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2화 3화 4화


내앞에 있는 건 생물체라고 할수 없는것 이었다. 마치 젤리같은 덩어리가 단단하게 응고되어 긴 촉수를 내민듯한 모습. 순간 시간이 멈춘듯 그것이 나를 노려 보는듯한 기분이 들며 소름이 밀려왔다. 주위에는 마치 처음부터 아무도 없었다는듯 나 홀로 적막한 거리에 서있었다. 가장 먼저 느낀건 두려움 그리고 공포, 나 홀로 있다는 사실에 이게 현실인지 아니면 허상인지 구분할 틈도 없이 느껴지는 감정이었다.


도망치기 위해 발을 움직이려고 했지만, 발은 움직이지 않고 나는 가위에 눌린듯 그 자리에 뻣뻣이 멈춰서 있어야했다. 그 순간 그것은 나를 향해 몸을 돌리듯 천천이 꿈틀거려왔다. 그리곤 마치 가시가 돋아나듯 길고 매끈한 촉수들이 사방에서 튀어나와 나를 향해 날라왔다.


하지만 움직일수 없었다. 나는 그저 눈을 질끈감고 그것을 바라만 볼수 밖에 없었다. 그 촉수들이 마치 내앞으로 빠르게 뻗어왔다. 내 머리카락들 사이로 공기를 가르는 바람이 느껴지는 순간, 내 안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피해.'


마치 차갑고 냉정한 내 마음속에서 울리는 목소리는 바뀐 내 목소리와 비슷했다. 하지만 내가 아닌 또다른 존재가 말하는듯 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게 중요한게 아니었다. 나는 크게 몸을 던졌다, 그 순간 만큼은 내가 이정도로 빠르게 피할수 있었나 싶었다. 그리고 촉수가 크게 바닥을 강타하자 마자 사방에 아스팔트 파편이 이리저리 튀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만일 내가 저걸 맞았다면, 아마 뼈가 몇개라도 뿌러졌을법한 강한 공격이었으며, 새옷은 흙먼지와 함께 더러워졌다. 꿈은 아니었다, 저것이 무엇이 되었던 나를 공격하고 있고, 나는 죽기 일보 직전이라는 것이 바로 현실이었다. 침착하자, 여기서 벌벌 떤다고 해서 내가 살아남을수 있는것이 아니다. 내 안에 잠식했던 공포는 어느새 사라지고, 긴장하고 그것에 다음 행동을 기다리고 있었다.


도망칠수 있을까?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이었다. 녀석이 얼마나 빠르고, 멀리서 공격하는지 잘 모르겠다. 첫 공격은 10m 남짓한 거리에서 날라왔으며, 겨우 몸을 던져 피할수 있었다. 슬프지만, 나는 그래봤자 평범한 여자의 모습을 하고 있다. 설령 원래 나 였어도 가능할리는 없었겠지만.


그 순간 내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촉수가 뻗어왔다. 촉수는 그대로 내 코앞까지 날라와서 그대로 나를 짓눌러 버리려는지 강하게 내려찍어왔다. 끝인가? 나는 그대로 눈을 질끈 감으며 날라오는 촉수를 그대로 두팔로 막으며 보호하려고 할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강하게 두팔에 그 충격이 느껴졌다.


하지만, 아무일도 생기지 않았다. 나도 그 촉수도 그리고 내 몸뚱아리도, 그대로 온전히 있었다. 두팔은 얼얼 하였지만, 분명 나는 막아낸것이다.


'내가 이렇게 강했나?'


나는 상황을 파악할 틈도 없이, 무작정 촉수로 부터 벗어났다. 분명, 평범한 나라면 이런일을. 그 순간 다른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나는 평범하지 않다, 정확이는 하룻밤 만에 여자애로 변해버렸으니까, 평범하지 않게 된거다. 그때 한밤중에 만났던 소녀 그리고 갑자기 나타난 괴물은 절대 우연의 결과가 아니 라는것 이겠지.


나는 두 주먹을 꽉지고, 그것을 향해 달려갔다. 멍청한 짓일까? 아니면 내가 특별해진건가. 나는 전혀 알길이 없었다, 하지만 분명한건 내가 이런 멍청한 도박이라도 하지 않으면. 지금 당장 살아남기도 또 다시 남자로 돌아갈 방법도 모르게 된다는거였다.


저 녀석을 쓰러트린다면 방법을 알지도 모른다. 분명 관련이 없을리가 없다. 나는 그렇게 확신하고 달려나갔다. 그리곤 그 괴물도 반응하여 나에게 또다시 긴 채찍같은 촉수를 그대로 뻗어왔다. 이번에는 다르다, 가장 먼저 내 주먹이 공기를 가르며 촉수를 쳐냈다. 마치 주위에 공기가 수축하듯 굴절되는게 내 두눈으로 보였고, 그대로 끔찍한 촉수가 사방으로 터져나갔다.


'가능해, 쓰러트릴수 있어.'


나는 그대로 뛰어들며 빈 공간을 향해 그리고 그 괴물을 향해 몸을 내던졌다. 이게 꿈이 되었던, 허상이 아니든 상관 없었다. 나는 그저 무서워서 벌벌 떨고, 구석에서 울고 있어서는 안되니까. 나에게는 지켜야할 동생이 있으니까, 앞으로 나아 가야했다.


왼쪽 주먹을 웅켜쥐고 그대로 괴물의 몸통을 직격했다. 마치 주위에 공기를 내지르는듯 길어진 머리카락이 그대로 휘날리며 흩어졌다. 사방으로 물컹한 젤리가 터져 나가듯 퍼졌다.순간 그 괴물이 비틀거리며 움직임이 둔해지며, 곧 움직임이 멈췄다. 그리고 나는 다시 한번 오른손에 주먹을 그대로 내려찍자, 괴물은 더이상 반응하지 못하고 조각났다.


그대로 나는 뒤로 조금씩 물러나서는, 말도 안돼는 내 힘에 다시 한번 놀랐다. 여자애로 변한게 아니라, 강해진 것인가? 그게 아니라면 이 상황이 도무지 설명이 되지 않았다. 나는 그대로 휘청거리며 균형을 잃고 바닥에 주저 앉았고. 그 순간 눈을 깜빡이자 마자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나는 길바닥에 균형을 그대로 잃은채로 쓰러져 있었고. 현우는 당황해서는 내앞으로 손을 내밀고 있었다.


어안이 벙벙하여, 미쳐 상황파악이 되지 않은채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내가 쓰러트렸던 괴물은 흔적조차 보이지 않았고, 마치 꿈에서 깨어난듯 거리는 다시 사람들로 붐볐다.


"야, 일어나. 괜찮은거야? 갑자기 쓰러지고 그래?"


현우는 걱정되는 말투로 나를 일으켜 세워줬다. 내 눈은 멍하니 현우의 얼굴을 바라만 볼수 밖에 없었고. 이 상황을 설명해야 할지 아니면 그대로 넘어가야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그리고는 녀석은 대수롭지 않게 손을 엉덩이로 뻗어왔다.

<팡, 팡> 거리며 내 엉덩이를 쓸어 내리며 현우는 자연스럽게 먼지를 털어왔다. 그리고 나는 깜짝 놀라, 나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놀라서는 엉덩이를 내 손으로 가렸다.


"뭐하는 짓이야! 갑자기 엉덩이를..."


"새옷에 먼지 묻었잖아, 이 바보야."


현우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투덜거리며 다시 내 허벅지에 묻은 먼지까지 털어주고 나서야 만족한듯 다리를 곧게 다시 폈다. 나는 나도 모르게 여자아이 처럼 반응해버리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