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레 그렇듯 판타지 세계의 산에는 산적이, 강에는 수적이, 바다에는 해적이 있는 법이다.


이렇게 말하니까 뭔가 이브이 같아서 웃기긴 한데 사람이라는 게 원래 이브이처럼 환경에 따라 달라니는 성질을 띄지 않는가?


흔한 거다. 다른 세상에서 온 사람이 살기 위해서 성별과 재능까지 대가로 지불해서 힘을 얻는 이야기는.


내가 내 전부를 바쳐 힘을 얻었듯, 웃기지도 않은 두건을 쓴 산적들도 저렇게 된 이유가 있었겠지.


"무기를 버리고 투항해라! 그럼 목숨만은 살려주지!"

"크하하! 얼굴을 보니 노예로 팔면 딱이겠구나!"


...저렇게 클리셰적인 말만 내뱉는 이유가 있는 거겠지. 아마도.


"디그."

"푸하하! 고작 구덩이를 만들어서 뭘 어쩌자는 거냐!"

"움직이지도 않는데 구덩이에 발이 걸리겠냐고!"


산적들은 제 발 밑에 작게 파인 구덩이를 보고 배꼽이 빠질 것처럼 통쾌하게 웃었다.


드드드드드득-!!!


"으아아아악!!"

살...!"


사실 디그가 아래에서 부터 파인다는 걸 알았다면, 그 구멍의 길이가 끝을 알 수 없었다는 걸 알았다면 그들은 웃을 수 있었을까?


"나라면 상대가 마법사였다는 걸 알아챈 순간 도망쳤을 텐데딥인."


드드드드드드득-!!!


튼녀가 구덩이를 복원하는 마법, 딥인을 영창하자 구덩이가 메꿔지며 평평한 공터가 되었다.


뒷수습까지 마친 튼녀가 떠나자 수풀 안에 숨어 있던 산적 하나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바닥에 엎어졌다.


산적은 떨리는 몸을 겨우 일으키며 생각했다. '그 마법은 디그가 아닌 싱크홀, 혹은 무저갱이라 불러야 한다' 라고.



성별과 재능까지 바쳐서 큰 힘을 얻은 튼녀 소설 누가 '써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