인간의 선천성은 가중치에 불과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키의 조타수는 전부 환경이에요. 카르마가 없다면 말이죠. 어떤 성질을 지니고 태어나든 환경 앞에서는 방향을 바꾸는 변수가 되지 못합니다. 많은 잡범과 흉악범들은 환경에 따라 더 나은 사람으로 거듭날 수도 있었어요. 하지만 그렇게 되지 못했죠. 누구 책임 같아요?
이 세상이에요. 누구도 당신들을, 범죄자들을, 악인들을 처음부터 그렇게 만들지 않았어요. 그들을 그렇게 만든 건 이 세상이에요. 그리고 여러분도 그 세계를 구성하는 일원이고요.
이런 걸 연좌라고 불러요. 이 세상 자체가 함정 수사의 덫이라고요. 저는 그런 함정 수사관(agent provocateur)의 유도대로, 저를 불행하게 만든 나 자신을 죽이고 싶었습니다. 오만하고 편협한 저를 마찬가지로 편협하고 오만한 여자로 만든 건 나 같은 살인자를 돕는 일에 지나지 않아요. 당신이 아까 물어보셨나요? 여자가 된 걸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나는 이게 벌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내 천벌은 ░░░░년 ░░월 ░░일 어느 죄인으로 인해서 이 세상에 발생했을 때부터 시작됐어요. 여자가 됐다가 유기되면 모를까 이미 부모를 모르고 컸는데 여자가 되어봤자 불행이 증강되지 않습니다.
내가 혐오하고 경멸했던 여자의 육체 속에 갇혀서 이 잠수종의 외피에 익숙해져 자신을 잃어버리는 게, 그게 벌이라고 생각해요? 나는 나를 사랑하지 않아요. 사랑하는 가족을 잃어버리면 분신(分身)을 잃은 것 같겠지만, 일단 적어도 그렇다고 사람들은 말하지만, 눈엣가시 짐짝을 버리고 온 거면 오히려 씻은 듯 속이 후련하겠죠. 나에게 나는 그런 존재야.
오히려 나는 차라리 지긋지긋하던 꺼리가 사라져서 좋기까지 해. 왜인지, 왜인지 알아요? 이제 내가 바로 그 혐오스러운 존재니까. 남자인 내가 여자를 싫어해봤자, 여자가 아니라서 그렇다고 생각했잖아요?
아 그래, 그러는 사람도 많겠지. 나한테도 그럴 거예요. 뭐만 하면 여자한테 사랑 못 받아봐서, 여자들이 안 좋아해줘서, 연애 못 해서 섹스 못 해서. 심지어 동성애자, 그밖에 기타 등등은 평소엔 이성애자들은 이성에 미쳐서 어쩌고저쩌고한다느니 경멸을 하다가도 나에게는 똑같이 그런 소리 하더라고.
그런데 미안하게 됐다만, 나한테도 연애의 기회가 없던 건 아니에요. 내가 여자를 경멸하는 이유는 내가 싫어하는 사람을 닮아서예요.
내가 여성 혐오자라고 나를 미워하고 손가락질하던 사람들은 이제 날 욕하지 못해. 골빈년이나 「정상」 여자는 못 돼도 언젠가는 끝에 가서 결국 이상한 여자는 될 텐데 내가, 그런 이상함은 다른 천생 여자한테서도 얼마든지 발견할 수 있는 것들이야. 그때도 내가 밉고 싫다면 그런 나야말로 여자의 혐오스러움에 대한 증명이 되겠죠.
그렇기에 나는 이게 신의 선물이라고 생각해요. 육신을 만들어준 소중한 부모의 골칫덩어리를 치워줄 선물. 그리고 나를 보고 재잘거리는 인간들 입을 닥치게 해줄 선물.
그러니까 나를 인과응보라고 조롱하지도 절하하지도 마세요.
구독자 20056명
알림수신 174명
우우 뜌따뜌땨이
창작
여혐 소설가의 TS 수기: 살인자의 염세법
추천
7
비추천
0
댓글
5
조회수
317
작성일
수정일
댓글
[5]
글쓰기
Zuikaku
비호감
Zuikaku
쿠라레
비호감
최근
최근 방문 채널
최근 방문 채널
번호
제목
작성일
조회수
추천
공지
아카라이브 모바일 앱 이용 안내(iOS/Android)
28564094
공지
TS물 채널 이용 팁
44046
공지
TS물 채널 대회목록 (무려 8개!)
51351
공지
☆TS물 채널 소개문☆
7036
공지
당분간 암백 갈라치기 집중단속 하겠습니다.
659
공지
안내) TS물 채널의 단기 목표와 장기 목표.
6039
공지
TS소설 추천좀 하기 전에 보면 좋은 글
34149
공지
필독) 사담 관련 투표 결과 공지
13542
공지
[그녀가 다시 노래할 때까지.] 스팀,스토브 인디,구글스토어,원스토어에서 발매!
25892
공지
TS물 상식 끝올
29546
숨겨진 공지 펼치기(5개)
10942
창작
정신면역) 낙비는 사람의 마음을 몰라
[4]
456
10
10941
창작
멘헤라 틋녀
[10]
483
16
10940
창작
신작 표지 만듬
[3]
369
7
10939
창작
말랑플 팬아트) 바니걸 글라디
[15]
584
18
10938
창작
인간이 희귀종인 세상에서 - 26
[2]
233
8
10937
창작
인간이 희귀종인 세상에서 - 25
[2]
197
7
10936
창작
스페이스 오페라 TS 백합물 쓰면 봄?
[7]
365
9
10935
창작
인간이 희귀종인 세상에서 - 24
[2]
157
5
10934
창작
오야마랑 미하리 그려봄
[4]
307
9
10933
창작
퍼리) 그저웃는중
[4]
295
7
10932
창작
인간이 희귀종인 세상에서 - 23
[1]
185
7
10931
창작
영지 귀족과 카나리아 여인 13
[5]
189
8
10930
창작
타락하고 싶은 소녀 구원하는 금태양
[5]
411
12
10929
창작
인간이 희귀종인 세상에서 - 22
[3]
211
10
10928
창작
움직이는 갸오오! 나메, 그랜절 나메 만들었어!
[14]
522
15
10927
창작
말랑뚜방콩콩콩
[22]
557
21
10926
창작
인간이 희귀종인 세상에서 - 21
[1]
181
7
10925
창작
사이비무림 명장면
[3]
414
14
10924
창작
인간이 희귀종인 세상에서 - 20
[3]
188
9
10923
창작
인간이 희귀종인 세상에서 - 19
151
7
10922
창작
아카배신 팬만와
[30]
836
21
10921
창작
이계백IF) 귀환자 전생 백서
[3]
423
10
10920
창작
"TS물 채널 이용수칙? 이게 뭐지?"
[21]
694
14
10919
창작
마법소녀 틋녀가 계속 희생하면 벌어지는 일
[1]
392
9
10918
창작
실패한 작가틋녀는 패배자위를 한다
[5]
492
15
10917
창작
인간이 희귀종인 세상에서 - 18
[3]
172
7
10916
창작
[피폐] 상호 근친 파괴
[10]
675
14
10915
창작
카페사장튼녀 설정&플롯 저장용 보지맛
[11]
315
10
10914
창작
"아, 아아……"
[14]
634
21
10913
창작
마법소녀 하지 마세요 1
[7]
426
14
10912
창작
진 해, 그럼에도 - 21화
[6]
180
5
10911
창작
진 해, 그럼에도 - 20화
[4]
153
5
10910
창작
인간이 희귀종인 세상에서 - 17
[3]
164
9
10909
창작
인간이 희귀종인 세상에서 - 16
[1]
175
7
10908
창작
영지 귀족과 카나리아 여인 12
[4]
215
8
10907
창작
순애충인데 서큐버스가 되어버렸다 타이포 만들어왔어용~
[12]
434
13
10906
창작
움직이는 우우나메, 달리기나메 만들었어.
[14]
448
16
10905
창작
헌터 세계관 농틋녀가 됐는데 목소리가 그대로다
[18]
626
24
10904
창작
솜사탕을 물에 씻는 라쿤 틋녀 어때?????
[8]
451
15
10903
창작
인간이 희귀종인 세상에서 - 15
[4]
220
10
10902
창작
에엣? 첫턴은 드로우 못해요?[어느 순간의 일]
[27]
471
15
10901
창작
이름
[6]
345
9
10900
창작
마법소녀 하지 마세요 0
[16]
364
9
10899
창작
네오 동탄에 오면 누구나 결혼을 할 수 있대요
[5]
681
12
10898
창작
뉴들박 절대 사절 최종보스님 -2-
[2]
277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