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본문에서는 "TS는 저주다."라는 제목에 대해서, 인간 외적 관계의 구성과 내적 존재의 파괴라는 점에서 설명을 실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통속 서사에서 TS라는 소재가 활용되는 양상을 거칠게나마 세 가지로 범주화해보았다


 나아가서는각 범주에 해당하는 소설의 예시를 들어보고 이 중에서 'TS를 희석하여 활용한 작품'에 대해 간략한 소개를 해보고자 한다. 



 

 2. “TS” 라는 소재의 분석 : “TS란 본질적으로 지독한 저주다.”

 

 도전적이고 과격한 명제일지라도 이 명제에 대한 근거를 구성하기란 사실 어렵지 않다. TS는 대상자를 사람()으로서그리고 인간(人間)으로서 뒤틀어 버린다.

 

 생물분류의 학명으로서 인간(Homo sapiens)’이라 명명하는 경우를 제외하고우리가 흔히 인간이라는 어휘를 사용하는 경우는 공동체 내에서 존재하는 개체를 의미한다부연하자면 공동체란 사람들이 모여 형성한 크고 작은 집단추상적이고 거시적인 예시로는 국가나 민족이좁은 개념으로는 같은 학급같은 학과가족이 될 수 있으며 원시적인 형태로는 부족이생물종의 구분으로는 인간이 해당한다인간이라는 존재는 자기자신뿐만 아니라 주변을 둘러싼 환경으로 구성된다

 

 어떠한 모습의 공동체건 간에 나름의 관습이나 질서가 존재하고그것은 구성원 서로가 서로를 상대하는 기준으로 작용한다질서의 원칙에는 성문화된 법률도 있겠으나 그 이전에 암묵적으로 지켜오는 윤리도덕에서 비롯된다


 TS는 대상자에게서 이 기본적인 도덕을 파괴한다.

 

 엠마누엘 레비나스(Emmanuel Levinas)의 이론을 일부 차용하자면윤리의 시작은 무엇을 해주겠다가 아니라 무엇을 하지 않겠다에 가깝다그렇기 때문에 타인에 대한 가장 기초적인 윤리란 나는 너를 해치지 않는다이다

 예를 들어가장 낮은 정도의 인지수준을 가진 신생아는부모님을 부모님으로 대하는 것이 아니다사회적으로 합의된 가치가 부여된 부모님이라는 존재가 아니라, ‘나를 먹여주는 사람’, ‘나를 해치지 않는 사람’, ‘나보다 큰 사람으로서 대상을 인지하기 때문에 자신 역시 이에 대한 윤리를 형성한다

그렇기 때문에 타인에 대한 윤리는 것은 사실 본능에 가깝다이는 사회적으로 성숙한 성인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사회적 지위를 인지하고 이해하는 성인조차도선험적인 판단으로서 무엇을 하지 않겠다를 선택한다. ‘친구’, ‘형제’, ‘선생님’, ‘이웃’, ‘경찰관’, 그리고 가장 넓은 범위의 인간에 대해서 공동체 일원으로서 합의한 최소한의 도덕과 예의는 준수하겠지만그보다 부차적인 영역에서는 금기에 대한 취사선택이 잔존하고 있다학창 시절을 떠올려 본다면, ‘힘이 세고 덩치가 큰 친구와 비실비실하고 조용한 친구’, ‘가녀리고 심약한 선생님과 엄격진지하고 빡빡한 학생부장를 대하는 것의 차이가 이러한 금기의 취사선택, “무엇을 하지 않겠다가 달리 작용하는 적합한 예시가 될 것이다

 

 TS에 대한 상식에 따르면 TS는 단순한 성별의 전환이 아니다그 형태가 시쳇말로 농ㅋㅋ하거나 혹은 빵ㅋㅋ하건 간에 육체 전반에 대한 급격한 변형이 수반되며 얼굴(visage)’도 바뀐다얼굴의 변형은 그것의 아름답거나 추함과는 무관하게 그에 따르던 윤리마저 변질시킨다앞선 예시를 다시 활용하면, ‘힘 세고 덩치 큰 친구가 여리여리하고 가녀린 친구가 되는 격이다설령 친구라는 사회적인 지위는 유지되더라도 바뀐 얼굴에 따른 부차적이고 기초적인 수준에서의 윤리는 변질될 수밖에 없다

 


 인간으로서의 파괴를 길고 난잡하게 설명했으나 사람으로서의 파괴에 대한 설명은 비교적 간명하다인간이 자신을 인식하는 것은 타인이 자기를 바라보는 것과 불가분하다주변 환경이 격렬한 변화는 그 인간을 불안에 빠뜨린다자신의 변형된 모습에 따라 타인이 자기에게 품는 윤리 – 감정대하는 방식 등등은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이건 간에 불안감을 유발한다.


 인간이 최초이자 최후로 의지하는 영역이 자기의 몸이다하지만 TS는 신체를 변형시킨다변형된 육체는 스스로에게도 낯설다이전까지의 몸에 익숙한 시간이 길수록 그 괴리는 커진다


 더구나 남성의 경우프로이트의 표현을 빌려서, TS는 상징적인 팔루스(phallus)의 파괴일뿐만 아니라 실제적인 페니스(penis)의 거세다그렇기에 TS는 인간 개인에게도 파멸으로써 충분하다/

 

 


 3. 웹소설에서 "TS 소재"의 활용 양상에 따른 범주화와 그에 대한 예시

 

 관계의 파괴에 가까운 재구성” 그리고 자기를 유지하는 고유한 개성의 변형이 이뤄진다는 점에서다시 말해 대상자가 가지고 있는 인간성을 철저히 훼손한다는 점에서 TS를 저주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다는 걸 확인해보았다


 그렇기에 이토록 이질적이고 예민한 소재가 웹 소설에서 활용되는 양상을 구분지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필자는 TS 소재의 활용에 대해서 다음 세 가지로 구분해보았다.

 


 유형 1. TS의 속성을 정면으로 맞닥뜨리는 경우가 있다

 유형 2. TS의 속성을 회피하는 경우가 있다

 유형 3. TS의 속성을 다른 소재로서 희석시키는 경우가 있다.

 

 

 우선 유형 1에서는 서사의 초점을 ‘TS를 겪은 인물의 생활에 집중하고 있다우리가 살아가는 현대를 배경으로 설정했다면부가적인 배경설정을 설명하지 않고 오로지 TS 당사자의 생활을 서술할 수 있다. TS라는 현상이 매우 생소하거나 오직 자기만 해당하는 경우가 많고, TS라는 현상 자체가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자연스레 수용되지 않을 수도 있다. TS의 원인이나 계기는 비교적 중요도가 덜하다

 

 이 유형의 작품들은 대체로 음울함의 농도가 높고소위 말하는 피폐물로서의 성향을 띈다대표적으로는 글쟁이s’로 알려진, (死神)pluto의 그래도 설원입니다』(2015.)가 있다작중에서 다른 TS병 감염자 대다수가 자살하는 것은 음울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장치이기도 하지만현실을 핍진하게 반영한 묘사이기도 하다적합한 사례에 해당하면서도 수위가 비교적 온순한 것으로는 수능(심기체처녀론, 2019)이 있다.

 

 감히 말하건데서사 문학 중에서 현대 소설에서 추구하고 있는 인간 탐구와 기존 가치에 대한 해체를 실현하는데, TS라는 소재가 갖고 있는 본질적인 속성을 탐구하는 적합한 유형이다

하지만 이는 달리 말하면가벼움과 유희적 면모가 부각되며 윤리적 모호함의 부재를 지향하는 통속서사의 특징과는 거리가 멀어질 수 있다

더구나자극적인 면모를 부각시키기 위해 소위 말하는 피폐에 천착할 수도 있고그 현실 반영이 과하게 작용하여 실제 젠더 담론으로 확장되면 이는 독자도 작가도 받아들이기 어렵다그래도 설원입니다에서 주로 비판받는 지점 - '남동생의 성추행 시도' - 부분이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유형 2, TS가 가지고 있는 저주로서의 속성을 아예 회피해버린 유형이다이때 TS는 저주가 아닌, ‘변신으로써 매혹적 소재가 된다일찍이 그리스로마 신화의 테이레시아스의 일화처럼이성(異姓)의 차이는 은밀하고 미지의 것이며 불가해한 영역이고 그렇기에 매력적이다

 

 특히신화의 예시처럼이 유형에서 주목하는 것은 육체즉 섹슈얼리즘이다쉽게 말해 야설에서 많이 활용된다. 여신과 함께하는 절대타락모험담(키조개, 2022.) 아종(후타나리오크가 정복한다(SiegSecure, 2022.)절대 꺾이지 않을거야!(NTK, 2021.), 『속절없이 TS당하는 판타지 이세계 (연어컵밥, 2022.), 빙의당한 공주님의 아카데미 실험일지(연어컵밥, 2022.) 등등 어쩌면 꼽는 게 무의미할 정도로유형 1과 유형 2에 해당하는 작품보다도 더 많이 존재할 것이다

언급된 예시에 대해서는 후에 다뤄볼 기회가 있기를 바란다특히 절대 꺾이지 않을거야!는 TS를 구조적으로, 전략적으로 매우 잘 활용하였는데 창작자의 관점에서 분석하며 읽어볼만한 가치가 있다

 

 다른 두 개의 유형보다도 TS라는 소재가 전반적으로 확산되는데 일조한 분야가 아닐까 싶다그러나, TS에 대한 고찰 없이, TS를 단발적 소재로 다루고 있다는 느낌도 없잖아 있다

애초에 이런 작품들에서 지향하는 바가 ‘남자였던 존재가 여성으로서의 느끼는 감각이라면, 그것을 충실히 이행하는 것을 지적함은 언어도단의 행위가 되겠으나. TS를 그저 소모적인 사건으로 쓰고 마는 것은 TS 자체가 갖고 있는 속성을 기대하는 독자에겐 아쉬움이 남는 지점이다

 

 

 유형 3의 작품들은 일종의 절충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작품들은 TS만을 제시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TS의 속성을 회피하지도 않는다. TS를 다른 요소와의 혼합으로 활용하는 경우이다. 앞선 유형 2와 마찬가지로, 대다수의 TS 소설이 그렇다고 말할 수 있다. 


 

 앞서 말했듯 TS는 그 소재의 속성상 자아의 재구성이 중요하며이에 해당하는 화소(motif)로는 자아 정체성에 대한 의문과 해소과거에 누적되었던 관계의 재정립 및 새로운 관계 구축 등이 있다하지만 이걸 핍진하게 다루게 되면 앞서 언급했던 문제 – 피폐로의 천착 및 젠더 담론의 개입 – 이 발생할 수 있다한편이런 요소를 완전 배제하게 된다면 태그만 TS를 달은 여자주인공물’, ‘TS를 뽕빨로만 사용함이라는 아쉬움이 묻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유형의 작품들은, TS를 다른 소재와 함께 섞어서 다루는 것으로 그 음울한 정도를 희석시키면서도, TS 자체의 매력은 고스란히 남겨두기를 시도한다고 할 수 있다. 

 

 희석이라는 표현 탓에 해당 유형이 ‘TS의 매력을 못담아냈다라고 오해할 수 있으나배열과 혼합에 따라서 더욱 포괄적인 의미와 서사를 담아낼 수도 있다

 또한, TS가 하나의 장르가 되었다는 것은 더 이상 “TS”는 참신한 소재가 아니라는 말과 같다작품이 갖고 있는 소재의 참신성이 하나의 가치로 인정되는 웹소설인만큼이러한 유형은 앞으로도 더 다수를 차지할 것이고, TS만이 갖고 있는 고유한 매력을 장르로서 구축할 것이다


  해당하는 예시로는 노벨피아에서의 PEACH (벤트, 2021), 잿빛 세상의 피사체(이마이너, 2023.)가, 조아라의 기생이라 합디다 (아직은 풋사과, 2012), 그리고 좀비소녀 -[Zombie Girl] (상한토마토Rot, 2013.)가 있.  각각의 작품에 대해서 간략하게 소개해보겠다. 



 

 

 『PEACH』는 유형 2과 유형 3의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 본 작품에서 TS가 중요하게 다뤄지며, TS를 겪은 주인공의 자아 재구성도 나름 비중있게 다뤄지고 있으나, 사실 배경 설정을 전달하기 위한 수단에 국한한다. 이 작품에서 보여주고 싶은 것이 독자적인 세계관이란 걸 알 수는 있으나, "TS"를 전달하고자 하는 것인지는 조금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PEACH』는 디스토피아에서 킬러들의 세계관을 다루고 있다. 해당 작품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TS 자체보다도 그 원인인 '정신 교환기', 광자 무기와 수인들이 보편적으로 돌아다니는 근미래 세계관이다. '킬러'라는 소재를 다루는 한, <존 윅> 시리즈와 비교가 불가피한 요즘이지만 해당 작품은 이러한 요소들로 완전한 독립성을 구축하였다. 이러한 배경의 기원에 대한 탐구와 각각 인물이 지닌 사연이 볼만하고, 섹스 어필적인 요소나 성인 개그, 페러디적 활용을 적재적소에 잘 활용하여 재미도 놓치지 않았다. 


 다만 1부로 완결된, 미완성 작품이므로 작중에 등장하였던 여러 복선들은 기대감이 아닌 아쉬움으로 남게 되었고, 특히나 TS 대상이 지니고 있는 '무엇'에 대해 다루는 것이 맥거핀이 되어버렸기 때문에 작품이 지니고 있는 매력에 비해서 완성도는 아쉬운 편이다.


 



 『잿빛 세상의 피사체』는 굳이 유형을 세분화하자면 유형 1과 유형 3 의 사이에 있음직한 작품이다. 해당 작품은 "TS가 일어날 수는 있으나, 그것이 드문 현대"를 배경으로 다루고 있다. 이미 괜찮은 리뷰(https://arca.live/b/tsfiction/94159905)가 존재하기 때문에 추후에 제대로 다뤄볼 기회가 있기를 바라며, 이 장에선 해당 작품에 대해 본인이 작성했던 댓글과 함께 짧게만 다뤄보고자 한다. 


 



 해당 작품에서는 "TS"라는 사건과 "전색맹"이라는 장애를 동치하였다. 성별의 전환은 앞서 길게 설명했다시피 하나의 인간을 말소하는 행위이지만, 전색맹은 성별의 전환 이상으로 더 거대한 변형이라 볼 수 있다. 주인공 이서연이 TS 이후 전색맹을 겪게 된 것은 "TS를 겪게 된 이후와 이전의 시선이 더 이상 같지 않다"라는 은유로 볼 수 있다. 

 색을 잃은 시야 – 성별이 바뀐 세상에선 작은 일상조차도 이질적이다이런 설정을 바탕으로 해당 작품은 주인공 이서연의 자아 재구성 – 자기이해(과거)와 친우 관계(현재)를 핍진하게 다룬다




 지금부터 다뤄볼 작품은, 사실 TS 소설을 입문하게 된 계기이자 개인적으로 더 큰 마음이 가는 작품이라 소개가 조금 길어질 수도 있다. 


 



  『기생이라 합디다』는 근미래 디스토피아가상현실 게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본 작품은 분명 TS 태그가 붙어있고 TS가 주요한 사건이긴 하지만, 서사 기능적으로 보건데 TS는 되려 부차적이다. ‘여성으로 변한 자신을 받아들이는 문제를 더욱 확장시켜, ‘가상현실 게임 NPC가 되어진 본인을 받아들이도록 강요한다단순한 성별 변화의 인정 여부가 아닌 "현실에서의 본인을 유지하거나부여된 역할을 수용하거나"라는 보다 인간 본질의 문제로 확장시킨다. 이에 대한 고뇌와 여정을 작중 기준 "제사서(第四書)",  124화까지의 분량으로 다루고 있다. 



 TS를 고차원적으로 확장하여 다루고 있는 것과 더불어 해당 작품이 갖고 있는 미학은 장르 소설의 그것이라 부르기에 손색 없는 문체와 섬세한 인물 조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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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단을 오른다.

 

 계단을 딛는 발걸음이 늦가을 내린 눈송이처럼 가볍고도 덧없다창을 타고 들어오는 바람에 옷자락이 나부낀다항상 물고 다니던 담뱃대가 긴 연기를 남기고 소매 속으로 사라진다.

 

 아란은 스승의 뒤를 따라 타박타박 올라갔다.

 

 스승은 항상 세상과 한 발짝 떨어진 곳에 머무는 듯매사를 무심히 넘겼다이를테면세인(世人)이 삼라만상의 강줄기를 거슬러 오르려고 발버둥 칠 동안 홀로 강가에 걸터앉아 관망하는 형국이었다혹자는 그 무상한 삶의 태도를 부러워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란은 세상을 밀어내는 스승이 안타까웠다.

 

 본작, 32회 불야성(不夜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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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땅은 평탄했다사라말은 눈을 감은 채 걸어갔다눈꺼풀을 조심스럽게 두드리는 햇살과 발아래 흙이 뽀드득 짓눌리는 미세한 소리

 

 사라말은 그가 포기한 용을 생각했다

 

 세상에 흠결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이상 사회란 존재할 수 없기에 이상이다하지만 서툴고 어쩌다가 상대에게 상처를 입힐 수도 있는 손길들을 내밀 때 맞닿은 손에서 그것이도달하지 못해도 추구하는 것만으로 아름다운 무엇인가가 피어난다

 그것을 보여 줄 수 있는 사회는 만들 수도 있을지도 모른다

 

『피를 마시는 새』 8권 자의적인 문단 개행 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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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교를 시도하는 것부터가 두렵지만, 해당 작품의 문체를 비교하고자 이영도 작가의 『피를 마시는 새』 일부를 발췌했다. 

 기생이라 합디다』는 가령 클라우디아, 그였던 그녀의 연대기』(Simplename, 2023.)처럼 고증에 철저한 전투장면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작중 개연성을 갖춘 일대일 전투가, 혹은 대규모 전쟁에 가까운 전투를 위와 같은 문체로 유려하게 그려낸다. 긴장감을 줄 때는 확실하게, 복선과 암시를 부여할 때는 은근하게, 풀어주며 웃음을 자아내는 부분은 산뜻하게 쓴다. 


 또한 특징상 여러가지 인물이 등장하지만, 그 각각의 개성이 살아있는 것도 주목할만 하다. 주인공의 악우 '정인', 주인공이 TS된 이후 가장 먼저 접하게 된 인간 소녀 '소월이', 여우 수인 '아란'과 그 또래 언니 고양이 수인 '묘희', 마조히스트 기질이 있는 '동청룡', 검술에 미친 뱀 '사란', 동양의 네크로멘서 - 사술사 '오탁', 낙천적인 플레이어 '우주' 등등. 다양한 인물이 등장하나 누구 하나 배제되거나 희미해 지지 않는다. 특히, 해변에서 수영복을 입는 에피소드인 ≪외전(外傳) : 피서≫(180~183화)가 백미다. 


 이 작품의 부정할 수 없는 최악의 단점은연중작품이다


 그렇기 때문에 작중 곳곳에 깔려있는 복선이나, '한국적인 배경과 중국의 무협 요소, 나아가 RTS 및 톨킨 풍의 D&D 세계관 등등의 접목'은 그저 '시도'에 국한되고, 장점으로 부를 수 없게 되었다. 



 


 

 『좀비소녀 -[Zombie Girl]』이 갖고 있는 매력은 앞선 것과 조금 다르다. ‘암울한 분위기와 코미디가 공존할 수 없는가라는 의문에는 조심스럽게 이 작품을 권해보고 싶다


 좀비 아포칼립스, 근미래적 세계관을 배경으로 삼고 있다. 주인공은 TS와 아동회귀를 경험하고, 특수부대원으로서의, 남성으로서의, 좀비에게 많은 걸 잃은 피해자로서의 기억을 가지고 '이서연'으로 살아간다. 


 암울하기 짝이 없는 분위기지만 해당 작품의 문체와 분위기는 당장  기생이라 합디다』와 비교해봐도 밝은 편에 해당한다. 신대륙을 탐험하는 심정으로 이 작품을 읽었던 어릴 적에도, 사실 문체에서 웅장함과 전율보다는 코믹하고 가벼움을 느꼈던 걸로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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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육복을) 이딴 디자인으로 만든 자식이 누군지 참 궁금했다찾으면 꼭 한 대 날려버려야지.

 

 얼른 안 입으면 수업 늦는다구?”

 

 ……알았어알았다고.”

 

 울며 겨자먹기로 교복을 벗어 로커 안에 넣었다와이셔츠의 단추까지 모두 풀고 옷걸이에 걸어 넣는 순간…….

 

 덥식주물주물.

 

 히익?!”

 

 뭔가가 뒤에서 내 가슴을 마구 주무르는 게 아닌가?!

 

 호오…… 전체적인 체구가 작아서 가슴둘레 사이즈가 작게 나왔을 뿐이지 서연이 너도 만만치 않은 찌찌…… 으갸아아아악?!”

 

 손가락 10개 중 4개가 한번에 역으로 꺾여나가자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구르는 유이나는 거의 본능적으로 양팔로 가슴을 가리며 씩씩거리면서 화를 냈다.

 

 무슨 짓이야죽을래?!”

 

 커다란 구체 두 개…… 그 감각은 플러스 이상이 분명ㅎ…… 으갸갸갸갹!!!”

 

 본작초반부 비문 및 오타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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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파된 헬기의 스캔을 분석…… 산화한 인간의 시체 다수그 중 서연의 시체 유무 분석…… 없습니다.”

 

 정말…… 이냐?”

 

 언제가 그녀의 뒤를 지켜온 접니다그녀에 관해서는 제 가슴만큼이나 민감합니다.”

 

 너한텐 네 서브주인이 네 가슴정도의 가치 밖에 없었던 거냐.

 

 실례네요여성에게 가슴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는 남자따위 다 죽어버렸으면 좋겠는데.”

 

 본작후반부 비문 및 오타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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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근한 섹스 어필이 곳곳에 들어있다. 


 그러나 나름 독창적인 무기 체계를 바탕으로 진행되는 전투씬이나 통상적인 형태가 아닌, 특수한 능력을 지니고 있는 좀비와의 혈투, 그리고 모든 사단의 원인과 마주하게 될 때의 비장함 등이 무게를 잡는 곳에서는 흐트러지지 않는다.


 또한, 앞서는 인물의 세밀한 조형에 대해 이야기 했다면 이 작품에서는 보다 서브컬쳐에 가까운 캐릭터 구성이 되어있다. 


 <단신거유시크 주인공 - 특수 병종> + <늘씬한 장신 덜렁이 - 검사> + <음침하고 소극적인 여학생 - 저격수>라는 매우 기본적이고 클리셰인 조합. 아카데미물에 가깝게 진행되는 처음에서 이후 그들이 성장하고 활약하는 모습의 대비가 볼만하다.  


 이 작품의 단점은 조금 급하게 진행되는 후반부가 있으나 사실 그건 감안할 수 있다. 


 이 작품의 가장 치명적인 단점은, 작가가 이 소설의 존재의의라고 까지 말한 근원적인 속성이자 복선, "TS 태그가 붙어있으나 TS 소설은 아니다"라는 이상한 지향점의 이유가 밝혀지는 작품 기준 "100화 (1부 완) 26화 - 진실, 악몽, 그리고 각성"이다. 

 진짜, 개연성이나 인과성도 그렇거니와, TS물로서는 해서는 안되는, 상당히 이상한 서사 진행이 이 작품의 큰 흠이다..... 


 



 그런데 해당 작품이 최근, 노벨피아에서 재연재를 실시하고 있다. 




 현재 기준 43화까지 연재되었으며, 앞서 소개했던 <단신거유시크 주인공 - 특수 병종> + <늘씬한 장신 덜렁이 - 검사> + <음침하고 소극적인 여학생 - 저격수>에서 한 명이 추가되고, 주인공의 무기도 변경되는 듯 리메이크 수준으로 연재되고 있다. 

 앞서 지적했던 문제를 극복하고, 역시 수작으로 평 받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4. 정리 


 일반적으로 통속 서사; 웹소설이나 게임 서사에서 '문학성'을 찾고자 시도하는 일은 통속 서사를 향유하는 집단이나 문학성을 진지하게 탐구하는 집단 모두에게서 환영받지 못하는 편이다. 전자는 고리타분한 잣대를 들이밀지 말라고 하거나 오직 "재미"만을 추구하면 된다고 단정짓기 떄문이고, 후자는 그런 가치가 없다고 치부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나쓰메 소세키의 "I love you" 번역 일화 (진위 여부를 떠나 갖고 있는 의미는 만끽할만 하다)가 그렇듯이, 근원적인 '문학성'이란 독자로 하여금 '낯설게 하기'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것이라면, 통속 서사에서도 문학성을 탐색하는 것이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라고 개인적으로 믿고 있다.


 전체는 부분의 합보다 크다. 비교적 흔하고 또 허황된 소재일지라도, 그것을 가지고 어떤 이야기를 풀어가는 가는 작가마다 다를 것이다. 또한 TS는 소재 자체가 가지고 있는 속성 탓에, 충분히 문학적으로 다룰 가치가 있다.

 이 난삽한 글이 비교적 도외시 되었던 문학성과 미학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가 되면 더할 나위가 없고. 나중에 다른 소설작품에 대해 문학성 탐구나 고찰, 서사 기능적인 분석을 다시 할 수 있기를 기원하며 본문을 마친다.



 # 본문에서 언급된 글들 


 『PEACH』  https://novelpia.com/novel/50664


 『잿빛 세상의 피사체』 https://novelpia.com/novel/211446


  기생이라 합디다https://www.joara.com/book/1074135


 『좀비소녀 -[Zombie Girl]https://www.joara.com/book/687953


 『좀비소녀』  https://novelpia.com/novel/236033





 3줄 요약

 1. TS라는 건 고찰해보면 인간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고, 이걸 다루는 정도에 따라 유형화 해봤다.

 2.  『잿빛세상의 피사체』는 문학성 높고,  『PEACH』 개성있는데 연중이라 아쉽고, 기생이라 합디다』 재밌긴 한데 연중이고,  노벨피아에서 재연재하는 『좀비소녀』 기대된다.

 3. 길고 난잡한 글 꾹 참고 읽어주셔서 감사하다.


 + 반박 시, 여러분 말이 맞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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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쓰라는 글은 안쓰고 "간단" 리뷰대회를 이렇게 쓰는 놈이 있다 쀼슝빠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