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날씨가 굉장히 좋았다.

구름 한점 없는 창백한 겨울 하늘.

코가 시리도록 시원하고 상쾌한 공기.

그날, 나는 자살했다.


계기? 글쎄, 너무 많아서 뭐가 계기라고는 콕 집을수가 없을것 같다.

중학생 때부터 계속된 따돌림. 그로인해 한없이 내향적이고 소극적으로 변해버린 성격이 또다시 따돌림을 불러왔다.

계속 따돌림을 당하다보니 사람들을 멀리했고 그게 계속되자 결국 사람들이 무서워졌다.

처음 이런일이 일어났을때 부모님과 선생님에게 상담했었다. 하지만 집에서는 사내새끼가 돼서 맞고만 오냐고 오히려 혼냈고 선생은 나에게 관심이 없었다.

흔히 있는 그런거다. '자 둘이 이리 나와, 자 손잡고 화해해. 이제 됐지? 서로 화해한거다?'. 전혀 해결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심해지면 심해졌지.

나는 기댈곳이 아무곳도 없었다. 중학교부턴 공부도 안했다. 학교를 가면 계속 잠만 잤고 집에서는 게임만 하거나 피시방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런 삶을 살아오다 수능을 보고나니 이제 내가 해야할게 아무것도 없는것 같았다.

어디서도 날 필요로 하지도 않고 잘하는것도 하나도 없고 해야할것도 없고 내가 죽는다고 울어줄 사람도 없다고 생각했다.


간혹 자살할 용기로 살아가라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나는 자살할 용기보단 살 용기가 없는 사람이었다.

삶에 미련이 없으니 자살은 쉬웠다. 내가 사는곳이 고층 아파트인것도 어느정도 도움이 됐고.

내방 베란다에 서서 창문을 열고 하늘을 바라보며 겨울의 찬공기를 맞았다.

한참을 그러고 서있었다.

유서는 남기지 않았다. 안녕이라 말할 사람도, 남기고 싶은것도 아무것도 없었다. 그냥 바람처럼 왔다가 바람처럼 사라지길 바랬다.

이유없이 눈물이 나왔다. 어라... 왜 지금 눈물이 나오지. 눈물이 나오니 왠지 모르게 웃음도 나왔다. 나는 울면서 웃고있었다.

그리고... 나는 떨어졌다.


...

...

...


나는 머리가 깨질듯한 통증을 느끼며 의식이 부상하는것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