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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개미 작가의 신작이라고 해서 크게 기대를 하지 않고 봤음.

개인적으로 행복한 개미는 좀 별로였거든.

현대 일상물 없어서 못 먹고, 피폐는 더 환장하는 스타일인데 행복한 개미는 영 안 맞더라고.


몇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주인공이 너무 수동적인 캐릭터여서임.

주변에 정상적인 캐릭터라곤 없는데, 주인공이 수동적이기까지 하니까 이리 흔들면 이리 흔들리고, 저리 흔들면 저리 흔들리는 게 반복되더라고.

피폐함을 표현하기 위해서일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론 그런 수동적임 때문에 오히려 피폐하게 느껴지지 않았음.


그리고 나는 인물이든 상황이든 무언가에 의해 갈등이 생길 때 주인공이 뭘 해보려 하다가 실패하고 좌절하는 게 훨씬 피폐하다고 생각하는데, 행복한 개미에서는 그냥 주인공은 아무 것도 안 함. 게다가 뭔가 해결된다던지, 진전이 된다던지 그런 것 없이 그냥 주인공을 괴롭게 하던 캐릭터들이 사라져버리는 것으로 상황이 종료되니 더더욱 그렇게 느껴졌음.


완급 조절 같은 것도 없는 탓도 있고.

단짠단짠처럼 뭔가 좋아지다가 다시 안 좋아지고 그래야 피폐함이 더 산다고 생각하는데, 행복한 개미는 그냥 짠 것만 계속 반복되는 느낌이랄까.


그래도 설원입니다에서 주인공이 이선준으로 인해 나아지는 듯하다가 결국 다시 진창으로 빠질 때 같은 느낌이나
소나무야 소나무야에서 주인공이 친구와 연인 관계로 발전하면서 극복하는 듯 싶다가 결국 문제에 부닥치고 좌절할 때의 느낌.


나는 이런 느낌을 더 좋아하거든.


아무튼, 그래서 행복한 개미를 별로 안 좋아했기 때문에 신작은 크게 기대치가 없었는데, 생각보다 흥미롭게 읽었음.


일단, 행복한 개미보다 주인공이 덜 수동적인 게 마음에 들었음.

이번 작품도 능동적인 주인공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주변 인물들에 막 휘둘리기만 하는 그런 스타일은 또 아닌 것 같음.

물론, 아직 회차가 적어서 좀 더 봐야겠지만, 지금까지의 느낌은 그랬어.


그리고 주변인물들이 정상적인 캐릭터들인 것도 좋았음.


행복한 개미는 주인공을 비롯해 비중 있는 인물 중 정상적인 캐가 거의 없다시피 했는데, 이번에는 오히려 반대더라.

형은 좀 미묘하긴 한데, 그래도 이 정도면 정상 범주로 보이고.

한 명 정도가 의심스러운 것 빼고는 전반적으로 좀 정상적이고 따뜻한 캐릭터들이 많아서 오히려 주인공의 피폐함이 더 강조되는 느낌이야.


마지막으로 주인공이 이미 정신병을 앓고 있는 상태에서 TS된 거라는 게 흥미로웠음.

어떻게 보면 행복한 개미도 그렇게다고 봐야 하긴 하는데, 제대로 된 서술이 안 나와서 좀 그랬거든.

근데 이번에는 뭔가 주인공의 전사에 뭔가가 있다는 떡밥을 계속 던져주는 걸 보니, 나중에 그런 이야기를 좀 다룰 것 같아서 기대가 됐음.


아직 회차가 많지 않지만, 그래도 꽤 볼만한 작품인 건 맞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