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호랑이는 사람을 잡아먹어 창귀로 만들수록 점차 신묘한 힘을 부릴 수 있게 된다고 한다.


호랑이가 첫 창귀, 굴각(屈閣)을 만들면 솥을 핥는 것으로 사람을 배고프게 하여 밖으로 유인하는 능력을 가지게 된다. 


두번째 창귀, 이올(彛兀)을 만들면 주변의 함정을 자동으로 해제하는 능력을 가지게 된다.


세번째 창귀, 육혼(鬻渾)을 만들면 창귀들의 가족의 정보를 알 수 있게 되는 능력을 가지게 된다.


민담에서 이 능력들은 창귀가 바뀔 때마다 교체된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바뀌는 것은 오직 창귀뿐, 창귀를 만들어서 얻은 능력은 이미 호랑이의 소유가 되었기에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그걸 어렴풋이 느끼고 있는 이 나라의 조정은 착호갑사를 꾸려 각지에 파견했다.


겨우 세번째 능력을 얻은 애송이를 상정하고 토벌하러 온 것, 그게 너희들의 실책이야.


"어흥!"

"사,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부, 분명 세번째 단계가 최대라고 했는데... 왜 모르는 능력들이 더 있는 거야...! 시발... 시발!!"


아무도 세번째 단계가 최대라고 한 적이 없는데. 자기들 멋대로 생각해놓고 왜 저런담? 


뭐, 나야 인간 놈들이 알아서 방심해 주니까 좋지만. 그럼 잘 먹겠습니다.


으지직.


다음 차례의 착호갑사는 동료가 호랑이의 입으로 참수를 당하는 꼴을 보곤 그만 혼절해버렸다.


"인간은 정말 맛... 어라?"


나 방금 인간 놈들이 쓰는 언어라는 걸로 말하지 않았나? 그러고 보니 몸도 인간처럼 변한 거 같기도 하고?


산군은 호다닥 근처의 호수로 달려가 자신의 모습을 비춰보곤 쩌적하고 굳어버렸다.


늘 보던 늠름한 호랑이 대신 웬 갸냘픈 인간 계집이 보이니 여간 당황스러운 게 아니었다.


"얼씨구 옷도 입혀놨네? 그것도 인간 암컷들이 입는 걸로다가?"


아직 동족이랑 교미도 안해봤는데. 게다가 나 수컷인데. 더 강한 암컷을 찾으려고 구애를 거절한 결과가 이건가.


인간이 되니 머리 속에 잡스러운 고민이 떠돌았다. 아끼다 똥 된 동정이 참 아까웠지만 뭐 어쩌겠는가.


산군은 속으로 분을 삭히려다가 못참고 제 앞에 있던 나무를 앞발로 후려렸다.


쩌적. 우드득. 쾅!


"어, 음. 힘은 멀쩡하네. 아니 더 강해졌나?"


인간 사냥은 계속할 수 있을 거 같아서 다행이긴 한데... 아니 생각할수록 열받네.


"구미호 같은 인간박이 이상성욕자 년들이나 인간화 시킬 것이지! 왜 나한테 지랄인데!!"


오냐, 누가 이기는지 한번 겨뤄보자. 난 절대! 인간이랑, 그것도 인간 수컷이랑 교미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