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다가오니 쪼르르 달려와서 고개를 내민 모습이 좀 웃기기도 한 부됸니 수말들>


말 품종들의 이름을 보면 사람 이름이 들어가 있는 품종은 의외로 없다. 거의 대부분이 최초 브리더를 특정할 수 없을 정도로 오래전부터 개량이 이루어졌기 때문. (서러브레드만 해도 철저히Thorough 교배한bred라는 뜻이다) 하지만 근현대에 혈통등록서를 만든 경우에는 인명이 품종 명에 들어가기도 하는데 가장 작은 말인 팔라벨라가 첫 번째고(원래 개량하던 사람이 죽자 그 사위가 물려받아 품종을 확립시키고 혈통등록을 해서 그의 이름이 품종명이 되었다), 두 번째가 바로 부됸니다.


러시아 역사에 좀 관심있다면 부됸니라는 이름이 익숙할지도 모르겠는데, 그렇다. 부됸니 종은 러시아 혁명 시절에 볼셰비키 측의 기병 지휘관으로 명성이 높았던 세몬 부됸니(Semyon Budyonny)가 1차 세계대전 종결 후 기병 전력을 보충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1943년의 부됸니>


1차 세계대전 때는 논란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뛰어난 장군이었고 기병 지휘관이었지만 2차 세계대전이 벌어지자 180도로 변하게 된다. 고작 20년(1차 세계대전은 1919년 종결, 2차 세계대전은 1939년에 발발)만에 기병은 전쟁이라는 무대에서 내려와야만 했고, 부됸니도 나이도 먹었고, 기병의 자리를 대체한 기갑부대에 적응하는 것도 무리였으니 독소전쟁 초기에 키이우와 우만 전투에서 대패하는 바람에 소련 내부에서 신나게 까였다. 2차 세계대전이 종결된 후에는 농림부 차관으로 임명되어서 자신의 이름을 딴 부됸니 종을 확립시키고 혈통등록서를 만들었다. 이후 1973년에 뇌출혈로 사망.


부됸니 종은 서러브레드 수말과 러시아의 재래종이었던 돈(Don, 코사크 기병대가 군마로 썼던 러시아 재래종) 암말과 교배시켜서 가장 뛰어난 개체들을 선별해서 기본 바탕이 될 암말 657마리를 만들었다. 이후 이 암말들은 서러브레드 종마나 서러브레드-돈 혼혈 종마들과 교배해 망아지들을 낳았고 이 망아지들이 2~4세 사이에 경주와 기병 적성 시험을 받고 통과하자 1949년에 정식으로 혈통등록되었다.


수말은 체고가 16.1핸드(165cm), 암말은 16핸드(162cm)이며, 털 색깔은 처음 첨부된 사진처럼 밤색이 보통이지만 다른 몸색깔이 나올 수도 있다. 품종개량을 할 때 서러브레드가 쓰였고 시간이 흐르며 승마 수요가 늘자 서러브레드와 신체 비율이 흡사한 개체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그마장마술, 장애물 비월, 종합 마술 등 승마용으로 쓰이며 지구력 경주에도 출전한다. 마차가 현역이던 시절에는 가벼운 마차를 끌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