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정말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 길을 걷다가 발을 접지르는건 기본이고, 멀쩡하던 문고리가 망가지질 않나. 그것때문에 수리공을 불렀는데 하필이면 퇴근시간이라 3시간은 걸린다고 하고. 어쩔 수 없이 들어와서 쉬고있었는데. 칼에 찔리질 않나.


묻지마 범죄였다고 생각한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아싸인생. 회사에 들어서서도 딱히 모난데 없고, 줄도 중립을 유지. 부업으로는 간단한 소설이랑 만화, 그리고 약간의 취미생활로 그림을 그리는 정도. 딱히 다른 사람이랑 인연이라는게 없었으니까.


하지만, 하필이면 왜 나였을까.


그런 생각과 함께, 눈이 뜨였다.


"아...?"


죽었다 살아났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분명 꿈이었을테지만, 적어도 눈을 뜬 직후에는 그런 생각이 먼저 들었다. 너무 실감났으니까. 차갑다기보다는 살짝 미지근한 칼날이, 자켓의 등 부분을 찢고 들어오는 그 소리. 그리고 무언가가 흘러내리는 동시에, 지독하게도 끊고 내려가는, 무자비하게 파헤쳐지는 그 감각이 너무 실감났다. 꿈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하지만 꿈이었다. 그게 현실이었다. 난 정말 아무 일 없이 이부자리에서 눈을 떴고, 황급히 등에 손을 뻗어봤지만 상처라고는 티끌만치도 없었으니까. 안도의 한숨을 내쉬다가, 문득 이상한 점 세 가지를 깨달았다.


첫 번째. 나는 등에 손이 닿지 않는다. 학생 때 부터 몸치였다. 유연함이라고는 하나도 없어서 요가같은건 꿈에도 못 꿨었다. 정말 어렸을 때부터 단련해야하는 부분이니까 어쩔 수 없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닿았다.


두 번째. 나는 옷을 입고 있었다. 솔직히 아직도 꿈이랑 현실이 헷갈려서 그 때를 생각하면 몸에 소름이 오소소 돋지만, 분명히 칼에 찔리는 꿈을 꿨을 때도, 그리고 막 집에 돌아와서 피곤에 지쳐 쓰러졌을 때도 옷을 입고 있었다. 너무 피곤했고, 마침 다음 날이 휴일이었으니까. 상관 없다고 생각했었다.


세 번째. 난 이런 목소리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내 목소리는 꽤 걸죽한 편이었으니까.


"어?"


그러니까. 지금 내 입에서 흘러나오는 간드러진 목소리는, 분명 내 목소리가 아니어야했다.


꿈이어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