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탁-
불씨가 강한 자기 주장을 하며 튀어올랐다.
생쥐꼴을 한 미소녀는 모닥불의 온기를 느끼며 초점없는 눈빛으로 하염없이 말하고있었다.
그 맞은편에 앉아 진득하게 이야기가 끝날때까지 경청하고있는 후드를 푹 눌러쓴 인물은
나름 재미가 있다는듯 희미한 미소를 띄우며 마른 나뭇가지를 꺾고 모닥불에 집어넣었다.
"그렇게 끝내주는 은발거유 주인공의 흥미진진한 앞날을 예고했죠."
"예고만 하고 끝인가?"
"..."
하아- 잠시 한숨을 쉬며 뜸들인 소녀는 고개를 흔들며 뭔가 아니라는듯, 끝이라는듯 말했다.
"뭐... 흔한 이야기긴 한데.. 그냥 글쓰다가... 조회수 안나와서 접고 일하러 나갔죠."
"흔한 이야기구나-"
"저도 먹고는 살아야하니까요."
"다시 집필할 생각은 없던건가?"
"다시 써보고싶긴 했죠... 근데..."
"근데? 뜸 들이지 말고 빨리 말좀 해 보게나"
"한참이나 방치한 작품 다시쓰자니 독자들한테도 몹쓸짓 같기도 하고... 겁도나고..."
"도망쳤다?"
"네..."
대화가 끊겼다.
머리가 걸리적 거려 앞머리를 쓸어 귀 뒤쪽으로 아직 덜 마른 머리카락을 넘겼다.
죽었다 생각했는데 이상한곳에 떨어지고, 여자가 되고 눈 앞의 사신? 안내인? 으로 보이는 사람에게 생전에 썻던 작품 이야기를 하게된건지...
이렇게 될줄 알았다면 뭔가 더 적어볼껄... 욕처먹고 상처받더라도 더 해볼껄...
착잡하다.
멍하니 타들어가는 불꽃을 보니 이 정적이 미웠다. 시간이 멈춰버린듯 아무말도 없는 이 사람도 뭐라고 말이라도 해줬으면...
부스럭-
"하아- 이정도로 눈치가 없으면 장난치는것도 힘들구나"
"에?"
"뭐 그대도 생존을 이어가야한다는 이유가 있으니 이 전까지 했던 행동을 뭐라 하진 않겠지만..."
뒤집어 썻던 후드를 천천히 넘기며 그 안쪽에 감춰졌던 은발이 흘러 내렸다.
"와..."
예쁘다... 달빛을 반사하는거같이 빛나는 은발이라거나... 저 맑은 눈이라던가... 화장한거같지도 않은데 체리색으로 번들기리는 도톰한 입술이라거나...
어라 왜 내가 묘사했던 주인공같지...?
"어어... 어...?"
"그래 그럼 이제부터 뭐라 부르면 좋을까... 창조주? 아빠? 엄마?"
"엩? 으아 으..."
"그런 말이 있다고 하더군 작가가 죽으면 먼저 가있던 작품이 마중나온다고."
이게 무슨-
"날 유기한 책임은..."
요부처럼 입술을 훔친 주인공은 장난감을 발견했다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 몸으로 물어보도록 하지"
"죄...죄송..."
ㄷ... 도망쳐야해!
텁- 하며 어깨를 붙잡혔다.
아파앗! 힘 너무쌔! 좀 약하게 설정할걸! 어깨 뜯겨!
"또"
꿀꺽-
"또 도망치는건 용서 못해."
"히이이이이익-!"
이후 튼녀는 본인의 피조물에게 붙잡혀 뷰지비비게로 쓰이며 언제일지 모르는 엔딩까지 달려갔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