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가 이렇게 된 것일까? 분명히 나는 그저 낭만과 마법을 추구했을 뿐이다. 그런데 파티원들이 조금, 아주 조금 무서운 것 같다. 여기 한명씩 살펴보자


판사, 정확히는 치안판사. 나와 가장 처음 했던 사람이다. 의외로 수인이라는 점과 의외로 플레일을 잘 다룬다는 점에서 특이함이 느껴지지만 평범한 수인이다. '빵ㅋㅋ' 소리가 나오는 그런 수인. 원래는 어느 귀족집안 출신이라는데, 법에 관심이 있어서 그쪽으로 갔다고 한다. 그 후에는 딱히 이유는 알려주지 않았지만 치안판사로 자원해서 나와 함께하게 됐다.


"결혼을 전제로 사귀어 줬으면 좋겠군요 메지나씨."


"그, 아, 여, 여자끼리, 아니 애초에 결혼이라뇨!?"


"상관없습니다. 결혼에 인종, 성별 등은 제한이 없거든요."


"시...싫다고 하면요?"


"메지나씨가 저지른 행위들에 대해서 하나하나 법적으로 따져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좋겠군요. 사기, 폭행, 사유재산 침해, 무단침입..."


"판사가 그래도 괜찮은건가요!"


"네, 저는 치안판사랍니다. 그리고 당신은 신뢰가 없는 마법사죠."


"이건 권력 남용이야!"


"그러게 당신이 너무 꼬리를 친게 문제군요. 범죄적이라고요?"


그렇게 웃으며 자신의 사슬 플레일을 붕붕 휘두며 웃고 있었다. 어째 얼굴에는 음영이 져 있었고, 꼬리는 가만히 있었지만...



그 뿐만이 아니었다. 이단심문관, 그녀는 나보다 조금 더 어린 것 처럼 보였다. 그럼에도 뭔가 좀 무서운 느낌이 들었다. 비록 '농ㅋㅋ' 소리가 나올만큼 작고, 귀여웠지만 위압이라고 해야하나 그런게 컸다. 특히 이단들을 제압하는 능력 말이다. 물론, 딱 한번밖에 보여주지 않았고, 대부분은 오히려 불법적인 마녀사냥이나 교리 관련으로 교육을 시켜주는 매우 재미없는 일만 해서 내가 항상 재미없어! 라는 소리를 했다. 그 뒤로는 칼집으로 맞았지만...


"심문관님 뭐 읽으세요?"


묵묵부답이었다. 그래서 옆을 슥 쳐다보니까, 삽화와 긴 글이 있는 책인 듯 했다. 그런데 그 삽화에는 여자가 밧줄로 꽁꽁 묶여있고, 거기에는 이단을 제압하는 방법...이라 적혀있었다.


"응, 이단 제압하는 방법 읽고 있었어."


"헤에..."


"그게 말이지, 폭력으로 모든게 해결되는 세상은 아니잖아. 그렇지?"


"그렇죠."


"그런데 가끔은 필요한게 아닐까 싶어."


"에"


"특히나 말이야, 여자들을 마구 유혹하는 사람한테는 약간의 '위력'을 보여줄 필요가 있거든."


"누, 누구요?"


"바보같이 말이야, 마법도 제대로 안쓰고, 사고치는 사람이라고 있어."


라고 말하며 날 슬쩍 바라보는 모습이 무서웠다. 





다음은 엘프, 처음에는 무슨 사연이 있는 줄 알았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아는 엘프와는 너무 달랐으니까. 내가 아는 엘프는? 항상 채식만 하고, 자연을 보호하고, 세계수를 숭배하는 뭐 그런 존재들이었다. 그런데 이사람은 참 달랐다. 고기는 사냥꾼에게 항상 필요하다고 말하고, 쇠뇌를 쓰고, 세계수라는건 애초에 없다고 말하고... 다만 더욱 '빵ㅋㅋ'해서 가끔 저 엘프주머니를 만지작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긴 했다.


"뭐하세요?"


"아, 메지나씨, 요즘 함정을 놓는 연습을 하고 있답니다."


"함정요?"


"네, 좀 큰 짐승을 잡아야할 때가 있거든요."


"오, 맛있겠네요."


"그럼요, 맛있겠죠..."


라고 날 쳐다본다. 아니 왜?



그리고 치유사. 세상의 더 많은 약을 찾아보고자 우리와 합류했다. 맨날 다치는 우리 파티 (주로 나)에게 있어서 중요한 존재라고 할 수 있다.


"뭔가 시큼한 냄새네요"


"아, 오셨어요? 괜찮죠?"


"냄새요? 글쎄요..."


"신약이거든요."


"오, 어떤 약인가요?"


"음, 사람도 잠재우는 그런 약이예요"


"위험...해보이네요!"


"그렇죠."


그렇게 말하며 다시 집중하는 모습... 어쩐지 나를 계속 힐끔 바라보는데...




마지막으로 검사. 신선함을 위해서 합류했다는데, 무슨소리인지 모르겠다. 게다가 내가 다가가면 맨날 연습하다가 말고 도망가는데 왜그런걸까...?




아무튼 이상했다. 다들 음, 나를 쳐다보는 모습이 약간...이상하다고 해야하나? 분명히 다들 자기 할일만하는 그런 사람들 아니었나?





내 삶이 왜 이런 기묘하게 됐나... 라고 생각해보니, 다시 태어날때부터 꼬인 것이 아닐까 싶었다. 



솔직히, 낭만을 추구하는게 뭐 잘못된건가!


비록 정정당당하게 싸우자는 메타로 순간이동이나 그런 스킬 다 빼고 싸웠다가 0/10/5 당해서 트롤로 신고도 먹어봤고, 깡통로봇들을 주먹질로 다 깨기에 도전해서 피를 토할뻔하기도 했고 그랬지만!


그래도 적어도 암울한 내 인생보다는 즐거웠단 말이야!


...물론 일하다가 죽었지만


아무튼


다시 태어났을 때는 마법사 집안에서 태어났다. 즉, 마법사의 혈통을 받았다 그말이다!


끼얏호우!


라는 소리를 낼 순 없었지만, 무럭무럭 자라났다. 



....물론 내가 여자아이라는걸 알때 쯤에는 이미 훌륭한 여자아이가 됐지만...


수염기른 마법사가 되고싶었는데...


내가 마법에 큰 의욕을 가졌다는 것을 알고, 부모는 나에게 엄청 많은 것을 가르쳐줬다. 요약하기는 힘들지만, 아무튼 엄청 많이 가르쳐줬다는 점에서는 변함이 없었다. 마나의 운용, 마나를 얻는 방법, 그 마나를 가지고서 마법을 짜내는 방법 등등...


그런데 나는 생각했다. 마법사라면 역시 메모라이즈지! 라고 말이다. 아니 사실 당연한게, 아침에 마법을 미리미리 준비해서, 필요에 따라 날려대는, 그런 낭만이 있어야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으로 가득찼다.


그래서 나는 그 마법을 만들고자 했다. 


처음에는 열심히 서적도 뒤져보고, 심지어는 마법협회에 갔을때도 책을 열심히 탐구했다. 아, 물론 부모님께서는 내가 훌륭한 마법사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책을 읽는 것에 아주 만족하곤 하셨다.


...결과물을 보기 전 까지는


열심히 뒤져봐도 메모라이즈 마법은 따로 없는 듯 했다. 정확히는 메모라이즈라는 것이 있었긴 했지만 고릿적 시절의 마법이라는 것이었다. 마법을 스톡해서 쏘는 것은 마나가 없을 때도 유용했지만, 몇번 못쓰고 죽는 경우가 허다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마법식을 만들어서 거기에 마력을 주입해서 쓰는 느낌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그걸 우회하는 방법을 찾았다. 아예 메모라이즈라는 마법을 만들어서, 거기에 저장해두면 되지 않겠냐면서. 


마침 호숫가를 보면서 생각한 것이었다.


역시 나는 천재.


아무튼


그걸 성공한 이후에는 그거만 써댔다. 그리고 당연히 부모는 뒷목잡고 쓰러졌다. 잠재력을 깎아먹기 좋다면서 말이다.


아니 왜! 좋잖아!


라고 항변했지만 소용없었다. 그러고는 여행을 하면서 좀 성장하라면서 나를 내쫓다 싶이 했다. 아 물론 내쫓은건 아니고, 충분한 지원을 해주고 나서 보낸거지만...


"메모라이즈를 몰라보는 세상이 밉다!"


라고 항변했지만, 지나가던 마법사들조차도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었다. 힝...


그렇게 실의에 빠졌을 때, 판사가 나에게 다가왔다.


"혹시, 호위 가능한지요?"


"네?"


그렇게 내 모험은 시작됐다. 



.

.

.


"야생 동물의 준동, 이건 사악한 마신이 일어날 징조예요!"


"아닙니다, 근처 도시에서 자꾸 동물을 기르다가 유기하는 일이 발생해서 그래요."


"아..."


라던가


"오오, 도적들! 역시 도적들은 사냥해야 낭만이죠!"


"아뇨, 법에 따라 심판할겁니다."


"아 왜요"


"자꾸 그러면 이때까지 있던 죄를 따져볼까요?"


"히잉"


라던가


"길을 막는 이들...역시 저런 사람들은 없애야...!"


"저희는 이 길을 만들었습죠."


"음, 계약이 맞네요"


"아..."



...도대체가 낭만이 없어 낭만이! 너무 평범해! 심지어 캠핑을 해도 야생동물이나 도적 습격도 없었어! 뭐 물론 고생하는 포레스트 레인저 부대가 있으니까 치안이 좋은거지만...


정말 너무 '평범'해서 미쳐버릴것 같다... 


이단? 그런건 대부분 오해거나 잘못된 교리를 읽는 것 뿐이라 이단심문관이 교정해준다


불법적인 일들? 대부분 판결 후에 중앙으로 보낸다


도적들? 마찬가지다


그외의 사악한 일들? 그런건 오해거나 없었다... 수상하기 짝이 없는 묘지기도 알고보니 그냥 대를 이어서 하는 그런거였더라고.... 아... 덕분에 난리부르스 떨었던 나만 쪽팔렸다...


....그랬는데


요즘 파티원들이 자꾸 날 보는 시선이 조금 이상하다. 아니 왜? 그저 넘어지거나 하면 손잡아주고, 가끔 안좋은 일 있으면 위로해주고, 같이 술마시며 어깨동무하고 노래도 부르고, 아이스크림 같은거 나눠먹고 그런거 뿐인데 왜!









자기가 유혹한줄도 모르는 바보멍청이 틋녀 써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