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란 무엇인가?'

좀 남사스러울것 같은 이 질문에 나는 "별거 아니다" 라고 대답했다.


이성 혹은 동성끼리 서로 물고빨고 즐길뿐 별거 아니라고, 그냥 서로 만나서 놀기도 하는 수많은 것들중 하나라고 말할수 있었다.


물론 처음부터 그런건 아니긴 했다.

내가 처음으로 섹스해보기 전까지, 그러니까 대충 서큐버스 변이자가 되서 남자를 받아들이기 전까진 나도 섹스에 대한 막연한 환상이 있었으니까.


아니, 정정하자 그저 현실을 알고 익숙해져 버린거지


서큐버스라는 형편좋은 명분이 있음에도 첫 흡정까지는 의외로 몇개월의 시간이 있었다. 아무리 히●미에 뇌가 절여지고 섹스를 좀...가볍게 여겼던 남자였더라도 그 단계로 직접 걸어들어길다는 것은 좀 저항감이 있었으니까.


그리고 한번 선을 넘으니 순식간에 익숙해져 버렸다.


처음이야 좋았다. 상상만 하던 섹스는 생각보다 쩔기도 했고 '서큐버스니까' 하는 형편좋은 명분과 육체는 부담없이 쾌락을 즐길수 있었다.

처음의 긴장과 불안을 털치고 명분까지 생긴 뒤로는 시간만 나면 남자든 여자든 뒹둘고 다니면서 여채...정확히는 음마의 매력에 푹 빠져 다녔으니까.


하- 지금 생각하면 꽤나 낭만적이였네... 딱 불타오르는 청춘같달까?


그런데 말이다...이것도 일상이 되니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다.

그저 서큐버스를 '막 대주는 1:1사이즈 오나홀'쯤으로 여기는 사람같은걸 치워버리더라도 너무 익숙해졌달까? 표현이 잘 안되는데 아무튼 그 특별함이 없어졌다는 거다.


비유하자면 학생때는 밤을 세면서 게임을 하고 자신이 덕질하는 작품의 굿즈를 위해 오픈런도 할정도로 열정적이였던 사람이 직장인이 되고 이벤트도 잘 못하고 게임도 다 자동사냥하는걸로 게임하는 느낌만 내는걸로 바뀌었다고 생각하면 쉽다.


점점 쾌락과 놀이, 미지의 탐구같은 열정은 줄어들고 그저 마력의 회복을 위해 매일 해대는 업무가 되어가기 시작했다.


이 세상의 모든 남자를...아니 여자까지 잡아먹겠다는 의지로 즐겁게 굴러다니는 열정도 식고 어느순간부턴 적당한 사람들과 잠깐 몸을 겹치는 수준으로 심심해졌고


어느순간부턴 섹스보단 그냥 섹스파트너랑 농담따먹기 하는게 더 재밌었던것 같다.


이마져도 연인이나 친구보단 그저 자주가는 술집의 점원과 농담따먹기 하는 느낌이랄까? 아무튼 열정이 없다 열정이...


아무튼 어느순간부턴 풋풋함이고, 열정이고, 쾌락이고 다 무덤덤 해졌다는거지


그리고 독백이 전부 과거형에서 알수 있듯 지금은 좀...많이 달라졌다.


하아...복잡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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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팍- 산속의 차가운 개곡물이 정신을 깨웠는데도 이 알수없는 감정은 가라앉지 않는다.


"하아..."

흐르는 물에 비치는 여인이 한숨을 쉬었다. 흐르는 물이라 조각조각 깨지고 왜곡된 상인데도 예쁘다는 느낌이 드는 얼굴이였다.


정작 그 얼굴은 복잡했지만...


"일어나셨군요"

"어- 안녕 미야" 나는 한쪽손을 들어 간단하게 인사를 했다.


"오늘도 신나게 하셨군요"

정작 그 미야라는 성직자 분께선 바로 스트라이크를 때려버렸지만


"......성직자 분께서 너무 직설적인거 아냐?"

내가 살짝 경멸을 담은체 노려봤지만 미야는 아무렇지도 않다는듯 물을 뜨며 대화를 이어갔다.


"야영인데 당연히 들릴거라는 생각은요?"

"좀 돌려서 말해달라는거지 ... 하아"

나는 한숨을 쉬며 자연스럽게 양동이를 받아들였다.


"고민이 많으시네요"

"다 알면서 자애로운 미소좀 그만해...부끄러우니까"

나는 시선을 피하며 대꾸했다.

보고있지 않는데도 음흉만 미소를 짓는 미야가 보이는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응흉한 성녀같으니...


거기다 너는 성직자잖아! 심지어 이세계! 마족이면 의심하라고!

나의 간곡한 절규에도 불구하고 재밌다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사랑의 축복이라니...! 마족임에도 여신님의 사랑의 축복이 내려지는군요!"

"아 좀! 그만해! 사고라고 사고!"

솔직히 말도 안되는 변명인건 안다. 나랑 렌슨이 서로 ... 어...대충 핑크빛 분위기인건 모두가 아니까


"아으으으! 나도 왜 이런지 모르겠다고!"

그래, 아니까 문제다.

단순히 '즐기기 위해', '쾌락을 위해', '서큐버스니까' 하는게 아니라 '미지의 뭔가'가 있다.


아니 '미지의 뭔가'가 아닌건 다 안다. 이거 분명 사랑인가 뭔가 하는거다.


단순히 떡치는 그런게 아니고 간질간질하고 설명 못하겠는 그런거 말이다.

아니 그런데 그게! 왜! 나냐고!


아니까 더 복잡하다.

거기다 서순이 잘못됐잖아! 일단 떡부터 치면서 서서히 연심을 자각하고 있다고!

이 분위기 어쩔꺼야!


뜬금없는 연심자각에 고통스러워 하면서도 내손은 또 착실하게 아침준비를 돕고있는게 참 웃기는 일이였다.


결국 나는 말을 돌리기로 했다.

"그런데 미야 너는 마족을 보면서 아무렇지도 않아?"

나는 간단한 재료들을 냄비에 우르르 쏟아넣으면서 물었다. 치이익 거리는 소리와 함께 요리가 익는 소리가 들렸다.


"마족인게 걸리기는 했는데... 뭐 처음부터 이세계인이기도 하고 나쁜사람 같지는 않으니까요"

"그래도 너희라면 마족은 절대적인 악 아닌가? 어느정도는 사실이고"

나는 나무 주걱 같은걸로 냄비안을 휘적거리면서 대꾸했다. 점점 맛있는 냄새와 소리가 들렸다.


"저희도 어느정도는 이세계인의 소문을 들었으니까요, 직접보는건 처음이지만-"

"확실히 이쪽사람 느낌은 아니지"

나는 잠시 이들과 처음 만났을때를 생각했다.

중세판타지에 혼자 텍티컬한 전술조끼와 돌격소총이라...누가봐도 이상한 존재긴 하다.


"이세계 이야기가 나와서 그런데요"

미야는 요리를 하다 물었다.

"이세계라는 곳은 어떤곳인가요? 이 세상과 다른 세계라니...상상이 안돼요...당신을 보고서도..."

"...흠..."

"...특히 당신같은게 있다는게 신기해요, 마족인데 사람의 마음을 가지고, 마법도 없이 마수를 퇴치하고, 언데드가 사람들 사이에 섞여있고..."

그냥 혼잣말 같은걸까? 미야는 자신만의 감상을 늘여놓다가 날 보고 싱긋 웃었다.


대답을 바라는 걸까?

"일단 난 원래 인간이였어 마족으로 변한거지"

"알아요 그게 신기하고요"

나는 냄비에 물을 붙고는 대화를 이어갔다.


"나도 왜 서로의 마족이 다른 성향을 가진지는 몰라, 그냥 서로 다르구나 싶은거지, 아마 나처럼 인간이였던 녀석들 때문에 그런걸까나?


그리고 내가사는 곳은 진짜 마력이 약해, 마법이란것도 마왕군이 침공하며 안거니까 그런것치곤 상태창 같은 마도는 우리 고유지만"

아마 우리쪽 세계라서 가능한 마도라고 생각한다.


현대식 모바일프로세서랑 마도공학의 결합으로 만들어낸 우리만의 기술이니까.

나는 괜히 상태창을 꺼내 열어봤다.


우리야 이제 이게 일상이니까 아무렇지도 않은데 여기사람들 입장에서는 진짜 놀라운 기술이였나 보다.


특히 AI랑 결합된 자동화 역장은 날 생각보다 엉청난 존재로 착각시켰고


"마력이 거의 없다라...솔직히 상상이 안돼요"

"기술은 여기보다 훨씬 뛰어나지만 말이야... 덕분에 마왕군이 졌지만"

들리는 소문으로는 우리가 이세계의 침공에 놀랐을때 이세계도 적지않게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우리야 아무것도 없는 마법사가 뭔지로 모를 마력으로 탱크도 터트리는것에 경악했지만 저쪽은 아무런 마력도 없이 불을 뿜고 마법사를 끌고와야지 겨우 상대할수 있는 철덩어리를 끌고다니며 하늘에서 불벼락을 내려꽂는 날틀을 굴리는 녀석들이니


심지어 마법을 재해석해 되려 반격할때까지 1년도 채 걸리지 않았고


막상 우린 차원문을 열수는 없어서 교류는 재한적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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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서큐버스 여행자 이야기를 쓰고싶은데 완전 잡탕이네...

이만 줄이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