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의 한 불법 건축물 철거 현장에서.. 주택을 까내려보니 이런 버스가 등장함.

버스나 화물차를 정박시켜서 불법 건축물으로 활용하는거야 자주 있는 일이니까 그러려니 하는데

문제는 이 물건의 모델과 연식임.

해당 버스 캐빈 내부에 붙어있던 차대번호 타각명판. 사진상으로는 잘 안 보이지만 제조년도는 1973년, 프레임형태(모델번호)에는 R192라고 되어 있음.

이 차량은 현대자동차 최초의 여객버스 모델인 R192 버스의 후기형에 해당하는 물건임. (바리에이션이 여러가지라 위 신문광고 이미지와는 창문틀 형태와 출입문 위치 등 디테일에서 차이가 있음에 유의) 

이 사진이 발견된 차량과 동일한 형태임. 위 신문광고 이미지와 비교하면 출입문 위치와 창문 크기와 갯수가 다른 것을 알 수 있음.


한국에서 오래된 버스, 기차 등의 교통수단의 복원과 보존에 힘쓰는 한국버스연구소에서 요청을 받아 해당 부지가 싹 다 철거되기 전에 청주시 담당자 협조를 받아 해당 캐빈을 분리 회수하러 다녀왔음.





집(...)으로 사용되었던 구조물이라 실내에 80년대 신문지와 옛날 벽지, 벽돌, 아궁이(?), 각종 전선 등등 사실상 건축물화 되어있었는데

이걸 기계로 끌어내려면 버스 째로 부숴버리지 않는 이상 힘들기 때문에 우리 인력이 들어가서 오함마, 니퍼 따위로 무장하고 이것들을 죄다 손으로 철거해서 빼내야 했음.

당시 아직 낮 날씨가 더울 때라 고생 좀 했다



지붕엔 지붕 나름대로의 생태계가 구축되어 있음 ㅡ,ㅡ


인스타 카페 갬성 하려면 이정도는 해줘야지


청주시랑 시공업체 입장에서는 이 버스 구조물이 철거 공사를 방해하고 있는 입장이라 빨리 치워버리던가 부숴버리던가 해야 하는 상태고

수십년동안 주변에 민가들이 꽉 채우고 좁은 주택가 골목길로 바뀌어버린 상황이라 이 버스를 통째로 실어올만한 차량과 장비가 들어올 수 없는 상태임.

또 버스 상태도 이미 옆면 프레임과 패널을 다 도려내어 버렸고 바닥 프레임도 없고 이미 뒤틀려있는 상태라 이걸 통째로 들어낸다고 해서 멀쩡하게 형태를 유지해 줄 거라는 보장도 없음.

버스연구소 및 현장 관계자들과 의논 후 결국 절단해서 분리 운반 하는것으로 결정됨.

복구할 수 있도록 최대한 절단해도 무방한 단순한 부위들 위주로 전두부, 후두부, 천장 등 2.5~5톤 트럭 급에서 적재할 수 있는 단위로 잘라내는 것으로...


그라인더는 불똥 튀는것도 위험하고 효율이 너무 떨어져서 컷쏘로 잘라내는 작업




카고크레인으로 하나씩 옮긴다



그나마 상태가 괜찮은 천장 부분도 따로 날라주고...

남은 옆면 패널은 휠 하우스가 남아있는 부분 보존에 유의해서 빼내어 따로 적재


그렇게 철거 위기에서 무사히 빼내어 보관장소로 이동...


이 녀석이 발견되기 전까지 한국에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국산 버스는 1979년식 BF101로 알려져 있었음.

그런데 포니도 출시되기 전 현대의 최초 버스모델인 1973년식 R192가 나와버리면서 이쪽 분야에서는 꽤 충격과 관심이 큰 상태

복원을 누가 주도할 것인지는 아직은 여러가지 이야기가 오가는 상태라 확정난 것은 없으나 앞으로 좀 바빠질 것 같음..ㅋㅋ;