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형호제 할 수 있는 놈이었고 오랜 친구이기도 했던 놈이었다


어릴 때는 발이 되어주면서 아부지와 함께 여기저기 놀러다녔고, 때로는 많은 짐을 실어주면서 든든한 짐꾼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 누가 세월을 피할 수 있으랴


내가 나이를 먹어 어른이 되었듯이, 이 놈도 나이를 먹어 늙어가면서 곳곳에 부식이 생기고 모든 관절이 삐걱거리며 스러져가는 몸이 되었다


아직 나 쌩쌩하다, 라고 주장하는 엔진음은 세계 곳곳 어디든지 갈 수 있다는 듯이 말하지만 실상은 매캐한 매연과 가스를 뱉어내며 더 이상 살기 힘든 말기암 환자의 몰골에 불과했다

작년에 어찌저찌해서 진짜 간신히 5등급 받았으니 말 다했지


이제 더 이상의 연명은 불가능하다고 판단, 결국 노후경유차 조기폐차 수순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한 달 전부터 폐차할 거라는 말을 들었고,

2주 전부터 이 놈 안에 있는 모든 물건을 정리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고,

오늘 아침에 가져간다는 말을 들었다



예정대로 점심쯤에 차를 견인해서 가더라


이 놈은 이젠 볼 수 없다

하지만 몸은 사라질지언정

내 기억에

내 가슴에

내 갤러리에

기록되어 평생토록 살아가리라


고생했다 6336 뉴ㅡ포타


R.I.P



p.s)

디젤 4기통 엔진소리는 개인적으로 이 놈이 좋더라

고음보다는 중음 위주로 울리는게 듣기 좋음


노킹도 없고 터보도 없고 dpf도 없고 scr도 없는 순수 디젤 엔진에 가까운 놈이라 그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