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가,, 어떻게든 이끌어보곤 싶은데 이것저것 잔뜩 생각해놓고 안 적히니까 접음.. ts까지 적당히 로드맵 깔아두는데 거기까지 못씀 ㅋㅋ





 화린은 곤히 잠들어 있는 어린아이를 깨우기로 했다. 황량한 바람이 밤새 텅 빈 건물을 흔들어 잠을 설친 화린과 다르게 뒤척이지도 않고 있었다.


 ㅡ툭, 툭.


 " 야, 일어나. "


 " 어응.. 잠깐만.. "


 아직 앳된 모습을 간직한 소년, 화영은 잔뜩 피곤한 목소리를 내며 얼굴을 파묻었다.  


 " 모가지 날아간다. "


 " 어, 어! 네! "


 화린이 목소릴 낮춰 협박하자 순식간에 몸을 일으켜 세운다. 이미 화린은 배낭 하나를 가득 채워 맨 채였다.


 " 짐 들고 나와. 여기 안 좋아. "


 " 아직.. 여섯 시 아니에요? "


 화영은 자신 몫의 짐을 배낭에 주섬주섬 모아담으며 손목시계를 들여다보았다. 


 " 약탈자가 너무 많은 곳이야. "


 " 빨리 가죠! "


 화린 일행은 울란바토르 외곽에 있었다. 


 과거엔 나름 나라의 수도였다고 하지만, 지금은 아무도 남아있지 않았다. 살아남은 자들은 몇 백, 몇 천년 전의 유목민이 되어 말을 타고 스텝을 거닐 터였다. 


 그들은 약탈자라고 불렸다. 살기 어려워서 그런지 전통인지는 모르겠으나, 빠르게 유럽으로 향하려는 스텝의 여행자들을 손가락 한 마디 남기지 않고 도축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 다시 생각 해 봤는데, 여긴 너무 위험해. 그냥 돌아가자. "


 화영은 잠시 머뭇거렸다. 이곳까지 오는데만 해도 몇 개월을 소모했다. 그런데 돌아가서 더 먼 길을 가자고? 


 화린은 이미 방향을 잡고 발걸음을 뗀 채였다. 


 " 그치만.. "


 " 목숨이 가장 중요해. 한 번 말한 건 다시 말 안 한다. "


 화영은 사냥꾼 견습생이었다. 


 한반도 지역에 있던 캐슬의 견습 임무를 실패하고 길바닥에 쓰러져 있던 걸 화린이 주운 게 첫 만남이었다. 


 한참 노련해 보이던 화린에게 화영은 귀찮을 정도로 달라붙었다. 자신을 사냥꾼으로 만들어 달라고. 


 화린은 무시하려고 했으나, 귀신처럼 따라붙는 능력에 질려 결국은 받아줄 수 밖에 없었다. 나중에 알아본 바로 화영은 암행에 특화된 권능을 지니고 있었다.


 그렇게, 화린의 유럽으로 향하기 위한 여정에 반강제로 올라탄 것이었다.


 ㅡ우우웅!


 반쯤 매마른 초원을 걷던 화린의 예민한 감각에 바이크의 소음과 진동이 먼저 전해졌다. 


 " 숙여. "


 화영에게 들릴락 말락한 크기로 한 마디만 하고 엎드리는 화린의 자세는 완벽했다. 키가 큰 풀은 아니었으나 마른 체형을 깔끔하게 가렸다.


 화영도 빠르게 자세를 따라했다. 그러자, 바이크의 진동이 더욱 커지기 시작했다. 지면과 맞닿아 있어서 더욱 크게 들리기도 했다. 


 ㅡ우웅! 덜덜덜.. 


 바이크는 화린의 가까이에서 멈췄다. 오십 미터 남짓한 거리였다. 게다가 소리는 하나가 아니었다. 어림잡아 삼십은 되어 보였다. 


 반은 말을 탄 건지 목소리에 비해 진동이 덜했다. 스텝에서 웬만한 무리들은 말만 타고 다녔다. 소음이 획기적으로 적고 얻을 수 있는 것도 많기에.


 바이크를 탄다면 나름 자신이 있는 사람이란 것이었다. 특히 거대한 세력에 속해 있다면 더더욱. 


 충돌 없이 지나갈 수 있다면 그러는 게 최선이었다. 


 화린은 숨을 참으며 화영의 위치를 찾기 위해 주변을 둘러보았다.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ㅡ콰앙!


 갑작스레 바이크 무리의 뒤에서 폭발이 솟았다. 놀란 말들의 비명이 하늘 높게 솟았다. 


 " 뭐야? 총, 총 들어! "


 무리 중 한 명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 화영 이 미친 놈이.. '


 화영의 권능을 사용한다면 저렇게 공격을 시작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없는 인기척을 봐선, 화영이 맞았다.


 화린은 버릴까 생각하다가 석궁을 꺼내들었다. 바이크를 노휙해서 나쁠 건 없었다.


 조용히 상체를 올렸다. 그들은 후방을 경계하고 있을 것이었다.


 선두엔 일곱 명이 있었다. 절반은 뒤, 절반은 앞. 


 ㅡ퉁!


 자그마한 반동과 함께 석궁에서 발사된 볼트는 한 명의 머리를 꿰뚫었다. 


 그들 무리는 습격자가 한 명이 아니란 걸 직감했는지, 적당한 거리를 두고 공격받지 않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ㅡ퉁!


 그 새에 재장전을 마친 화린의 석궁이 다시 볼트를 던졌다.


 이번엔 심장이었다. 갑작스레 숨이 멎은 그는 바이크 아래로 낙마했다. 


 " 튀어! "


 무리 중 한 놈이 소리쳤다. 붉은 깃발이 걸린 바이크를 타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가 무리의 수장일 것이었다. 화린의 손이 바빠졌다. 볼트를 꺼내어, 석궁에 메고. 


 ㅡ퉁!


 " 끄헉! "


 그의 어깨에 볼트가 틀어박혔다. 석궁의 소음이 적은 탓에 위치는 특정할 수 없었겠지만, 그에겐 본능에 가까운 무언가가 있는 것 같았다.


 바로 몸을 비틀어 심장에 박힐 것을 피한 것이다.


 피했다곤 해도, 혼자 바이크를 타기엔 무리가 있을 것이었다.


 대충 한 놈과 같이 타고 도망가지 않을까 생각하던 도중, 약탈자들은 생각 이상으로 잔혹했다.


 ㅡ서걱!


 " 자, 내가 대장이다! 으히히히! "


 온 몸에 붉은색을 덧칠한 한 놈이 부상당한 대장의 목을 잘라든 채로 광소하고 있었다. 


 ㅡ치이익..


 어디선가 타고 있는 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꽤 커서, 많은 약탈자들도 들을 수 있었다. 


 " 히히.. 히.. "


 ㅡ콰아앙! 


 생각보다 훨씬 커다란 폭발이 약탈자 무리의 중앙을 휩쓸었다. 외곽의 몇 명만이 정신을 차린 채로 마구잡이로 도망쳤다. 


 화린은 화영 대신 바이크가 먼저 걱정되었다. 이동수단이 필요한 참이었는데, 그걸 다 태워먹게 생겼으니. 


 " 휴우, 나 잘했어요 형? "


 " 다 타게 생겼지. "


 " 뭐가요? "


 화린은 처음에 죽였던 놈이 탄 바이크가 멀쩡히 서있는 걸 보곤 천천히 다가가며 대답했다.


 " 우리 시간. 아니지, 화영 너의 시간. "


 " 아, 아.. 말하시지 그랬어요. "


 " 내가 습격하자고 했나? 이번 놈들이 제정신이 아니라 다행이지. "


 말 그대로, 전투적 감각을 익힌 약탈자들이었을 경우 화영부터 목이 꿰뚫렸을 것이다. 처음의 대응을 보곤 화린도 승리를 점치고 참전한 것이지만. 


 " 한번 더 그러면 우린 끝이다. 나도 위험하게 만드는 짓거린 없도록 해. "


 화린은 잔뜩 날 선 목소리로 꾸짖었다. 


 이득은 이득이고, 문제는 문제다. 


 " 네.. "


 화영은 잔뜩 소심해진 채로 바이크를 찾아다녔다. 화린의 의도를 이해한 것 같았다.


 앞으로의 여정에선 소심한 게 더 나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