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린다.



“하악… 하악…”

-지잉



아무도 없는 장소를 찾아 달린다.


싫다. 전부 싫어.


남들은 총알에 맞아도 멀쩡한 세상인 주제에 나는 조금만 뛰어도 숨이 찬다니 싫다.


나를 [코사카 와카모]라고 부르며 자신의 딸로 대하면서, 내 행동 하나하나에 상처 받는 코사카 와카모의 부모님들이 싫다.


검은색 머리카락과 황금빛 눈동자. 머리카락과 같은 색을 가진 여우의 귀와 꼬리를 가진, 최근에는 점점 커져가는 가슴이 아픈 코사카 와카모의 몸이 싫다.


달릴때마다 눅눅한 가랑이 사이에 있는 생리대가 신경쓰이는 것이 정말로 싫다.



“켈록! 켈록!!”

-지잉


[와… 코사카. 진짜로 울어? 웃긴다 진짜.]


싫다… 아무렇지 않게 남의 눈 앞에 총구를 들이미는 같은 반 학생도, 그 학생을 반쯤 억지로 끌려나온 축제에서 만난 것도 싫다.


-지잉


헤일로도 없다고 따돌리고, 총기를 무서워한다고 괴롭히고, 교복이외의 여자 옷을 거부한다고 아쉬워하고, 마음을 열지 않아서 괴롭다면…



-콰직.


“날… 코사카 와카모라고 부르지마!!!”



아까부터 쉴새없이 울리고 있는 스마트폰을 있는 힘껏 던져버렸다.



“날… 돌려보내줘…”



내가 코사카 와카모가 된지 1년.


내가 코사카 와카모로써 잘 살아보기로 다짐하고 1년.


무려 1년…, 겨우 1년.


결국 1년만에 무너져버린 다짐에 깔려버린 나는 근처 나무에 기대 앉은 채,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 냈다.



“...!”



쫑긋거리는 여우 귀로 성인 남자가 무언가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내 쪽으로 조금씩 가까워지는 발소리와 누군가를 찾는 듯한 목소리.


나는 최대한 몸을 웅크렸다. 그저 다른 사람을 찾는 중이기를, 코사카 와카모를 찾는 사람이라면 못 보고 지나가길…



“찾았다… 와카모.”



하지만 나의 기대는 이번에도 빗나가고 말았다.


이 사람도 결국 코사카 와카모를 찾는 사람일 뿐이었다.



“와카모. 고개를 들어줄래?”

“...”



친한 듯이 와카모라고 부르면서 그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몸을 웅크린 채, 고개를 들어달라는 그의 부탁을 무시했다.


이대로 끝까지 그를 무시할 생각이다… 이었다.



“이연호.”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그가 나를 불렀으니까.


코사카 와카모가 아닌 내 이름 이연호가 그의 입에서 흘러나오자, 무언가에 홀린 듯이 고개를 들 수 밖에 없었다.



“이제야 고개를 들어주는구나.”

“내 이름… 어떻게…”



그는 혼란스러워하는 나의 머리를 손으로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



“네가 직접 알려줬어.”

“저,전 당신이 누군지 몰라요.”

“나도 널 몰랐었어.”

“대답이 되지 않아요…”



오히려 그의 대답은 나를 더욱 혼란하게 만들 뿐이었다.



“그런 것보다 우리 놀러갈까?”

“제 질문……”

“다 놀고나면 제대로 답해줄게. 어때?”



그가 액정이 산산조각나서 엉망이 된 스마트폰을 내밀었다.


완전히 고장나 전원이 들어오지 않는 스마트폰을 돌려받으며 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

.

.



“와카모는 기모노를 입지 않았네?”

“...”


삐진 어린아이처럼 부르는 말을 일부러 무시하고 듣지 못한 척을 했다.


난 와카모가 아니니까.



“음… 연호는 기모노를 입지 않았네?”

“입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어린아이처럼 내 이름으로 묻는 말에만 대답했다.



“어울리는데. 아깝네.”

“네?”



어울린다니 나는 살면서 기모노는 커녕, 교복을 빼면 여자옷을 입은 적도 없는데.


내 반응을 즐기는 것일까 모른척하는 그는 다른 주제를 꺼냈다.



“사격장이 있네. 할래?”

“...싫어요.”

“어째서?”



눈 앞에 있던 총구, 그 끝에서 느껴지는 화약의 냄새… 싫어하는 차고 넘친다.



“총은 위…”

“위험하니까?”



그는 내가 하려고 했던 말을 그대로 읊었다. 마치 내 생각을 전부 알고 있다는 듯이.



“...아시네요.”

“나도 똑같거든.”



그는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나와 눈을 마주쳤다.


나는 어째서인지 조금 부끄러워졌기에 눈을 피하고 말았다.


그 뒤로는 비슷한 일의 연속이었다.



“학교생활이 어때?”

“최악이에요. 최근엔 몰래 안가고 있어요.”

“그러다가 유급당하고 말거야.”



껄끄러운 학교이야기.



“부모님과는 잘 지내?"

“조금… 부담스러워요.”

“하지만 좋은 분들이지? 와카모도 사실은 알고 있잖아?”



부모님의 이야기.



“내가 아는 와카모의 헤일로는 벚꽃모양이야.”

“저는 헤일로를 본 적 없어요”

“걱정하지마. 이쁜 모양이야.”



헤일로에 관한 이야기등… 내가 껄끄러워하는 주제에 관해서 조금씩 이야기했다. 마치 상담을 받아주는 선생님처럼.


놀러가자는 말과는 다르게 축제장소에서 산책을 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뿐이었다.


그럼에도 그 시간이 너무나도 즐거워서, 나를 아는 사람과 대화하는 것이 너무나도 행복해서 시간이 순식간에 흘러갔다.



-펑. 퍼벙.



어느새 시작한 축제의 끝을 알리는 불꽃놀이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아쉽네. 와카모의 기모노차림.”

“...또 그 이야긴가요?”

“이제 가봐야하거든.”



정말 아쉽다는 표정을 하고 있는 그에게 나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다음엔… 입어드릴게요…”



이곳의 축제는 이상할정도로 자주 열리니까. 다음 축제때 입어 주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고맙지만… 한동안은 못 만나.”

“네? 어째서요?”

“아주 먼 곳으로 일을 하러 가야하거든.”

“그, 그렇다면 연락처를… 앗…”



무의식적으로 내민 스마트폰은 이미 엉망인 상태였기에, 연락처를 저장할 수 없었다.


마음이 급해졌다.



“말로 해주세요. 외울게요. 아니면 제 연락처를 드릴게요.”

“와카모.”



지금 당장 이 사람이 사라질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엉엉다시는 만나지 못할 것 같은 기분.



“어디서 적을 것을 빌려올까요? 나중에 기분이 내킬 때라도 연락을 주시면…”

“와카모. 울지마.”



겨우 이런일로 눈물이 난다니, 어째서 일까.



“하지만… 하지만…”

“조금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지만 꼭 다시 만날 수 있어.”

“정말요…?”

“응. 난 선생님이니까. 와카모가 학생인 이상 다시 만날거야.



그는 손을 뻗어서 여러가지 모양의 가면이 잔뜩 걸려있는 판매대에서 가면을 하나 집어, 내 얼굴에 씌워 주었다.



“약속한 거예요… 선생님…”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와카모! 어디 갔었던거니? 연락도 안되고!”



대신 사라진 나를 찾았을 부모님이 드디어 발견한 나에게 달려오셨다.



“우리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아니?”

“죄송해요…”



가면을 벗자 보이는 다양한 감정이 느껴지는 표정… 아까까지만 해도 부담스러웠던 그 감정이 지금은 그저 감사하다고 느껴졌다.



“엄마…”

“와,와카모?”

“저, 기모노 입는 법 알려주세요.”

“... 물론이지. 우리 딸.”



내 말 한마디에 물기가 차오르는 엄마의 눈에 붉은 벚꽃 모양 헤일로가 비추어 보였다.



.

.

.



결국 선생님을 처음 만났던 해에는 유급을 하고 말았다.


원래도 출석일수가 간당간당할 정도로 무단 결석을 하기도 했고,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 털어 놓은 뒤로는 오히려 부모님께서 학교를 쉬게 만드셨으니까.


학교를 쉬면서 엄마에게 옷을 입는 법을 배우거나, 각종 화기를 안전하게 다루는 법을 배우기도 하며 지냈고.


함께 쇼핑을 가기도 하고, 함께 총을 꾸미기도 하며 조금씩 익숙해지기 위해서 노력했다.


언제가 올 선생님을 기다리면서…



“코사카씨. 오늘 끝나고 카페에 가지 않을래?”

“아… 죄송해요. 오늘은 약속이 있거든요.”



시간이 흘러 백귀야행 연합학원의 3학년, 18살이 된 지금도 나는 선생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날 선물받은 여우가면을 가방에 달고 다니면서…


키도 커지고 성숙해진 몸이 되었지만 여전히 나는 그 축제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내가 학생으로 남아 있을 시간이 점점 줄어들 때마다 초조해져가는 마음을 겨우 숨긴 채로...



“하아? 우리한테 볼 일이냐?”



하지만 아주 좋은 방법을 생각해 냈다. 지금까지의 고민이 바보 같이 느껴질정도로 좋은 방법이.


천천히 불량배들에게 다다가던 나는 가방에 매달린 여우가면을 얼굴에 썼다.



“임마. 무시하는 거냐?”



학생생활이 끝나는 게 고민이라면 평생 학생으로 남아있으면 된다.


총학생회장이 없는 지금, 온갖 말썽을 부리지만 퇴학은 당하지 않는 학생들이 내 눈앞에 있지 않은가.



“여러분들. 저와 함께 키보토스 중앙구를 습격하러 가시죠.”

“우리가 왜 네년 말을 들… 끄아악!!!”



내 말에 토를 다는 불량배를 총의 개머리판으로 턱을 후려 쳤다.


충격에 비틀거리며 넘어진 불량배를 발로 밟아 제압하며 남은 불량배들을 노려보았다, 내 발에 밟힌 불량배가 괴로운 비명을 질러댔지만 상관없었다.


총구를 겨누지는 않았잖아? 튼튼하니 참아.



“여러분들에게 거부권은 없답니다? 지금부터 저와 함께 중앙구로 가시죠.”



주춤거리면서도 준비를 시작한 불량배들을 만족스러운 기분으로 바라보며 들고 있던 총을 어깨에 얹혔다.


선생님. 저는 영원히 학생으로 남아 기다리기 위해서 지금부터 불량학생이 될거에요.


선생님은 어린 제가 무너지기 직전에 구하려 와주셨지요.


이번에도 너무 늦어지기 전에 선생님이 와주실거라 믿어요.



“아아… 이 와카모, 여기서 당신이 돌아오기를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답니다♡”



전 당신의 것이니까요. 이 몸도, 마음도 전부.


그러니 얼른 저를 찾아와 주세요.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