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일 스테리아스는 기사였다.

어느 왕국, 어느 기사단에나 있을 법한 20대 후반의 평범한 기사였다.

저런게 어떻게 기사 작위를 받고 기사단에 들어올 수 있던 건지 이해가 안 될 정도로 실력이 없지도 않고, 떡잎부터 남달라 어릴 적부터 다양한 업적을 이뤄내며 큰 명성을 얻어 고위직에 단숨에 진급할 정도로 실력이 좋지도 않은, 전쟁이 일어난다면 기사로서 더도 덜도 말고 딱 1인분을 해낼 수 있을 실력의 기사였다.

그가 만약 소설 속 등장 인물이었다면 그는 기사단장 주인공 밑에서 훈련을 받는 장면에서 이름조차 등장하지 못하고 “옛!” 한마디 하고 사라질 기사1에 불과했을 것이다.

실제로 그가 속한 기사단 또한 대륙에 명성이 자자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기사단이라 이름붙이기 부끄러운 수준은 절대 아니라 할 수 있는 레스타 왕국의 은사자 기사단이었다.

그의 평범하지 않은 점이라면 열심히 노력한다는 점이었다. 매일 행해지는 오전 오후의 단체 훈련이 끝난 뒤에도 그는 저녁을 먹고 다시 연병장에 돌아와 검을 휘둘렀다. 동기들이 술을 먹으러 놀러 나가는 시간에도 그는 혼자 수련에 힘을 쏟았다.

하지만 최고는 아니더라도 중간은 가는 기사단의 기사들이 모두 매일같이 탱자탱자 놀러다니기만 할리가 없다. 외출은 최대한 자제하고 수련에 힘을 쏟는 기사가 로일뿐일리 없다. 결국 그의 평범하지 않은 노력조차 기사라는 그의 신분을 고려하면 평범한 노력인 것이다.

로일 본인 또한 자신의 그러한 위치를 누구보다 잘 자각하고 있었다. 한때 개국공신이었다 초라하게 쪼그라든 가문을 자기가 빛내보겠다던 꿈을 꾸며 기사가 되었지만 현실을 겪고나니 죽어라 노력해도 제자리를 유지하는 것 조차 버거웠다.

그래도 그는 좌절하지않고 제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발버둥쳤고 그 결과 지금의 이 평범한 기사라는 사회적 지휘에 퍽 만족하고 있었다. 기사 중에서 평범할뿐, 따지고보면 기사라는 직업 자체가 평범한건 아니지 않은가! 비록 대륙에 위명이 울려퍼지는 대단한 기사단의 기사는 아닐지언정 어디가서 전 기사입니다하고 자랑스럽게 소개할 위치는 되는 것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평범한 삶에 평범하지 않은 일이 일어났다고 느낀 것은 여느 때처럼 아침점호를 위해 들을 때마다 신경쇠약이 올 것 같은 기상나팔 소리를 들으며 일어난 시점이었다.

“으음...”

침대에서 일어나 슬리퍼를 신으려했는데 침대에 걸터 앉은 상태에서 자연스럽게 바닥에 닿던 발이 어째서인지 공중에 떠 있었다.

“어?”

그는 대수롭지않게 생각했다. 어제 거의 어거지로 동기들이 그를 끌고 나간 탓에 술을 진탕 마시고 다른 동기의 침대에서 잠들었나보다라고 생각했다. 덩치가 큰 길베르트 그 친구라면 따로 맞춤형 대형 침대를 보급품 대신 쓸 수도 있으니까. 기사의 월급에 겨우 그정도를 못하겠는가? 은사자 기사단의 규율은 그렇게 엄하지도 않다.

그렇게 여기고 환복을 하러 관물대로 가던 차에 그는 목과 팔, 등허리에 날벌레가 날아다니는듯한 간질간질한 감각을 느껴 반사적으로 팔을 휘둘러 털어냈다.

그러자 팔에 무언가 실뭉치같은게 걸리는게 아닌가? 침구에서 털이 뭉탱이로 빠졌구나. 길베르트 녀석 좋은 침구좀 쓰지...라고 생각하며 그는 어제 자기전 벗어서 걸어둔 기사단의 훈련복을 잡았다.

비몽사몽한 정신으로 셔츠 형식으로 된 훈련복의 단추를 위에서부터 세개째 잠궜을때 그는 평소와 다른 옷의 감각에 이상함을 느꼈다. 자연스레 내려가야하는 손이 무언가 부드러운 언덕같은곳에 막혔다.

침구류에서 또 이상한 털뭉치라도 가슴에 붙었나싶었기에 그는 가슴을 내려다보았다.

“어...?”

그리고 옷이 아닌 자신의 ‘가슴’에 붙어있는 이상한 물체를 볼 수 있었다.

“아직 술이 덜깼나...?”

오랜만에 마신 술이라 그런지 숙취가 되게 심하다 느끼면서 그는 정신을 차리기 위해 스스로 뺨을 가볍게 쳤다.

그리고 그는 그의 손바닥에서 전해지는 부드러움에 소름이 끼쳤다. 오래도록 검을 잡으며 만들어진 굳은살 가득한 손이 절대 만들어 낼 수 없는 감촉이었다.

몸에 이상이 생겼다라는 판단이 들자 잠결에 몽롱했던 정신은 급격히 맑아졌다.

그리고 그는 당장 거울을 봤다.

“이, 이게 무슨일이야!!”

고운 목소리가 방에 울려퍼졌다. 거울 속에서 그를 쳐다보며 경악하고 있는건 10대 중반내지는 후반의, 원래 그의 머리색과 똑 닮은 은빛의 긴 머리칼을 가진 미소녀였다.




19금소설쓰면 혼자 흥분 맥스찍고 딸치다 찍싸고 현타와서 글도 안써지는관계로 논19금을 써보고 싶은데

머...여태까지 그랬듯 하루이틀 끄적이다 말겠지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