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창작은 saya작가님의 '이세계 전생 백서'의 IF 창작물 비슷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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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리스는 모험자다.


신분의 의미만이 아니다.

성격, 성향, 생활, 그리고 다양한 행동방식.

미지의 것을 탐험하고, 모르는 것을 알아가는 것까지.


물론 모험의 결과가 항상 꿈처럼 반짝반짝하는 것은 아니었다.

고대 전설과 동화의 진실이 결국엔 뜬소문에 불과한 경우도 있었고, 이야기의 근원을 찾아가보면 어느 양치기 소년의 부풀려진 거짓말인 경우도 있었다.


허나 세리스는 그걸 알아가는 과정 자체를 즐기는 아이였다.


양치기 아이의 거짓말의 끝에 다다르니 달밤을 거니는 양떼와 이를 쫓는 하늘을 찢는 늑대를 보기도 했다.


먼지만 쌓인 채 비어버린 전설의 대장간에선 어느 옛 대장장이의 피리와 망치를 줍기도 했고. 이 피리는 세리스를 새로운 모험으로 안내할 길잡이가 되어주기도 했으며, 망치는 선조의 장비를 잃어버려 기울어져가는 대장장이 가문을 다시금 부활시킬 단초가 되기도 했다.


모험이란 언제나 즐겁고 예상치 못한 일이 가득하다.


그리고 그런 세리스의 모험가 기질은 '별빛용'이라는 존재로 승천을 이루었음에도 변하지 않았다.



".......질렸어."



드래곤들이 만들었다 전해지는 책들의 도시에서 세리스는 문득 지겨움을 느꼈다.


자신이 보지 못한 온갖 책과 고대 문헌, 기록되지 않은 역사에 대한 길을 따라가는 것은 처음에는 즐거웠지만 너무나 볼것이 많으면 오히려 선택 장애가 오고. 선택 장애가 오면 아무것도 고르기 싫어하며 지루하고 반복되는 일상을 맞이하게 된다.


그리고 이 일상은 안락함과 편안함으로 보통 사람들을 유혹하지만, 세리스는 그 유혹을 느끼는 순간 극도의 지루함과 심심함을 느꼈다.


그리하여 세리스는 다시 새로운 모험을 떠나기로 했다.

모험의 계기나 시작, 방향은 본래 정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발이 닿는 대로

별이 이끄는 대로.

어쩔 때는 바람과 파도소리를 따라 시작하는 것이 바로 모험의 묘미였다.


아직도 영 적응되지는 않지만, 별빛용이라고 불리기까지 하니 적어도 이 세상에서 세리스를 막을만한 존재는 없을 것이라 여겼다.


그런데 세리스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세상이 정말 끝인 걸까?'



지금 세리스가 딛고 서 있는 대륙, 땅, 하늘, 세상은 이미 세리스가 상당한 모험을 행했다.


여전히 모험할 곳은 많지만, 세리스는 과거 '지구'라고 불리는 곳에 살았던 기억을 가지고 있으며, 지구에 있었을 당시에는 먹고 살기에도 바빠 제대로 된 모험과 여행은 떠나지도 못했고. 한국이라는 나라에 오래도록 박혀 있었다.


어쩌면 지금 세상에서 모험가 기질과 방랑벽이 생긴 것도 과거의 아쉬움과 허전함 때문일지도 모른다.



'돌아가보고 싶어.'



이건 단순히 지구에 대한 향수 때문이 아니다.


가족이나 친구에 대한 것은 이제 아련하고도 흐릿한 기억의 흔적만 남아 있었지만, 지구에도 세리스가 겪어보지 못한 수많은 관광 명소와 여행할 장소가 즐비하고 가득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세리스는 꽤 충동적이다.


뒷감당, 계획, 철저한 계산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당장에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우선적으로 추구하는 아리따우며 말랑한 별빛의 소녀다.



"돌아가보자."



그리하여 소녀는 다시 책에 파묻혔다.


허나 무차별적으로 읽기만 하는 것이 아니었다.


처음으로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행하는 마법.

그리고 별빛의 용이 원하는 것을 저 하늘의 별들은 반듸 이루어주리라.









결론부터 말하자면 세리스는 돌아왔다.


지구로.

자신이 알고 기억하던 그 세계로 말이다.


허나...



"...이건 예상 못 했는데...."


[크오오오오오!!!]


어째서 지구에 뒤틀린 황천의 공룡 같은 것이 건물을 부수며 돌아다니고 있는 것이고...


[모두 대피하십시오! 3급 게이트가 폭주했습니다!]


마치 이전 세계의 던전과 게이트처럼 다른 차원으로 이어진 문이 사방에 열려 있으며...


[이런 망할! 길드 본대는 언제 오는 거야!?]

[선배, 선배! 정신 차려요!]


마법이라곤 창작물 속의 이야기였던 세상에서 사람들이 마법을 쓰고, 검으로 강기를 날리며, 맨몸으로 하늘까지 어떻게 날아다니고 있는 것일까?


물론 그런 사람들도 저 산을 토해내는 공룡 같은 괴물에게 지고 있는 것 같지만 말이다.


참으로 의문이다.


간판에 쓰여진 것은 한글, 영어가 확실했다.


기억 흔적만 남았어도 언어 자체는 세리스가 기억하는 그대로였기에 세리스는 이곳이 '지구'라는 것은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내가 없던 사이에 지구에 무슨 거대한 변혁이라도 일어난 것일까?'


"이익! 이거나 먹어라!"

[키에엑!]

"지금 공격해? 말아?"

"공격해도 칼도 안 박혀! 우리로는 안 돼! 당장 도망쳐...!"


'오, 저건 환각 마법인가? 아니, 마법보다는 사막 엘프들의 매혹 주술에 가깝네. 내가 식을 모방할 수 있으...음, 되겠다. 12초 정도면 되려나?'



세리스는 이런저런 생각이 떠오르긴 했지만, 지금으로선 추측의 영역에 불과하니 별빛의 용은 생각을 멈추곤 일단 현실을 직시하기로 했다.



"이, 이런 곳에 꼬마애가?!"

"도, 도망쳐! 대피령을 못 들었니!!"



공룡에게 밀리던 인간들이 세리스를 발견하곤 다급히 달려오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민간인을 구하려는 시도 자체는 높게 살만하지만 안타깝게도 상황은 그들을 받쳐주진 못했다.


-쿵!


"아...!"



따돌렸다고 생각했던 황천의 공룡이 아까보다 더더욱 광분한 상태로 마력이 깃든 사람들을 쫓고 있었다.



"이런 미친! 저 공룡 새끼 벌써 혼란 상태를 해제했어?!"

"다시 걸어!"

"아, 안 돼! 이미 내성이 생겼어!"

"저 애라도 데리고 당장 튀어! 여긴 내가 막아볼게!"



세리스는 사실 이들을 도울 생각이 없었다.

솔직한 말로 그냥 지나가려고 했다.


저 황천의 뒤틀린 공룡을 상대하는 것은 세리스의 소관도 아니고, 저기서 분투하는 사람들의 몫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 일도 아닌 것에 굳이 끼어들 생각도, 과도하게 관여할 생각도 없었다.


하지만, 저 사람들은 세리스를 구하려고 했다.

세리스의 정체도 모르고, 다급한 상황에서 어린 소녀가 있는 것을 그냥 지나가지 못한 것은 결국 세리스 때문에 저들이 도망가지 못했다는 소리와도 같았고. 결국 세리스는 이미 저들에게 '관여'를 해버렸다.


별빛용이 되고도. 되기 전에도 피를 보는 것에는 무심했다만, 눈앞에서 자길 구하려다가 누가 죽어나가는 것은 아무래도 세리스의 감성으로도 그냥 지나치긴 힘들었다.


"황혼보다 어두운 자여."


그리하여 세리스는 들리지 않을 작은 한숨을 내쉬며 손을 들었다.


"붉은빛이여."


-쿵!


오랜만에 기동하는 마나가 심장소리처럼 맥동한다.


세리스에게만 들리는 별빛의 마나가 회전하며 이 현실에 새로운 기적을 현현시켰다.


예전처럼 막대한 마나를 모을 필요도 없다.

양손으로 제어되지 않은 마나를 다루느라 낑낑거릴 필요도 없었다.


지금의 세리스는 그저 손가락 하나만을 겨누기만 해도 되었다.



"펑."



세리스의 작고 부드러운 입술에서 장난스러운 중얼거림이 흘러나왔다.


허나 그 결과는 결코 장난스럽지 않았다.



-키이이잉!



공간과 소리가 찢기는 소리.

마치 소닉품처럼 순간적으로 사방이 파열되는 진동과 함께 세리스의 손에서 날아간 한줄기 붉은빛은 뒤틀린 공룡과 녀석이 서있던 일직선의 경로를 한순간에 꿰뚫었다.


이미 기감을 퍼트려 주변에 사람이 없는 것도 확인했으니 거리낄것도 없고. 애초에 손가락 하나에서 날아간 것이니 파괴 범위도 그리 크진 않았다.



"....아..?"

".....딸꾹!"



뒤늦게 현실을 파악한 사람들의 경악한 얼굴로 세리스를 바라보았고. 세리스는 손을 탈탈 털며 숨을 깊게 들이 쉬었다.


습하아...



'지구의 공기가 맞구나.'



별빛용의 예민한 감각이 이곳이 지구라는 것을 다시금 새롭게 일깨웠다.


물론 자신이 알던 지구와는.... 정말 많이 달라졌지만...



"재밌겠네."



경국지색을 따위로 만드는 별빛용 세리스의 입꼬리가 부드럽게 호선을 그렸다.

마치 초승달처럼 휘어진 미소는 보는 이의 마음을 강제적으로 매혹시키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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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게도 세리스는 별빛용이 되고서도 키180과 가슴130에 이르지 못했을 것이야.....



우우... 제발 써줘...

세리스 더 보고 싶단 말이야... 우우... 찌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