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




"무슨 문제라도 있어요, 리아?"




"아니... 그, 그게... 조금."




"조금?"




"치마가 조금... 아니, 많이 짧은 것 같아서... 그, 이거 너무 짧은거 아니야?"




"어머나, 요즘 여자들은 다 이렇게 입고다닌다고요. 밖에서 길거리를 돌아다니면서 여자들 복장도 많이 봤잖아요?"




"그건 그렇지만! 아니, 이건 너무 짧잖아... 생각해보니까 다른 여자들이 그런다고 내가 그래야 하는 것도 아니잖아! 그러니까 그냥 바지를 입을래!"




"바지도 괜찮지만... 음. 바지라고 해도 몸매를 가려주는 것은 아닐텐데, 괜찮겠어요? 몸에 착 달라붙는 것은 바지도 마찬가지일텐데."




"...좀 헐렁한 바지는 없어?"




"츄리닝 같은 종류라면 있긴 하지만, 대학교에 츄리닝을 입고 가는 것은 조금 그렇지 않아요? 교수님들한테도 조금 그럴텐데요. 첫 수업부터 츄리닝을 입고 가는 건 좀..."




"그건... 그렇긴 한데."




"그리고, 기왕 이렇게 예쁘게 된거 조금 꾸며도 괜찮지 않아요? 보기 좋은게 안좋은 것 보다는 낫잖아요? 조금 꾸미는 것 정도로도 이렇게 예뻐지는데."




"그건, 그렇지만..."




"그리고, 이왕 여자의 몸이 되었는데ㅡ"




"나는 남자야!!"




"..."




"아, 아니, 그게, 미안. 절대 너한테 화난게 아니야. 그, 그, 조금, 그냥 당황해서... 그, 알잖아? 원래 남자니까, 남자...니까. 그냥, 조금 예민해서... 절대 화난게 아니라, 그, 그냥 조금 당황해서, 그러니까. 화난게 아니라... 응?"




"아뇨, 괜찮아요. 저는 리아가 남자라는걸 알잖아요? 그러니까 민감하다는 것도 알아요."




"아..."




"제가 죄송하네요. 제가 함부로 말을 하는 바람에......"




"아니, 아니야. 그... ...화내서 미안."




"아뇨, 괜찮아요. 제가 먼저 잘못했으니까. 제 사과를 받아주시겠나요?"




"으, 응. 물론이지. 너는 잘못한게 아니라, 그냥... 내가 민감하게 반응한게 잘못인걸."




"아뇨, 리아는 충분히 그럴 수 있어요. 아무리 시간이 몇 달정도 지났다고는 하지만, 사람 몸이 바뀐게 그렇게 쉽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건 아니니까요."




"..."




"그렇지만, 으음. ...밖에 나가서도 그러면 조금 문제가 될 수 있을 것 같긴 하네요."




"...그렇지."




"혹시, 옛 친구들을 만났다가 비슷한 일이라도 생긴다면..."




"...그런 일은 없을거야."




"그렇겠죠. 단순한 제 염려일 뿐이겠죠?"




"응. 그럴꺼야. 걔들, 그렇게 나쁜 얘들은 아니니까..."




"그러면, 으음. 일단 옷부터 갈아입어볼까요. 치마는 조금 그렇다고 했으니까, 바지로요. 상의는, 으음... 뭐, 적당히 티셔츠를 걸쳐도 괜찮겠고, 바지는, 으음... 아, 이건 어때요?"




"너, 너무 조이는거 같은데? 이거, 그냥 몸에 착 달라붙는거 아니야?"




"에이, 요즘은 이런 옷이 유행이라고요."




"조금 더 펑퍼짐한...? 아니, 그, 조금 더 넉넉한 옷 없어? 이런 바지를 입으면 진짜 자리에 앉지도 못하겠는데."




"저보다 허벅지가 얇으면서 무슨 소리에요. 에잇."




"히익?! 가, 갑자기 뭐야!"




"부러워라... 저도 이렇게 허벅지가 얇아지면 좋을텐데요. 이렇게 얇은 허리랑 몸을 가지게 된다니, 너무 부러운 몸이에요. 점이나 잡티같은 것도 하나도 없다니."




"그, 그건 그런데에... 그, 저기, 세윤아."




"네?"




"너, 너무 가까운거 같은데. 그, 자꾸 허벅지를 찌르는건 조금, 그으... 그래서."




"에이 참. 남자라면 오히려 좋아해야 하는거 아니에요? 여자가 이렇게 허벅지를 꾹꾹 찔러주는데."




"그건, 그으... 아, 아무리 그래도!"




"알아요, 알아요. 으음. 이렇게 매끈한 허벅지라면 으음... 딱히 살이 늘어지지도 않으니까. 이건 어때요?"




"이건... 면바지네."




"네. 방금 전의 청바지보다는 조금 더 여유가 있는 옷이에요. 물론 몸에 달라붙는건 마찬가지겠지만, 그래도 괜찮을걸요."




"그런가... 으음... 그래도 조금 더 여유가 있는게...?"




"뭐, 정 그러면 핫팬츠에 스타킹을 입는 방법도 있는데요."




"?!"




"뭘 그런 눈으로 봐요. 스타킹을 안에 입으면 꽤 따뜻하다고요."




"아니, 그, 스타킹은, 여러모로 너무 많이 나간 것 같은데요...?"




"뭐, 리아 생각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만. 그렇다고 여름에 긴바지 긴팔 입고 다닐 것도 아니잖아요? 그러면 조금만 걸어다녀도 더워서 헥헥거릴텐데. 다른 남자들에게 그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조금 그렇지 않을까요?"




"...윽."




"결국 여름에는 반바지를 입어야 할텐데, 그러면 이 새하얀 종아리를 그대로 모습을 드러내고 돌아다니는 것 보다는 스타킹이라도 입는게 낫지 않을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는데."




"그건, 그렇지만... 그, 여름철의 이야기니까 조금 나중에 준비해도 되지 않을까?"




"안돼요."




"어, 왜?"




"리아양은 내버려두면 여름에도 긴바지를 입고 다닐 것 같거든요. 근성으로 이겨낼 수 있어! 같은 말을 하면서요."




"...부정할 수 없는게 조금 그렇기는 한데, 어차피 더운 여름철에는 방학이니까 방에만 틀어박혀 있어도 괜찮지 않을까?"




"아, 방학에는 집에만 있을거에요?"




"응. 이런 몸으로 밖에 돌아다니기도 조금 그러니까... 그냥, 방에만 있으려고."




"자신감을 가져요!"




"아, 야!"




"물론 리아가 원래 남자라는 것은 저만 아는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리아는 정말 예쁘다고요. 이런 몸을 가지고 그렇게 주눅드는 것은 범죄에요, 범죄!"




"아니, 그. 아무리 그런 말을 해도..."




"그리고 여름에는 기업 인턴쉽을 생각하고 있었는걸요."




"기업 인턴쉽...?"




"네. 솔직히 졸업을 하고 나서 취업하려면 아무래도 이력서에 뭐라도 적어야 하니까요. 안그래요?"




"...그렇지."




"그렇게 방학에 방에만 틀어박혀 있다가는 나중에 취직 못할지도 모른다고요."




"으극... 하긴. 3, 4학년 선배들 이야기 들어보면 취직 스터디니 인턴쉽이니 뭐니 하면서 다 바쁘게 돌아다닌다고 하니까."




"그러니까요. 2학년 부터 기업에서 일하면서 실무를 익혔습니다ㅡ 라고 하면 얼마나 준비된 인재처럼 보이겠어요?"




"그건 그런데... 생각보다 되게 잘 아네. 세윤이 너라면 그런 걱정을 할 필요는 없었을텐데."




"에이, 이 정도는 기본이죠. 그래서 그런 생각을 했는데, 방 안에만 콕 박혀 있을 수는 없잖아요? 밖에 이리저리 돌아다녀야지."




"...그런데 생각해보니까, 직장에서는 어차피 정장입지 않아? 스타킹은 아무래도 상관 없,"




"아, 여자 정장은 치마라서 그 아래에 스타킹을 입는걸요."




"바지입는 정장도 있지 않아?"




"그건 그렇지만. 아아, 안타까워라... 리아는 인턴일이 끝나고 나서 저랑 밖에 산책이라던가 놀러가는건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은 모양이네요..."




"아니, 그! 그 정도는 해줄 수 있는데..."




"그런데 거기에 정장을 입고갈 수는 없잖아요? 그리고 밤이라고 해도 열대야니 뭐니 해서 더울테니까 긴바지 입기도 그렇고."




"그... 렇지. 으음, 편하게 놀러가는 거라면 그냥 츄리닝을 입는 것도..."




"츄리닝을 입고 음식점을 가는건 제가 용납 못해요. 그건 예의의 문제라고요. 드레스코드. TPO, 들어보셨잖아요? 장소에 맞는 복장을 해야한다는거."




"......끙."




"어차피 지금 스타킹을 입는다고 해봤자 바지에 가려서 보이지도 않잖아요? 보는 것은 저 뿐인데, 저는 여자니까 별다른 생각 없고요. 저는 리아가 남자라는 것을 알고있으니까, 딱히 상관 없고요."




"그건, 그렇지만..."




"자아, 그러면. 으음... 스타킹은 뭐 입어보실래요? 검은색? 하얀색? 아, 겨울이니까 검은색이 낫겠네요. 검은색이 좀 더 따뜻하거든요."




"그런... 가?"




"네. 그리고 면바지가 검은색인데, 그 속에 흰 스타킹을 신었다가 살짝 보이기라도 하면... 조금 그럴 것 같네요."




"그렇네. ...끙. 그러면 스타킹을 입어볼테니까, 탈의실이..."




"아, 스타킹은 제가 입혀줄게요."




"뭐??"




"아니, 저 스타킹은 저래보여도 생각보다 입는게 귀찮다고요. 양말 신는 것처럼 생각하고 신었다가는 이리저리 구겨지거나 뭉개지거나, 심하면 찢어진다고요? 게다가 이런 스타킹, 지금은 검어보여도 잡아당기면 은근히 늘어나서 안쪽이 보이는데..."




"......그, 하다못해 유튜브나 그림 같은걸로 배우면 안될까?"




"경험자에게 직접 배우는게 가장 좋죠. 안그래요?"




"그건 그런데..."




"아, 혹시 제 손이 몸에 닿는게 조금 그런거에요? 남자라서?"




"으, 응. 아무래도 남자다보니까, 그, 으... 조금, 그래서."




"뭐... 리아의 생각이 그런건 이해가 되긴 하는데요. 그래도 제가 직접 도와주는게 낫지 않을까요. 유튜브나 사진 같은 것들로 보면 애매한 점들도 있을텐데."




"미안! 그냥 유튜브로 보면서 입어볼게!"




"아, 그러면!"




"왜?"




"나올때 바지 입지 말고 그냥 스타킹만 입은 채로 나와주세요."




"뭐?!"




"혹시 잘못된 부분이 있는지 확인해 드리려고요. 바지를 입으면 확인을 못하잖아요?"




"그, 그냥 접히거나 이상하게 늘어진 부분이 없는지 확인하면 되는거 아니야?"




"직접 보다보면 확인하지 못한 부분이 있을지 모르잖아요? 다른 사람이 보는게 더 정확하죠."




"그... 그으. 아, 알겠어. 그러면 일단 갈아입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