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똑바로 서서 앞의 여자를 보았다.


“으응…? 혹시 벌써 쫄아버린거야…?”


말투도 나른하고, 겉으로 보아도 수그린 자세로 있는것 외에는 특별한 점을 찾을 수 없었지만…


무언가 느껴졌다.


“안 오면…내가 먼저 간다…?”


저 사람의 공격 범위 안에 들어가면, 나는 죽는다.


그렇게 내가 눈에 강화를 최대한 부여하고 여자의 움직임을 경계하고 있을 때.


휘익-


 “...어?”


내가 잠시 눈을 감았다 뜬 찰나의 순간, 여자는 적어도 수십 미터는 떨어져 있는 내 바로 앞으로 다가왔다.


까앙-


“아쉽네에…”

“크윽…?!”


그리고 동시에, 들고 있던 소주병을 휘둘렀다.


나는 간신히 눈에 집중되어 있던 강화를 팔에 둘러 공격을 한번 막아낼 수 있었다.


그리고 지잉-하고 손목에서 올라오는 통증을 느끼며, 이번 방어는 운이 좋았던 것임을 깨달았다.


또, 나와 이 여자 간에 힘이 얼마나 차이 나는지도.


내가 5등급 정도의 능력이라는 것으로 미루어보아, 이 정도는 최소 2등급 이상이었다.


콰앙-


다른 곳에서도 전투 소리가 들리는 걸 보니 당분간 지원은 불가능하겠고…


그렇다면, 나 혼자 최대한 시간을 끈다.


깡-


눈에 여자의 움직임을 따라갈 수 있을 만큼만 강화를 두르고, 나머지는 모두 팔에 강화를 둘렀다.


능력이 보잘것 없는 나는 이렇게라도 해야 겨우 맞상대를 할 수 있다.


그렇게 몇 번의 방어와 회피가 이어지자, 여자가 입을 열었다.


“으음…너무 대충 했나아…?”


뭐?


나는 그 말을 듣자 당황했다.


변칙적인 행동 패턴 탓에 살짝 베이긴 했지만 살짝 적응되는 중이었는데…


이게 전부가 아니었다고?


“힘 쓰면 알코올 날아가서 싫은데에…”


그럼 살짝만 힘 줘볼까?


그렇게 말하며, 여자는 나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사실 뭘 휘둘렀는지는 보지 못했다.


콰아앙-!


그냥 정신을 차려 보니 맞아서 공중에 날아가고 있었으니 맞았나보다 한 거다.


급하게 오른팔을 들어 올려 막았지만, 오른팔에서 느껴지는 강한 통증을 보니 아무래도 골절 같았다.


스읍, 배트를 쓸 걸.


하지만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당장 나는 맞고 날아와서 어딘가 사무실에 처박혀 있었는데, 여자가 점프하는 소리가 밖에서 들렸으니까.


“으윽…”


나는 왼팔로 바닥을 짚고 일어섰다.


오른팔은 겉옷을 벗어 주변의 책상 자재에 고정시킨 뒤 단단히 묶었다.


이제 조금 지났다. 아직 무너지기에는 일러.


타앗-


“뭐야…살아있네?”


계속 늘어지는 느낌이 강했던 그녀의 말투가 정상적으로 돌아왔다.


“한 4시간 정도만 기절해 있자. 알겠지?”


그리고 말이 빨라진 만큼 그녀의 속도도 빨라졌다.


나는 간발의 차로 그녀의 공격을 피했다.


하지만 내가 일어서서 자리를 잡으려 하자,


퍼억-


“으웁…!”

“쯧…그러게 왜 피해서 말이야.”


그녀는 곧장 달려와 내 배를 걷어찼다.


나는 또다시 나가떨어졌다.


“우욱…”


반사적으로 배에 강화를 두르긴 했다만, 그걸로 충격이 완전히 상쇄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나는 일어나야 했다.


그나마 멀쩡한 왼팔을 땅에 짚고 두 다리로 일어선다.


그리고 다시 왼손으로 배트를 들어 자세를 잡았다.


여자는 잠시 나를 기다려 주는 듯 하더니,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콰앙-


또다시 간발의 차로 고개를 숙여 공격을 피했다.


이대로 피하기만 해서는 내가 먼저 체력이 떨어질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첫 공격을 했다.


퍼억-


배트를 휘둘러 그녀의 옆구리에 제대로 맞추었다.


원래라면 정타지만…


“크윽…”

“오, 이제 안 도망가기로 한 거야?”


내 미약한 힘으로는 오히려 붙잡히기만 할 뿐이었다.


사실 배트를 놓고 거리를 벌리면 되지만, 그렇게 하면 적에게 무기를 헌납하는 꼴이라…


휘익-


여자는 옆구리에 낀 배트를 잡고 그대로 당겼다.


그러자 내 몸은 앞으로 넘어지다시피 쏠렸는데…


퍼억-


“크윽…!”

“오, 아프긴 한가봐?”


그녀는 내 허리를 팔꿈치로 가격했다.


당연히 나는 바닥에 엎어졌고, 후속 공격을 피하기 위해 반 바퀴 옆으로 굴렀다.


“오, 마침 딱 좋게 누웠네.”


내가 일어나려는 순간, 여자가 내 배 위에 올라탔다.


마운팅 포지션.


퍼억-쿵-퍽-


나는 최대한 막거나 피해 보려 했지만, 이 포지션에서는 그 한계가 너무나 명확했다.


그렇게 나는 아주 맞았다.


“으윽…”

“뭐야, 아직도 의식이 있네?”


그녀가 마운팅을 풀고 뒤돌아서 갈 때, 나는 배트를 지팡이처럼 짚고 일어섰다.


“더, 더 해봐.”

“허, 아직도 그럴 힘이 남아 있어?”


다리도 후들거렸고, 얼굴에 맞은 부분이 부었는지 앞도 잘 보이진 않았지만…


그래, 조금은 더 버틸 수 있으니까.


나는 그녀의 발치에 피가래를 뱉으며 말했다.


“주먹이 아주 솜주먹이라 버티고도 남던데?”

“큭, 푸하하하!”


내 말에 그녀는 꽤나 큰 소리로 웃었다.


그러곤 나에게 질문했다.


“너 재밌네. 이름이 뭐냐?”

“도윤. 이도윤.”

“그래, 이도윤 양…”


여자는 내 이름을 기억하겠다는 듯 다시 말하며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어디 내가 솜주먹인지…”


한 번 제대로 보라고.


여자는 그렇게 말하며 주먹을 들어 자세를 잡았다.


…나 큰일난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