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에 떨어진 만두가게 납품트럭 기사는 TS를 추구하는 안쓰러운 남자

 

에이씨... 밤 9시라고그런데 근처도 아니고 다른 시로 넘어가서 납품하고 오라고!”

 

에너지 드링크를 원샷해버린 해성은 빈 깡통을 손에 힘을 줘서 종잇장처럼 구겨버린다집에서 TS채널에 접속해 여자가 되어버린 기분을 한껏 만끽하며 황홀감에 젖어 있었는데 회사에서 급한 납품건 하나를 처리해 달라며 연락이 왔다투덜거린 그는 런닝에 팬티 바람으로 앉아 있다가 일어나서 주섬주섬 작업복을 챙겨서 입었다그의 나이 어언 삼십이 넘었다쥐꼬리 월급으로는 가정을 이루고 사는 것은 글렀다고 판단해 결혼은 일찌감치 포기했고 그나마 퇴근 후 미소녀가 되는 환상에 젖어 TS채널과 각종 TS물을 접하며 암컷이 되는 즐거움만 쫓고 있었다

 

트럭은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다고속도로에 트럭을 올리기전 회사에 들러 매출전표에 적힌대로 음료수와 냉동만두를 꼼꼼히 적재했었다어서 납품하고 쉬고 싶은 마음에 트럭의 속도를 높였고 검은 뿜어내며 트럭은 고속도로를 달린다

 

전방 100미터 앞에 터널이 있습니다.’

 

건조한 기계음이 터널을 알려왔다밤의 차가운 공기가 폐부 깊숙이 파고드는 상쾌함을 느끼고 있었는데 터널 때문에 그는 차창을 올린다터널안의 매연은 마시면 더 없이 불편했기 때문이다

 

터널로 진입하였습니다.’

 

한산한 고속도로 터널에는 해성의 트럭만이 달리고 있다넓은 사차선 터널을 세라도 놓은 양 홀로 길을 따라 쭉 달리고 있는데 그는 뭘 봤는지 눈이 커지며 급히 브레이크를 밟았다.

 

끼이익

번쩍!’

 

눈이 부시는 섬광이 일어났고 눈을 감는 해성의 입에서 욕이 나올 일이 벌어진다

 

!’

젠장!”

 

트럭의 타이어가 펑크가 나버렸고 터널의 오른쪽 벽으로 달려간 트럭이 벽을 들이받고 만다

 

!’

 

잠깐의 시간이 흘렀고 해성의 운전석 유리를 노크하듯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똑똑

아우우고속도로 터널에 왠 사람이 있고 지랄이야?”

 

해성이 눈을 뜨고 창문을 두드린 사람을 본다방금 고속도로터널 안을 플레이트 갑옷을 입고 돌아다니던 남자였다강철장화에 강철각반까지 셋트로 갖춰입은 남자가 해성을 쳐다본다해성은 그를 보며 코스프레 놀이를 왜 고속도로터널에서 하고 있느냐고 따지고 싶었다차창문을 내리려고 해보지만 고장이 났는지 내려가지 않는다손잡이를 당겨 문을 열려고 하는데 잘 안 열려서 낑낑거리는데 밖의 남자가 말한다.

 

아가씨 있어봐요.”

 

그가 힘을 줘서 문을 강제로 열려고 한다

 

끼리릭

 

쇠긁히는 소리가 나며 문이 가까스로 열렸다

 

이거봐요 난... ?”

 

해성은 자신이 여자가 아니라고 말하려다가 자신의 가느다란 고음의 목소리에 흠칫 놀라고 말았다자신의 손을 보는데 가녀린 손이다백미러로 자신을 보는데 이럴수가거울에는 긴흑발에 갈색눈동자를 가진 미녀가 자신을 쳐다본다

 

어서 내려요 던전에서 몬스터들이 습격해 오면 곤란하니까.”

여긴 던전이 아니라 고속도로...”

 

말을 마치며 주위를 보는데 이럴수가 또 한번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그의 말대로 벽 곳곳에 빛나는 마석을 끼워서 사방을 밝혀놓은 던전이었다인공적으로 만든 던전인지 벽은 하얀 대리석 재질의 돌로 쭉 이어져 있었고 흔히 보던 몬스터가 아닌 인공적인 골렘 같은 인공 몬스터가 자신들을 향해 다가오고 있다

 

아가씨 어서 내려요.”

 

해성은 그의 손을 잡아서 트럭에서 폴짝 뛰어내렸다남자는 해성이 이성으로서 너무 마음에 들었는지 골렘들에게 멋진 대사를 읊는다.

 

난 크리스 폰 로젠경이다사악한 몬스터들아 물러가라그럼 이 레이디를 습격한 죄는 용서해주마!”

“...”

 

골렘이 말을 할리 만무했다크리스가 삽질하는 동안 오히려 골렘들이 더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안되겠군레이디 이름이?”

...”

 

해성은 갑자기 여자 이름을 물으니까 대답할 말이 없었다딱히 자신이 여자가 되면 이름은 이렇게 해야지라는 생각도 안해놓은 상태 그래서 그는 TS채널에서 다른 이들의 닉네임 중에서 예쁘다 생각했던 이름을 그에게 꺼내놓았다

 

플로라에요.”

플로라미모만큼이나 예쁜 이름이군요.”

몬스터가 우리 코앞까지 다가왔어요!”

 

이래저래 시간을 보내서 정말 골렘이 휘두르는 팔 사정권까지 들어오고 말았다크리스가 급히 자신의 검을 횡으로 베자 골렘의 양팔이 잘려나갔다.

 

서걱

 

골렘의 관절이 약한 부위를 골라 휘두른 탓에 골렘은 공격불능 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걱정말아요플로라 여기 층은 내 레벨에 턱없이 부족한 쉬운 던전이니까일단 내 손을 잡아요.”

 

해성은 그의 손을 잡았고 크리스는 가방을 열어서 그곳에서 스크롤 하나를 꺼냈다

 

그게 뭐에요?”

귀환 스크롤이죠.”

 

찌익!’

 

입으로 물어 손으로 스크롤을 찢자 두 사람의 주위로 빛이 감싸더니 눈이 부셔서 눈을 감을 수 밖에 없는 상태에 이르게 되자 서서히 빛이 잦아든다

 

해성이 눈을 떴을 때 그들은 마을 한가운데 서있었다많은 사람들이 오간다여행자도 있고 길거리에 노점을 하는 사람들 순찰을 도는 헬멧에 미늘갑옷을 입은 병사도 보였다크리스경이 해성의 손을 놓는다

 

여기는 어디죠?”

당신은 누구지?”

 

서로가 궁금함이 담긴 질문을 던진다해성은 자신의 목소리가 굵직한 남성의 목소리와 다를바 없자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왔구나 싶었다

 

... 크리스경... 저 플로라인데 제가 저주를 받아서 본래는 여자이지만 남자로 변할때가 있어요.”

저주에 걸린 레이디로군요!”

 

해성을 향해 싸늘한 시선을 던지던 크리스가 이해했다는 듯이 표정이 풀린다이미 플로라의 미모에 반해버린 그로서는 해성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말았다

 

걱정마시오플로라 내 당신을 저주를 풀어서 다시 본래의 아름다운 모습으로 돌아가게 해 줄테니그런데... 걸린 저주의 종류가 뭔지 아세요?”

... TS라는 저주에요.”

알았어요내가 당신의 저주를 꼭 풀어주리다.”

 

크리스는 해성의 저주를 풀어주기로 다짐에 다짐을 거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