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히 큰 단점은 없는 글인데 좀 밋밋하다,

좀 뽕차는 장면을 넣고 싶다


이럴 때 상징과 비유적인 표현을 잘 사용하는 사람들이 쓴 글을 참고하는 것도 좋은 것 같습니다.


글은 아니고 제가 작년에 본 영화이긴 한데,

광식이 동생 광태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주인공 두 명 중 광태는 조금 망나니에 산만한 ADHD 타입의 인물인데, 

초반에 '당기시오'라고 써 있는 문을 그냥 밀고 나가는 장면이 있고

영화 후반부에는 급하게 달려나가며 건물을 나가는 상황에서 광식이가 문을 습관처럼 밀어서 열고 나가려다가 '당기시오' 표시를 보고 잠시 멈춰서 문을 당겨서 여는 장면이 있어 두 장면이 대조되는데


흔히 뽕 차는 장면을 잘 써낸다고 평가받는 작가들의 글에는 이러한 방법으로 주인공의 성장을 드러내고 작품의 주제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행위에 능한 것 같습니다.


아니면 주인공과 대립하는 인물과 주인공이 각각 상징하는 가치가 무엇인가 고민하는 것을 통해 개성 있는 캐릭터를 만들고 플롯을 짜기가 더 수월해질 수도 있겠죠. 이런 것도 작품의 주제를 확립하고 그걸 독자들에게 전할 때 은근히 중요한 듯합니다.


물론 이 상징이라는 게 과하면 난해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고, 가끔 상징이 너무 복잡해서 이해가 안 되는 건지 존나 뇌를 비우고 써서 그런 건지 구별이 안 가는 사람들도 있긴 하던데, 어지간하면 그 정도까지 가는 사람은 없는 것 같아서

이런 것도 조금 고려해서 글을 쓰다 보면 더 짜임새가 있고 뽕이 차는 글을 쓰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저한테 이걸 다 고려하고 적용해서 훌륭한 글을 쓸 수 있냐고 한다면 저는 연재를 한 번도 안 해본 독자 나부랭이라 그러지는 못하는데, 

그냥 독자로서 작품을 읽을 때, 뭐 예를 들어서 주인공이 슬픈 상황에서

'나는 슬퍼'라고 직접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말하면 좀 이상하긴 하잖아요?


그렇게 직설적인 표현을 우회해서 표현하는 거랑 비슷한 맥락이라고 생각해요.

'원미동 시인'에서 서술자가 대놓고 '나는 군부독재가 싫어요'라고 하지 않듯이 말이에요.


사실 써놓고 보니까 되게 당연한 이야기라고 생각이 들긴 하지만

작품을 연재하기 전, 구상 단계에서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 그것을 나타내는 상징적인 소재, 이런 것들을 생각해 보면 결말을 낼 때나 인물의 행적을 서술할 때 좀 더 안정적으로, 깔끔하게 쓸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독자가 계속 소설을 보게 하는 것은

좋은 문장, 적절한 분량조절, 완급조절이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독자가 소설을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 통째로 본다고 생각했을 때

뽕차는 느낌, 정돈된 느낌, 구조적으로 안정된 느낌을 주는 데

이런 요소를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

다들 순수 독자인 저보다는 잘 알 거라고 생각하지만, 혹시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서 써봤습니다.

왜냐면 제가 중학교 때 영어학원에서 글쓰기 과제 하면서 이거 가지고 혹평을 받은 적이 있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